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발열·저진동…데이터 안정성 높여

PC에 부는 ‘그린 HDD’ 바람

최근 전 세계적인 그린(green:친환경) 정보기술(IT)의 진행 방향은 전력량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조상 용량이 커질수록 회전수 및 플래터가 증가해 필요 전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성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전력 낭비와 발열 등을 최대한 낮추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무엇보다 낮은 발열과 줄어든 진동 등으로 인해 중요한 데이터를 오래도록 안전하게 지켜준다는 점이 그린 HDD가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여러 IT 업체들이 그린 HDD 관련 친환경 기술과 제품들을 선보이는 가운데 그린 HDD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바로 WD(Western Digital)다. 다른 업체에 비해 친환경 정책 및 마케팅 활동을 일찍 그리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그린 파워(Green Power)’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WD 캐비어 그린’이 있다.WD의 ‘캐비어 그린’ 이후 다른 업체들도 속속 그린 HDD 및 2세대 제품을 개발 및 출시하기 시작했으며 대표적인 제품 브랜드로는 시게이트의 ‘바라쿠다 LP’와 삼성전자의 ‘에코 그린(EcoGreen)’ 등이 있다.기본적인 HDD의 구조는 매우 간단한 편으로, 우선 물리적인 하드디스크의 내부는 외부와 차단된 진공의 내부 공간에 데이터가 저장되는 레코드 형태의 플래터(Platter)와 플래터 위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바늘 모양의 헤드, 헤드와 연결돼 있는 ‘센트럴 암(Central arm)’으로 구성돼 있다.플래터 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트랙과 섹터가 그려져 있으며 트랙(Track)은 육상경기장에 그어진 흰 선처럼 플래터 가운데를 중심으로 촘촘히 새겨진 둥그런 선이고, 섹터(Sector)는 플래터를 몇 개의 부채꼴 모양으로 나눈 것이다. 전송량과 관련된 것은 섹터로 크기는 보통 512~1024바이트(byte)다. 반면에 트랙은 속도와 저장량을 결정한다.한편 실제 데이터를 읽고 쓰는 헤드는 플래터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둘 사이에는 아주 작은 틈이 있다. 이 차이에 따라서 저장 용량이 크게 달라진다. 헤드와 플래터 사이가 멀면 자성을 띠는 면적이 넓고 가까우면 좁다. 데이터를 많이 기록하려면 자성을 띠는 면적이 좁아야 한다.이런 HDD의 구조를 생각한다면 속도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금방 나온다. 플래터가 빠르게 회전할수록, 플래터의 단위 면적당 자기 밀도가 높을수록 메인보드와의 데이터 전송이 빠를수록 성능은 빨라지게 된다.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디스크 회전속도다. 디스크 회전속도가 빠를수록 같은 시간에 헤드가 읽어서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도 많아지기 때문이다.하지만 디스크 회전속도가 빠를수록 고성능은 아니며, 이를 정확히 읽어내는 헤드 기술과 빠른 회전수에 의해 발생하는 열을 얼마나 발산해 처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HDD 고속화에 관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이렇게 HDD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플래터의 회전속도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로 인해 전력 소모와 HDD 진동 소음도 같이 증가하게 된다.최근 출시되는 그린 HDD는 이런 플래터 회전속도, 즉 RPM(Revolutions Per Minute)을 떨어뜨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일반적인 HDD가 7200RPM인데 비해 그린 HDD는 주로 5400RPM 정도다. 이런 RPM 저하는 양날의 검으로 HDD의 전력 소모와 발열, 그리고 소음을 해결할 수 있지만 HDD의 전반적인 능력은 떨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에 제조사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보완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보통 대용량의 버퍼(buffer: 헤드가 읽은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장소. 버퍼 용량이 작으면 전송속도가 느려진다)를 탑재하며 탐색 속도 개선 및 캐싱 알고리즘 개선을 통해서도 성능 저하를 보완한다.HDD 성능을 체크할 때 가장 많이 참고로 하는 것은 평균 데이터 전송률과 액세스 타임(랜덤 액세스 타임)이다. 평균 데이터 전송률은 단위 시간당 데이터를 전송하는 양으로 보통 초당 비트 수로 표시하며 액세스 타임은 시크 타임(Seek Time)과 레이턴시 타임(Latency Time:지연 시간)을 합한 시간을 말한다.시크 타임은 하드디스크의 평균 검색 시간이라고 불리며, 하드디스크 헤드가 지정된 곳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보통 ms(밀리세컨드)로 표시하며 이 수치가 낮을수록 고성능의 하드디스크다.레이턴시 타임은 트랙 내에서 파일이나 데이터의 올바른 위치를 알아내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을 의미하며 특정한 데이터를 찾기 위해 헤드가 해당 데이터가 저장된 트랙에 도착한 상태에서 그 데이터가 저장된 섹터가 헤드까지 도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말한다. 이 지연 시간은 플래터가 빠르게 회전할수록 줄어들게 되며 HDD에 채용된 버퍼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다.이번 성능 테스트에 사용된 HDD는 모두 4종으로 WD사의 캐비어 블랙 1TB와 캐비어 그린 1TB(그린 HDD), 시게이트사의 바라쿠다 7200 1TB와 바라쿠다 LP 2TB(그린 HDD)이다. 네 가지 제품 모두 버퍼 용량은 32MB이다.이 중 시게이트사의 바라쿠다 LP 제품은 소위 말하는 2세대 그린 HDD 제품으로 캐비어 그린 제품보다 전반적으로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미리 감안해야만 하며, 최근 그린 HDD 기술과 성능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알 수 있다.HD 튠(HD Tune:HDD 속도 측정 프로그램 중의 하나) 테스트를 보면 평균 전송 속도에서 확실히 캐비어 그린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캐비어 그린의 RPM의 저하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5400RPM인 캐비어 그린이 불리한 편이다. 아무래도 평균 전송속도라는 것이 플래터의 회전수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게이트의 LP 2TB는 캐비어 그린과 달리 5900RPM으로 작동하는 제품이고 2세대 제품이기 때문에 그린 HDD답지 않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시게이트사 자체 발표에 따르면 5900이라는 회전수가 소비전력을 낮춤과 동시에 발열을 줄여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수치라고 한다.이런 성능 테스트만을 본다면 확실히 그린 HDD가 일반 HDD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최근에 출시되는 2세대 그린 HDD 제품은 웬만한 HDD 정도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랜덤 액세스 타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단순 파일 카피가 아닌 일상적인 컴퓨팅 환경에서는 랜덤 액세스 타임이 더욱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제 더 이상 그린 HDD가 성능이 많이 처지는 제품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전력량 체크에서는 아이들(Idle:공회전)이나 로드(Load) 시 모두 그린 HDD의 전력 소모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비교로도 3~5W 정도의 차이를 나타내며 이를 연간으로 계산할 경우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리고 시게이트사의 LP 2TB 제품은 최신 제품인 만큼 확실히 좀 더 많은 성능 개선 사항을 볼 수 있었다.아직까지 OS 설치용 HDD로서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 HDD 용량 및 인터넷의 발달로 개인이 사용하는 데이터 용량의 폭발적 증가를 겪고 있는 현시점에서 외장 저장 장치로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 최근의 넷북처럼 SSD를 OS용 저장 매체로 사용하고 그린 HDD는 데이터 보관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용량과 절전 및 발열 측면에서 그린 HDD 사용의 가장 효율적인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박창근·PC라인 기자 zzadoc@pc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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