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 투자에 ‘독’인가 ‘약’인가

내년부터 사라질 비과세 혜택

정부는 지난 8월 25일 민생 안정, 지속 성장, 과세 정상화, 건전 재정 등을 목표로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펀드에 주어지던 세금 혜택들이 사라질 예정이다.이번 세제개편안에 나온 펀드 관련 첫 번째 이슈는 해외 주식형 펀드의 소득세 비과세가 금년 말 종료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즉,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에 따르면 개인이 펀드를 통해 해외 상장주식에 투자한 경우 주식 매매 및 평가 손익에 대해 소득세를 비과세하는 특례 적용 시한이 금년 말로 종료된다. 물론 정부의 이 같은 선택이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해외 주식형 펀드의 비과세를 시행했던 주된 이유가 환율에 대한 불안정성 때문이었는데, 환율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주식시장의 부양 차원에서도 해외 주식형 펀드의 비과세를 유지할 필요성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따라서 비과세 폐지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해외 주식형 펀드의 비과세 혜택 종료로 인해 향후 펀드 투자를 어떠한 방식으로 가져가야 할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첫째, 가장 큰 이슈는 기존 투자자의 해외 주식형 펀드 환매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 안으로 해외 주식형 펀드를 해지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비과세 기간 중(2007년 6월 1일~2009년 12월 31일)의 해외 상장주식 매매 및 평가손실을 2010년 1월 1일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 발생한 이익과 상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8년 초 중국 펀드에 1억 원을 투자했다고 하자. 그런데 이 펀드의 평가액이 2009년 12월 6000만 원이 돼 40%의 손실을 봤다고 하면 2010년에 재차 1억 원의 원금이 회복됐을 경우 2010년에 얻은 4000만 원에 대한 평가 차익이 과거 손실 부분과 상계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만약 2010년에 1000만 원의 평가 차익이 생겨 중국 펀드가 7000만 원이 됐다면 2011년에 3000만 원의 원금 손실 부분이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1년간 유예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3000만 원에 대한 부분은 세금을 내야 한다. 한편 2010년 중 5000만 원의 평가 차익이 생긴다면 4000만 원의 평가 손실 부분을 초과하는 1000만 원 부분은 15.4% 과세된다.둘째, 신규 투자자의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 여부다. 물론 해외 부분이 국내보다 선전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해외 투자를 망설일 이유는 없다. 또한 과거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고수익을 경험했고 분산 차원에서라도 해외 투자 부분을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15.4%의 세금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부분이다. 해외 펀드로부터 받는 수익 금액 중 대부분이 배당소득으로 과세되기 때문에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대한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금융소득 종합과세란 연간 금융소득 합계액이 4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다른 소득(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과 합산해 소득세를 과세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연봉이 5000만 원인 직장인이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9000만 원의 평가 차익이 생겼다고 하자. 이럴 경우 9000만 원의 평가 차익 중 4000만 원을 초과하는 5000만 원이 종합소득으로 잡히게 되고, 총소득은 연봉 5000만 원과 합산돼 1억 원이 된다. 이로 인해 종합소득세율은 최고 세율인 37.5%까지 올라간다. 펀드를 환매해 실질적인 이익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세금 폭탄을 피할 길이 없어진다. 따라서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 금액(과표 기준가)을 자주 확인해 일부 금액을 환매 및 재투자하면서 배당소득을 연도별로 적절히 분산하는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다.셋째, 해외 주식형 펀드의 증여 여부다. 지금 당장은 불필요할 수 있겠지만 향후 상승이 예상되는 해외 주식형 펀드의 경우에는 자녀에게 증여도 고려해 볼 만한다. 만약 해외 주식형 펀드에 5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현재 3000만 원이 돼 있다면 자녀에게 증여하더라도 증여세를 물지 않는다.가족 간 증여에 대해서는 세법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요점만 간단히 말하면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경우 6억 원,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에게 증여하는 경우 3000만 원(미성년자의 경우 1500만 원), 기타 친족에게 증여하는 경우 500만 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해외 주식형 펀드를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함으로써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평가 차익을 얻음과 동시에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따른 세 부담도 완화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넷째, 역외 펀드(Off-shore Fund)의 투자 여부다. 역외 펀드란 외국의 자산운용사가 국내에서 자금을 모아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다. 따라서 해외에서 만들어지고 운용되므로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로 인해 같은 해외 주식형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만들어진 해외 주식형 펀드는 비과세 혜택을 누렸지만, 역외 펀드는 그대로 과세돼 투자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었다. 그러나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이 올해 말로 종료될 것이 확실시되므로 역외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이번 세제개편안 중 나온 두 번째 이슈는 공모 펀드에 대한 증권거래세(0.3%) 면제가 금년 말로 종료된다는 것이다. 공모 펀드에 대한 거래세 면제 폐지로 인해 성장형 펀드가 가치형 펀드보다 수익률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매매 회전율을 보면 확실해진다. 보통 성장형 펀드의 경우 매매 회전율이 200~400%인데 비해 가치형 펀드는 100~300%이기 때문이다. 매매 회전율이 100%라고 가정하면 거래세 부과로 수익률은 0.3%가량 하락하게 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로 볼 때 성장형보다는 확실히 가치형 펀드가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내년부터 증권거래세 부과될 예정인데, ETF 시장 위축을 고려해 일반 세율의 3분의 1 수준인 0.1%의 증권거래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세 번째 이슈는 장기적으로 가입하면 득이 되는 펀드의 세금 혜택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금융 위기 시 증시 안정 대책으로 신설된 장기 주식형 펀드(1인당 연간 1200만 원 불입 한도) 및 장기 회사채형 펀드(1인당 5000만 원 가입 한도) 세제 지원의 적용 시한이 금년 말로 끝날 예정이다. 이는 주식시장의 안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마련된 조치이기 때문에 최근 시장의 상황을 살펴볼 때 지속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그러나 장기주택마련저축 펀드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는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대한 이자소득 등 비과세 적용 시한을 2012년 말까지 연장하되 불입 금액의 40%에 대한 소득공제(연간 300만 원)는 폐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소득공제 폐지가 가입 시기와 무관하게 신규 가입자뿐만 아니라 기존 가입자도 해당한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근로소득자가 가입한 이 상품은 연장되는 이자소득 비과세보다 없어지는 소득공제 혜택이 더 크기 때문에 기존 가입자에게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이러한 세제개편안은 이제 당정 협의와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 정부안이 발표된 단계다. 9월 중 입법 예고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금년도 정기국회에 세법개정안이 제출된다. 또한 세법개정안이 제출됐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통과돼야 비로소 2010년에 발효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개편안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2009년 말로 종료되는 펀드의 세제 혜택이 많기 때문에 미리 이러한 사실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향후 투자 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계획적으로 세울 수 있고 수정 할 수도 있다.▶해외 펀드 소득세 비과세 올해 말 종료▶공모 펀드 및 연기금에 대한 증권거래세(0.3%) 면제 올해 말 종료▶ETF(상장지수펀드) 수익증권 증권거래세 과세(0.1%)▶장기 주식형 펀드, 장기 회사채형 펀드 세제 지원 적용시한을 금년 말 종료▶장기주택마련저축에 대한 이자소득 등 비과세 적용 시한 3년 연장하되, 불입금액 40% 소득공제 폐지▶금융회사가 수령하는 채권 이자소득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제도(14%) 부활▶생계형 저축, 조합(농·신협, 새마을금고)예탁금에 대한 부부 가입 총액 축소(1억2000만 원→6000만 원)안정균·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 jkahn@sk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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