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고의 동반자이자 경쟁자죠’

대신증권 부부 지점장 변상묵 박성희

1970년생. 1988년 대신증권 입사, 1996년 본사 비서실 근무. 2006년 신촌지점 부지점장, 2007년 홍제동지점 지점장, 현재 신촌지점 지점장. 1965년생. 1989년 대신증권 입사, 1990년 본사 총무팀 근무, 2007년 화곡동지점 부지점장, 현재 김포지점 지점장.잠깐 스쳐 지나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건 같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매일의 시장 상황, 회사의 업무 지침, 최근의 금융 트렌드를 공유하고 있으니 시시콜콜 묻지 않아도 상대방의 기분을 짐작할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래서 어떤 마음일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아 있다.서울 신촌로터리의 대신증권 신촌지점에서 김포지점의 변상묵 지점장이 박성희 지점장과 함께 환한 얼굴로 손님을 맞는다. 무더위를 뚫고 자신의 지점을 떠나 신촌지점까지 방문한 것이다.“잘나가는 신촌지점장님이 오라고 하시면, 제가 알아서 이렇게 와야지요.”변상묵 지점장은 올해 4월 대신증권 김포지점에 부임했다. 입사 20주년 되는 해에 지점장 발령이 난 것 자체가 기쁨이지만, 변 지점장은 또 다른 이유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해 전 먼저 지점장이 된 신촌지점의 박성희 지점장, 다름 아닌 자신의 아내를 드디어 따라잡았기 때문이다. 박 지점장은 변 지점장의 입사 1년 선배로 두 사람은 10여년 전인 1998년에 같은 회사 동료끼리 부부의 연을 맺었다.“그동안 박 지점장의 남편이라는 이유로 후광도 입었고, 스트레스도 받았습니다. 이제부터 실적을 올려서 변상묵이라는 제 이름으로 당당한 승부를 하겠습니다.”박 지점장은 자신을 쫓아오겠다는 남편의 투지가 즐겁기만 하다. 앞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기를 바란다며 태평한 모습이다.“변 지점장이 증권업계에서 승승장구하기를 바랍니다. 그렇다고 너무 앞만 보지 말고 옆에 있는 사람들도 돌아보면서 서로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네요.”입사 초기 사내 테니스 동호회에서 몇 번 마주친 두 사람은 본사 근무를 하는 동안 본격적인 연애에 돌입했다. 왜 서로에게 반했었는지 이제는 기억도 희미하다며 웃음으로 연애사를 슬쩍 넘긴다. 아마도 믿음이 두 사람 사이를 엮어놓은 듯 하다.“회사 내에서도 보기 드물게 성실한 사람이었어요. 겉으로는 여자 친구에게 잘할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2년 연애 기간 동안 저를 무척이나 배려하고 자상한 모습을 보여 줬어요.”박 지점장의 말에 변 지점장은 2년 잘해 준 후 200년 편하게 지내려는 속셈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결국 박 지점장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둘째를 가지고 만삭인 몸에 친정어머니가 입원했을 때, 퇴근 후 꼬박꼬박 병원에 들러 챙겼던 사람은 남편 쪽이었다. 이 일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듬직한 남편의 외조는 결혼 내내 이어졌다.박 지점장은 대신증권에서 네 번째로 탄생한 여성 지점장이다. 여성으로는 드물게 영업 쪽에 뒤늦게 투신했다. 그녀가 업무팀에서 지원할 때는 친하게 지냈던 남성 동료들도 영업을 시작한 후에는 은근히 텃세를 부렸다.박 지점장은 남성보다 서너 배는 더 노력해야 비슷하게 인정을 받을 수 있겠다는 각오로 일에만 몰두했다. 교육이 있을 때마다 전부 참석하고 힘든 일을 도맡아 가며 버틴 결과가 지점장 승진이었다. 처음 지점장으로 부임한 홍제지점을 취임 6개월 만에 20개 지점 가운데 실적 1위로 끌어올렸고 올해 신촌지점에 입성했다.“일하느라 가정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게 사실이죠. 두 아이를 봐 주신 시부모님도 고생이 많으셨고요. 남편은 일하는 저를 200%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저에게도 좋은 남편이지만, 아이들에게도 좋은 아빠예요. 그동안 남편이 안팎에서 느꼈던 부담이 앞으로의 밑거름이 됐으면 합니다.”다행히 변 지점장도 김포지점을 맡은 후 지점 실적이 크게 나아졌다고 한다. 본인은 여러 가지 상황이 따라줬다며 겸손하게 공치사를 사양하고 있다. 