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 기본…초기 투자비 적어

성공하는 점포 탐구 - ‘스팀세차’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높다는 기사가 계속 나와도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명예퇴직이나 이직 같은 결정적인 이유도 있지만 상사에게 스트레스 받는 직장인들과 집 안에서 탈출을 꿈꾸는 주부들도 늘 창업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로또복권’처럼 창업을 꿈꾸는 단계에서는 언제나 그럴듯한 내 점포 하나부터 그려보는 것이 꿈의 시작일 것이다. 이렇게 ‘창업=점포’라는 등식이 창업자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기 때문에 어떤 업종이든 점포부터 찾겠다고 생각한다.하지만 창업이 점포 창업뿐일까. 창업의 형태에는 무점포 창업도 있고, 기존 점포에 끼어들어가는 숍인숍 창업도 있다. 스팀 세차업의 경우도 일반 코인 세차장이나 광택점처럼 1층에 점포가 있는 것이 아니다. 300면 이상이 확보되는 대형 유통점이나 주상복합 건물 주차장에 입점하면 따로 점포를 마련하지 않아도 창업할 수 있다.차량 2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보통 2500만~3500만 원 선이면 창업할 수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가맹점 모집 광고 내의 총 창업비용에서‘점포비 별도’에 고개를 갸우뚱할 필요가 없다.스팀세차는 ‘○○광택’, ‘○○세덴(자동차 외형 복원)’과는 다른 쪽이다. 자동차의 찌그러진 부분을 펴 주는 프랜차이즈는 외형 복원 업체고, 스팀세차는 자동차 내·외부의 더러운 부분을 고온의 스팀으로 불려서 닦아내는 비즈니스다.약품 사용을 줄이고 고온으로 때를 불려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차량 도장에 해를 덜 준다. 세척할 때 들어가는 물도 소량이어서 친환경적이지만 창업자에게는 아무래도 ‘친환경’보다는 세차장 창업 시 오·폐수 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인 장점이 더 크게 와 닿는다. 그래서 입지도 세차장이라면 이면도로 한쪽의 1층에 널찍한 공터를 연상하기 쉽지만 스팀세차는 그냥 건물 주차장에 자리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실제로 1층에서 입지비용을 업고 있을 경우보다 임차비용 부담이 없는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설정하는 것보다 마트와 주상복합의 상주인구를 고객으로 삼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물론 개인이 건물의 입지를 찾고 입점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점은 브랜드 본사가 해결해 주는 부분이니, 창업자는 본사가 확보한 입점이 가능한 입지들 중에 자신에게 유리한 입지를 선택하면 된다. 스팀세차 프랜차이즈 본사가 영세하면 창업자가 직접 입지를 찾도록 떠넘기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기계를 구입한 후 입점이 늦어져 결국 아무 입지나 급히 선정해 버릴 수도 있다. 입지를 확실히 확보하고 있는지 브랜드 본사와 확실하게 협의해야 한다.스팀세차는 정말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담백한 아이템이다. 외부 세차는 1만~2만 원가량이지만, 한 번에 6~7시간씩 걸리는 내부 스팀 클리닝은 20만 원 상당의 고가 상품까지 다양하다.대형 마트에 입점했다면 마트의 영업시간 내내 손님이 드나들기 때문에 입지가 좋지만 그야말로 이마에 땀 마를 새가 없을 것이다. 반면 주상복합 건물에 입점할 경우 고객은 한정적이지만 쉬는 날은 많아 여유롭다는 장점이 있다.주5일제로 토·일요일은 따라 쉬고, 빨간 날 쉬고, 또 비오는 날은 손님이 적다. 주상복합 건물의 주차장은 건물에 출입하는 뜨내기손님보다 건물 내에 입점한 오피스 임직원들이 정기 세차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안정적인 수입이 형성된다.하루에 15대 정도를 닦으면 월매출은 500~600만 원이 오른다. 순수 노동 업종이기 때문에 따로 원가가 드는 일이 거의 없다. 사장 외의 인건비와 소량의 약품비 등을 빼면 순수하게 창업자가 가져가는 돈은 50%라고 보면 된다.물론 스팀세차도 입점지마다 수익은 천차만별이다. 대형 유통점 주차장에 들어간 스팀세차장은 월매출이 1000만 원을 웃돌기도 한다.