‘경마가 고품격 레저로 자리잡도록 할 것’

강용식 서울마주협회 회장

청계산 자락에 있는 서울경마공원은 요즘 초록색 잔디와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이곳에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나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이 부쩍 늘었다. 경마가 건전한 레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강용식(70) 서울마주협회 회장은 경마 산업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불식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영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에선 경마가 품격 있는 레저 스포츠이고 중요한 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 같은 인식이 뿌리내리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밝힌다.마주(馬主)협회는 글자 그대로 말 주인들의 모임이지요. 다만 승마용 말이 아닌, 경주마의 주인들을 의미합니다. 서울마주협회는 서울경마공원을 근거지로 한 마주들의 모임으로 이곳에는 462명의 마주들이 있습니다. 서울마주협회는 3년에 한 번씩 투표로 회장을 뽑는데 제가 지난 3월 회장에 선임됐습니다.한국 경마의 주체인 서울마주협회는 우수한 경주마의 공급과 마방(馬房)의 후원을 위해 지난 1993년부터 개인 마주제가 시행되면서 창립됐습니다. 우리 협회는 기업 최고경영자, 국회의원, 군 장성 출신,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으로 구성된 사회 문화 예술을 선도하는 최고의 명문 클럽입니다.한국에선 경마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부족해 선진국과 같은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마주협회 회원들은 마주의 명예와 자긍심을 높이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 협회의 비전은 ‘한국 경마의 선진화’입니다.영국의 처칠 경은 “총리가 되기보다 더비 출주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마주는 명예와 자긍심, 그리고 사회적 존경의 상징이기에 저 역시 마주 문화를 막연히 동경해 오던 중 1999년 마주로 등록했습니다.이제 취임 6개월을 맞았습니다. 회장이 될 때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국 경마의 중심인 마주협회 수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습니다.한국 경마 발전의 열쇠는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과 경마 산업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리는 경마 홍보가 핵심입니다. 이는 마주협회 회장이자 경마인으로서 제 사명이기도 합니다. 경마가 왜 자유무역협정(FTA) 시대 우리 농촌의 희망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인지, 떠오르는 녹색 산업의 신성장 동력인지 경마의 산업적 문화적 가치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1세대 방송 기자이자 언론인 출신으로서 제가 걸어온 길이 이런 일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행히도 최근 각 언론들이 협조해줘 전망이 매우 밝다고 생각합니다.경마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입니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출발한 태동적 특성 때문에 경마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 경마가 매출로는 120여 개국에서 세계 7위의 시장 규모를 자랑하면서도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해 온 것은 경마의 산업적·문화적 가치를 간과해 왔기 때문입니다.더구나 85년에 이르는 한국 경마의 역사 속에서 우리 언론은 경마에 대한 부정적 기사만을 다뤄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심지어 일반 국민들은 한국마사회(KRA)가 운영하는 장외 발매소와 스크린 경마를 동일시하고 합법적인 경마와 불법 사설경마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첫째, 경마 관계자들의 자구 노력이 필요합니다. 먼저 마사회와 마주는 물론 경마팬을 포함한 조교사, 기수, 생산자 등 경마인들 스스로 선진 경마의 조건들을 충족할 수 있도록 양질의 경마를 창출해 경마의 산업적 가치를 높여 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경마팬들도 이제 베팅 위주에서 벗어나 ‘자유와 절제’의 조화 속에 레저 스포츠로서의 경마 문화를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둘째, 정부의 인식 개선이 시급합니다. 선진국들은 앞 다퉈 경마를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한국만 유독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각종 규제로 합법적인 경마를 위축시키고 있습니다.셋째, 매스컴의 동참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경마를 과거의 부정적 시각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라 경마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산업적 측면을 바르게 인식시켜야 할 것입니다.아시아 경마국으로는 유일하게 경마 최고 등급인 ‘파트원(PART1)’에 속한 일본도 40여 년 전까지 지금의 한국과 비슷하게 경마의 이미지가 부정적이었습니다. 이를 과감히 탈피하고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원동력은 크게 4가지입니다.첫째, 경마를 산업으로 인지한 선각자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하나의 그룹이 되어 있는 ‘샤다이 목장’의 창시자 요시다 젠야 씨는 미국에서 ‘선데이사일런스’라는 명마를 들여와 일본산 마필을 세계무대로 진출시킴으로써 경마 대국을 일궈냈습니다.둘째,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리는 스타의 창출을 들 수 있습니다. 예컨대 ‘선데이사일런스’같은 명마 덕분에 그 자손들이 세계의 유명한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일본은 경마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습니다.셋째, 일본의 경마 발전을 이끈 매스컴의 홍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스타를 창출하는 데는 언론의 힘이 절대적으로 크게 작용했습니다.끝으로 정부의 노력입니다. 정부는 홋카이도를 일본의 마필 중심지로 탈바꿈시켜 일본의 축산업을 일으켰습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경마 인프라에 과감히 재투자해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흔히 경마라고 하면 단순히 베팅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경마는 1차산업인 경주마 생산 등의 축산업, 2차산업인 경마장 및 조련장 건설업과 관련 장비 제조업, 3차산업인 마권발매, 중계 등의 서비스업, 그리고 4차산업인 경마 정보 제공, 인터넷 발매 등의 지식 정보업이 어우러진 복합 산업입니다.또한 종부(種付:가축 따위를 교미시키는 일) 산업은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 20세기 최고의 씨수말로 평가받는 ‘스톰캣’이라는 마필이 있는데 종부료가 가장 비쌌을 때 1회에 50만 달러(약 6억 원)에 이르렀고 그해 종부료로만 벌어들인 수익이 700억 원이 넘습니다.그렇습니다. 당초 강행안보다 다소 완화됐다고 언론에 발표하고 있지만 전자카드제 도입 자체가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행산업이 익명성을 잃는다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고, 경마 역시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사감위의 일방적인 강행 결정을 정부 부처도 상당히 우려하고 있고 생산자를 비롯한 경마 관계자 역시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추이를 보아가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사감위는 건전한 경마를 규제하기보다 사설경마와 같은 불법 시장을 발본색원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평생을 언론과 홍보, 기획에 전념해 왔습니다. 마지막 열정을 경마 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약력: 1939년생. 63년 서울대 법대 행정학과 졸업. 64~80년 중앙일보·동양방송 기자, TBC 보도국장. 81년 KBS 보도본부장. 85년 제12대 국회의원. 88년 문화공보부 차관. 90년 국무총리 비서실장. 92년 21세기방송통신연구소 이사장(현). 92~2000년 제14대, 15대 국회의원. 2002년 국회사무총장. 2009년 서울마주협회 회장(현). 수상: 국민훈장 목련장. 황조근정훈장 등.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