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규모 ‘축소’…공기업 ‘좁은 문’

부문별 신규 채용 현황

하반기 취업 시장은 사상 최악이던 상반기에 견줘 다소 숨통은 트이겠지만 실제 체감 취업난은 여전히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기업의 신규 채용 규모는 예년에 비해 감소했다. 특히 공기업은 하반기 채용 계획을 내놓은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금융권과 외국계 기업 역시 ‘축소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잡코리아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중 21곳이 하반기 신입 사원을 채용한다. 21개 그룹의 전체 채용 예상 규모는 1만5035명으로 지난해보다 3.4% 감소했다.삼성그룹은 9월 대졸 신입 사원(3급) 공채를 시작한다. 채용 규모는 3400명 수준이다. 삼성은 올 하반기 공채부터 채용 과정에서 지원 가능한 연령 제한을 폐지하고 영어회화 자격 기준을 한 단계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기존 시험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채용 절차는 입사 지원서 작성→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전형→ 면접 전형 순으로 이뤄진다. 서류 전형 합격자는 SSAT에서 상위 30%에 포함돼야 면접 단계에 참여할 수 있다. SSAT는 5가지 영역에서 100점 만점으로 평가되며 총점으로 순위를 가른다.STX그룹은 9월 중순 신입 사원 공채를 실시한다. 채용 절차는 서류심사→ 면접→ 신체검사 순으로 진행된다. 서류심사에서 합격한 지원자들에 한해 인·적성검사 (SCCT)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SCCT 검사는 언어, 수리, 공간지각, 추론, 상식 및 전공 등 크게 5개 영역으로 구성되고 각각 2개의 세부 영역이 있다. 1차 면접은 영어회화 테스트와 프레젠테이션(PT) 면접, 역량 면접, 집단 토론 면접으로 구성된다. 최종 면접인 2차 면접에서는 그룹 회장 및 사장단 면접으로 기본 인품 및 직장관, 가치관, 미래 포부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두산그룹은 9월 초 500명 규모로 신입 사원을 뽑는다. 특히 올해부터 채용 절차에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우선 입사 지원을 하려면 두산 바이오 데이터 서베이에 응시해야 한다. 인·적성검사의 사전 테스트 개념으로 130개 문항을 풀어야 한다. 또 토익 또는 토플 점수 제한을 없애는 대신 영어 말하기 시험 성적 제출을 의무화한 것이다.신세계그룹도 9월 이후 100여 명 규모의 신입 사원 공채를 실시한다. 신세계에 입사하려면 반드시 인턴십을 거쳐야 한다. 매년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두 차례 인턴사원을 선발한다. 올해 채용 시스템에서 달라지는 점은 백화점 부문뿐만 아니라 이마트 부문도 영어 구술시험을 보는 것이다. 시험은 사내 원어민 수준의 직원들이 6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20~25분가량 실시한다.KT도 150명 규모의 신규 채용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시행하던 직무별 역량 면접과 프레젠테이션 면접에 이어 올해부터 그룹 토론 면접을 새로 도입한다. 서류 전형 합격자 규모를 확대하면서 면접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다. 직무별 역량 면접 중 시뮬레이션 면접이 눈에 띈다.△= 하반기 금융권 취업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권의 하반기 전체 채용 규모는 작년에 비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9월께 200여 명의 대졸 신입 사원을 뽑는 우리은행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학력과 연령 제한을 폐지한 열린 채용을 실시한다. 채용 단계 중에는 1박2일의 합숙 면접이 포함돼 있다. 총 11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합숙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기본 소양, 직무와 관련한 스킬을 갖췄는지 상세히 평가할 뿐만 아니라 유머 면접 등을 통해 지원자가 얼만큼 적극적이고 창의적인지 파악해 낸다. 이 외에 금융 관련 자격증, 한국사·국어·한자 능력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한다.부산은행도 9~10월께 100여 명의 신입 사원을 채용한다. 전공 학과의 제한 없이 전 학년 평균 성적 B학점 이상자는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채용 절차는 서류 접수 및 종합직무능력검사(논술고사 포함), 1차 면접, 신체검사 및 2차 면접 순으로 이뤄진다. 금융 관련 자격증 및 외국어 성적 우수자는 채용 시 우대한다.외환은행은 아직 정확한 채용 인원과 채용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66명보다 채용 인원을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외환은행은 열린 채용을 실시하는 대신 다단계 심층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실무 능력과 인성을 파악한다. 실무자 면접에서는 프레젠테이션, 찬반 토론, 영어 면접, 집단 토론 등을 주로 테스트하고 프레젠테이션 면접은 당일 주어진 주제에 대해 발표하는 형식이다. 특히 영어 면접과 실무자 면접 후 진행하는 ‘프리 워크숍’을 통해 지원자의 인성 등을 평가한다.삼성화재도 오는 9월 세 자릿수 규모로 신입 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지원 자격 요건에 학력 제한은 없다. 서류 접수 후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거쳐 종합 면접, 건강검진 순으로 채용을 진행한다. 이 외에도 롯데손보와 미래에셋생명, 비씨카드 등이 9월께 신입 사원을 모집할 예정이며 동부생명, 롯데카드, 전북은행, 한국증권금융은 10월 이후 서류 접수를 시작한다.△= 공기업 채용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인 20개 대형 공공기관 중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확정한 곳은 기업은행과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3곳이 전부다. 이 중 기업은행만 200명 채용 일정이 남아 있고 나머지 두 기관은 채용 절차가 이미 끝난 상태다. 채용 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기관들도 올해 신입 사원을 뽑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기존 인력을 줄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규 채용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더구나 1만2000여 명에 달하는 공공기관 청년 인턴의 계약 기간도 하반기에 만료될 예정이어서 취업 준비생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개 공공기관 중 농어촌공사가 2년 이내 정도로 인턴 계약 연장을 추진 중이고 수출입은행과 인천공항공사가 단기적인 고용 연장을 검토 중인 것이 전부다. 나머지 기관들은 우수 인턴이 정규직 입사를 원하면 서류 전형을 면제하거나 가점을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 신규 채용 계획이 없어 별다른 도움이 못 될 전망이다.△= 외국계 기업의 취업문도 좀처럼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잡코리아가 외국계 기업 92곳을 대상으로 ‘정규직 대졸 신입 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에 대졸 신입 사원 채용 계획을 갖고 있는 곳은 25.0%(2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채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기업은 59.8%(55개), 채용 여부를 확정짓지 못했다고 답한 기업은 15.2%(14개)로 각각 파악됐다.올해 하반기에 대졸 신입 사원 채용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23개 외국계 기업이 채용할 인원은 총 369명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 채용 인원(368명)과 비교했을 때 0.3%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견줘서는 절반 이상 감소한 것이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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