점주 순수 마진율이 50%이니 노동력을 제공하는 만큼 수익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유명 마트 입점지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요즘 노려볼 만한 것은 쓸 만한 주상복합 건물이나 관공서 주차장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입소문을 타면 고객이 차츰 늘어가는 특징이 있다.세차 고객을 늘리려면 그저 ‘깨끗함’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신뢰할 만한 체인을 운영하는 본사는 자체 교육장을 갖추고 있으며 교육 기간은 최소 6~7주로 구성된다. 스팀세차 외에 단가가 높은 광택 상품도 취급할 수 있도록 기술 교육을 해 주기 때문이다. 힘은 들지만 여성이나 장년층의 창업도 꽤 많다. 힘이 넘치는 젊은 창업자들은 이렇게 폼 나지 않는 창업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 되레 여성 창업자 아이템이 됐다.스팀세차 프랜차이즈가 구청의 여성가장창업지원사업과 연계해 창업을 지원해 준 사례도 있다. 육중한 기계나 화공약품 사용이 아니라 꼼꼼히 닦아내고 씻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육체적 힘보다는 성실함과 깔끔함이 낫기 때문이다.건물 주차장 내에 입점하는 스팀세차는 결코 큰돈을 버는 편한 업종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자본도, 경험도 없는 창업자들이 무리하게 자금을 마련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어쩌면 폼은 나지 않더라도 정직한 땀으로 다음에 더 큰 사업을 벌일 발판을 마련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어떤 창업자들은 점포 입지를 구할 때 특정 상권들을 ‘죽은 상권’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주변에 신규 상권이 생겼다든가, 새로 길이 났다든가 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전보다 유동인구가 적어졌음을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상권에 속한 다수의 점포들이 매출이 부진해진 게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상권 전체를 죽었다는 식으로 부정하는 것은 싸고 보석 같은 점포 입지를 놓칠 수 있는 위험한 판단이다. 각 업종에 따라 그 특성과 매출 패턴이 다르니 입지도 당연히 제각각이고 적합한 상권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이대나 성신여대 같은 유명 상권의 경우 액세서리나 팬시점을 위시한 판매 점포들과 의류 점포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이런 판매 업종들은 애꿎게도 경기 불황을 가장 빨리 타는 업종들에 속한다. 게다가 점포 입지는 대개 임차료와 권리금이 비싼 메인 통 역세 대로변에 위치하기 때문에 경기 불황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이런 구성의 메인 상권은 불황이 오면 상권의 대다수를 차지한 판매점과 의류점의 매출이 자연히 감소하게 되고 임차료 등의 높은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점포들 몇 개가 폐업이나 업종 전환을 택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상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예비 창업자들은 점포 매물의 출현이 곧 ‘그 상권은 이제 장사 안 되는 죽은 상권’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예비 창업자들이 상권이 위축된 것처럼 오인하는 상권도 막상 실제로 내부를 들여다보면 장사가 잘되는 알토란같은 가게들이 여전히 성업 중이다. 판매 점포들이 죽을 쑤고 있는 같은 기간에 의류점을 털고 입점한 도넛점은 본사 내에서도 상위 매출점으로 기록될 만큼 훌륭한 매출을 기록했다.따라서 창업자라면 상권의 이런 큰 구조적인 환경을 보고 상권의 입지를 찾아야지 국지적인 정보나 상황만 보고 어리석은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선택한 업종과 투자자금에 따라 입지를 찾는 객관성을 견지해야 성공 창업이 가능한 것이다. 무조건 많은 유동인구, 높은 매출이 A급지를 결정하고, 또 성공 창업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자.이재영·김앤리컨설팅 소장 jy.lee2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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