신촌지점과 김포지점의 은근한 경쟁이 기대되는데, 그 속은 어떨지 몰라도 변 지점장은 입을 여는 족족 아내 편을 든다.“아무래도 가정과 직장에서 두 가지 일을 해야 하는 박 지점장이 저보다 더 힘들었겠죠. 힘들다고 내색하지 않아도 그 중압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몸 관리 잘하면서 더 오래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영업의 꽃이라는 증권사 지점 업무는 쉽지 않다. 지점장은 직원과 고객 관리에 쉴 틈이 전혀 없는 자리다. 시장 상황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우는 고객이 생기고 그에 따라 직원들의 고충도 쌓여간다. 여러 사람 마음 관리에 제 몸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자리가 지점장이다. 밤낮으로 각종 모임에 참석하다 보면 한 주가 후딱 지나간다.“자다가 깨서 옆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는 게 부부가 얼굴 보는 시간의 전부예요. 같이 있는 시간이 1주일에 서너 시간이나 될까 싶네요.”잠깐 스쳐 지나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건 같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매일의 시장 상황, 회사의 업무 지침, 최근의 금융 트렌드를 공유하고 있으니 시시콜콜 묻지 않아도 상대방의 기분을 짐작할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래서 어떤 마음일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아 있다.두 지점장은 영업 노하우도 부부처럼 닮아 있다. 처음과 끝이 같게, 1000만 원이든 1억 원이든 소중하게 고객을 대하는 한결같은 태도가 최대의 무기다. 변 지점장은 고객이든 직원이든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하면 반드시 티가 나기 때문에 진실한 마음과 꾸준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여성답지 않은 공격성, 남성답지 않은 세심함이라는 영업 스타일은 각자가 가진 장점이기도 하다.“박 지점장은 남자들보다 적극적이에요. 사람을 관리하는 능력을 타고나기도 한 데다 본인의 노력이 더해져 인맥 관리에 저보다 훨씬 뛰어납니다.”직장과 가정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평가인 만큼 이보다 더 정확할 수 없다. 남편의 칭찬에 아내도 나선다.“증권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다혈질이라고나 할까, 과감한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아요. 변 지점장은 보기 드물게 꼼꼼한 성격입니다. 특유의 책임감을 발휘해 손님과 직원들을 잘 챙깁니다.”증권사 지점장 부부는 가정사를 어떻게 꾸려 가는지 궁금하다. 주변에서도 재테크는 탄탄하겠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정작 가정 재테크 실적은 남들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부부가 모은 월급으로 집 한 채 장만한 정도다. 변 지점장은 자신의 돈에 신경쓰다 보면 고객의 돈을 소홀히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저 본분에 맞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 그가 잡은 최고의 목표다. 승진이나 재산은 그 와중에 생기는 부산물일 뿐이다.“지금 하는 일을 잘하다 보면 자연 몸값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후배인 지점 직원들에게 훌륭한 코치가 되어 주며 현재 제 위치에 맞게 행동하려고 합니다.”부부는 자녀 교육에도 큰 욕심을 버렸다. 초등학생인 두 딸이 그저 스스로 인생을 즐기며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공부를 잘하라고 닦달하지도 않는다. 열심히 살아가는 부모의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교재일 터다.“우리 부부의 경쟁은 이제 시작입니다. 지점장으로서 수익은 기본이고, 사람을 관리하고 가정을 경영하는데 있어서 자극을 주고받는 동반자이자 경쟁자가 될 것입니다.”김희연·객원기자 foolf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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