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채용 전망 & 전략
“5월부터 조금씩 경력직 채용 시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커리어케어 강연희 컨설턴트의 말처럼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임에 따라 기업들의 임원과 간부급 채용이 크게 늘고 있다. 커리어케어에 따르면 최근 3개월(5~7월)간 채용 의뢰 건수는 이전 3개월에 비해 30%나 증가했다. 금융 위기로 긴축 경영을 했던 기업들이 다시 인력 충원에 나섰기 때문이다.임원 및 간부급 채용 의뢰 건수만 얘기하는 것은 이들 직급들의 경우 주로 서치펌(또는 헤드헌팅이라고도 함) 업체를 통해 이·전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력직의 경우 신입 사원 채용 때와 달리 1~2명만 채용할 때도 있고, 비정기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서치펌 업체를 주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경력 3~5년 이내의 경력직은 주요 기업이 신입 사원 채용 때 경력직도 함께 뽑기 때문에 기업 채용 공고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경력직의 경우 △경력 5년 이내 △과·차장급 △부장 및 임원급로 나눠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력 5년 이내는 신입과 마찬가지로 선택의 폭이 넓고 옮길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러나 경력이 오래될수록 선택의 폭과 기회는 좁아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과·차장급 이상은 보다 적극적인 이·전직을 준비해야 한다.강연희 컨설턴트는 “5월부터 기업들의 의뢰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업종별로는 1위가 전기·전자 분야 관련 연구원들의 의뢰가 많았다. 특히 발광다이오드(LED) TV와 반도체 분야의 업황이 좋고 하반기 투자 계획이 잡혀 있기 때문에 인력 수요가 늘어났다. 또 그린 에너지와 관련해 풍력, 스마트 그린 등의 인력 채용도 늘었다. 특히 물 산업 분야 해외 플랜트 전문가는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2위는 금융 분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채용 의뢰가 없었지만 최근 증시가 살아나면서 의뢰가 증가했다. 특히 5월 이후 투자은행(IB) 인력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모 증권사의 경우 한꺼번에 열 몇 명씩을 찾아달라고 할 정도로 (채용)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강 컨설턴트는 전했다.업종별 3위는 제약·의료·바이오 분야로 기술 영업, 마케팅 인력을 찾는 기업이 늘었다. 특히 의료 관광 분야를 담당할 마케팅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또 의료·바이오 분야 업체들은 의사·약사를 찾는 수요가 많다.직종별로 많이 찾는 순위는 1위가 경영기획·전략, 2위가 마케팅, 3위가 연구·개발(R&D), 4위가 영업 순이었다.또 다른 서치펌 업체인 엔터웨이에 따르면 지난 5~7월 채용 의뢰 건수는 620건으로 지난 1~4월의 678건에 비해 8.6% 감소했다. 그러나 채용 시장이 1~3월에 집중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수치는 최근 경력직 채용 시장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엔터웨이의 지난해 5~7월 의뢰 건수는 1~4월에 비해 36.2%가 줄었다. 올해 5~7월 의뢰 건수가 많은 데는 1분기에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크게 줄어들었던 채용 의뢰 건수가 2분기 들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볼 수 있다.엔터웨이의 경우 건수가 늘어난 직종은 연구·개발, 기술직으로 분기 대비 2.3% 소폭 증가했고 영업·마케팅이 뒤를 이었다. 엔터웨이 김경수 대표는 “통상적으로 채용지수는 다른 경제지표에 비해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 지금과 같은 회복세가 지속될 경우 후반기 경력직 시장의 경우 완만한 상승세가 기대된다”고 전했다.아직까지 국내 직장인들에게 서치펌(또는 헤드헌팅) 업체는 낯선 존재다.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여건 때문이다. 마치 결혼 정보 업체에 대한 거리감과 비슷하다. 또 고액 연봉을 받는 ‘대단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알음알음 이·전직을 알아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서치펌 업체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의 경력직 채용이 주로 서치펌 업체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국내 서치펌 업체는 커리어케어, 엔터웨이, 벤처피플, 유니코서치, 유앤아이파트너스 등이 있다. 이들 업체들의 웹사이트에 자신의 이력서를 등록하거나 컨설팅 의뢰를 하면 업체 데이터베이스(DB)에 후보자로 오르게 된다. 구직자 개인은 서치펌 등록비용이 들지 않고 채용이 성사되면 기업이 비용을 지불한다. 기업으로서도 직접 채용할 경우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서치펌을 이용하는 편이다.기업에서 의뢰가 오면 서치펌 업체가 자체적으로 1차 면접을 통해 후보자를 추린다. 이 리스트를 기업에 넘기는데, 몇 배수냐에 따라 롱 리스트, 숏 리스트로 구분하기도 한다. 기업이 리스트를 넘겨받은 뒤부터는 의뢰한 기업이 직접 면접에 나선다. 적합한 인물이라는 판단이 들면 연봉과 근무 조건을 협상해 최종적으로 채용이 결정된다.서치펌 업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해서 모든 업체에 자신의 이력을 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러 업체에 신상 정보를 남길수록 소문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직, 임원일수록 이런 부분에 조심스럽다고 한다.서치펌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커리어 컨설팅을 받는 것이다. 강연희 컨설턴트는 “대개 본인이 이·전직을 고려할 때는 회사나 신상에 변화가 생길 때다. 그렇지만 이·전직을 하려면 잘나갈 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신입 사원 때부터 커리어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이·전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판 조회’라고 컨설턴트들은 입을 모은다. 채용할 사람의 평판을 전 직장 동료나 거래처 등을 통해 파악하는 것으로 이력서상에 나와 있지 않은 인간성·친화력·성실성 등을 보는 것이다. 기존에는 능력 위주의 채용이었지만 요즘에는 ‘조직적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조직과 융화되지 못하면 개인도 회사도 윈-윈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직장에서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잡음을 일으키면 다음 직장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구직자 입장에서도 연봉에 너무 연연해서는 안 된다. 무작정 연봉만 보고 따라갈 경우 일관된 커리어 유지가 되지 않고, 더 이상 옮길 곳이 없어지는 상황도 생긴다. 본인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직장을 너무 자주 옮긴 후보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국내 기업 팀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한 가지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는 데 걸리는 최소 시간이 3년이라는 결과도 있었다. 너무 자주 옮길 경우 전문성을 쌓았다기보다는 연봉만 쫓아 옮겨 다니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그리고 평소 자기 자신의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회사 내에서는 성과를 올려 인정받는 것이 필요하고, 회사 밖에서는 블로그와 일반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공유하는 방법이 있다.면접에서도 경력 사원은 신입 사원과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경력직 지원자의 흔한 실수 중 하나는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경험은 없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만약 지원 업무와 관련된 경험이 부족하다면 과거의 업무에서 배운 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또 부정적 내용의 이직 사유를 털어놓아서도 안 된다. 이전 직장에서 갈등이 있었더라도 사유는 명확하되 발전적인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특히 이전 상사에 대한 험담은 절대 금물이다. 면접관이 자신의 상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