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길게 보고 후원하면 대박 ‘성큼’

흙 속의 ‘진주’ 찾기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남자프로골프협회(PGA:Professional Golfers’ Association) 투어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한 양용은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주목도만으로 따지면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우승이나 박태환의 올림픽 수영 금메달보다 더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양용은의 우승은 국내 골프 및 스포츠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선수를 발굴하고 이를 후원하는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 자극을 주는 계기로 삼을 만하다.양용은이 타이거 우즈와 맞붙은 최종일은 그야말로 불꽃 튀는 스포츠 마케팅의 현장이었다. 당시 TV 시청률은 지난 2002년 열린 PGA 챔피언십 이후 7년 만에 최고의 시청률이었다. 시청률 조사 기관인 닐슨 레이팅에 따르면 CBS가 중계한 PGA 챔피언십 최종일 시청률은 7.5%, 점유율은 17%를 기록했다. 이는 8%(점유율 17%)의 시청률을 기록한 지난 2002년 대회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02년은 리치 빔이 우즈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던 해였다. 파드리그 해링턴과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맞붙었던 지난해 대회 시청률은 6.8%(점유율 15%)였다. 지난 6월에 열린 미국의 프로농구 최종 챔피언 결정전 시청률이 8%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시청률 7.5%는 엄청난 기록이다.온라인 열기도 뜨거웠다. 온라인 마케팅 조사 기구인 옴니처(Omniture)에 따르면 대회 홈페이지(www.pag.com)의 최종일 페이지뷰가 5300만 건을 기록해 지난 2007년 PGA 챔피언십 최종일의 5710만 페이지뷰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이렇게 TV와 인터넷 등에서 한 선수의 동작 하나하나에 포커스가 맞춰진다는 것은 그 선수를 후원하는 기업들에 ‘대박’의 행운을 안겨주게 된다. 양용은을 후원한 회사는 골프용품 회사인 테일러메이드와 프랑스 골프복 브랜드인 ‘르꼬끄골프’였다.양용은의 모자에 이름을 새긴 테일러메이드는 엄청난 브랜드 노출 효과를 봤다. 게다가 양용은이 우승이 확정된 직후 ‘테일러메이드 골프백’을 들어올리는 ‘우승 세리머니’까지 보여줘 효과를 극대화했다.국내에서 르꼬끄를 수입하는 (주)데상트코리아는 닭 모양의 로고가 경기 내내 전 세계 TV에 노출돼 세계적으로 2000억 원 이상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르꼬끄는 미국보다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활발하게 마케팅을 벌이고 있던 터라 홍보 효과 만큼 매출 증대를 노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언론들은 르꼬끄가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영업을 하지 않아 홍보 효과가 200만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국내에서 골프 선수를 후원하는 기업들도 ‘르꼬끄’처럼 ‘반쪽 후원’이다. 아예 후원할 때부터 외국 시장보다 국내 시장을 노리고 계약을 하고 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Ladies Professional Golf Association) 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후원하는 기업들을 보면 신지애(미래에셋) 최나연(SK텔레콤) 지은희(휠라) 김미현(KTF) 이선화(CJ) 등 대부분 국내 회사들이다. LPGA 투어가 미국보다 국내에서 더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안전하게 홍보하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LPGA 투어는 현재 너무 많은 한국 선수들이 활약하다 보니 국내에서조차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우승해도 예년처럼 관심이 높지 않다.그러나 PGA 투어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주요 프로스포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만약 세계시장에 이름을 알리려는 국내 기업이 양용은과 미리 후원 계약을 했었다면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양용은처럼 ‘사고’를 칠 선수는 아직도 많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LPGA 투어보다 아시아 선수들의 활약이 미흡한 분야에서 훌륭한 선수를 찾아내 후원한다면 보답할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세계로 진출을 꾀하는 기업들이라면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을 가져 볼 일이다.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한은구·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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