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싫다면, 미친 듯이 ‘몰두’하라

승자의 법칙 ⑧

이 주의 명작성공한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권력과 부를 추구하고 개인의 야망 지향적인 ‘이기적 성공’, 이와 달리 스스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에 몰두함으로써 그 결과로 부와 명예뿐만 아니라 사회에 아름다운 향기를 제공해 주는 ‘이타적 성공’으로 대별할 수 있을 것이다.이타적인 성공은 ‘착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기적 성공’을 ‘나쁜 성공’이라는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이기적인 성공보다 이타적인 성공이 훨씬 더 강력하리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가 성공을 이끄는 시대는 지났다.대니얼 골만은 ‘SQ 사회지능’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사람을 가장 잘 돕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을 얻는다. 즉, 가장 이타적인 행위가 가장 이기적인 행위가 된다. 남을 위해 베푸는 것은 실은 자기 자신을 위해 베푸는 것이라는 말이다.‘이기적 유전자가 성공을 이끄는 시대는 지났다’는 골만의 명제에 가장 부합하는 기업가로는 ‘카르마 경영(서돌 펴냄)’을 쓴 일본의 교세라 그룹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를 꼽을 수 있다. 기업가가 이타심을 강조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현실에서 이나모리는 ‘이타적 경영’이 기업 경영의 기본이라고 주장한다.이나모리는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린다. 27세에 3000만 원으로 교세라를 창업해 세라믹을 기반으로 세계 100대 기업으로 일궈낸 그는 돌연 회장직에서 물러나 불교에 귀의했다. 그는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고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기도 하다. 남을 위하는 마음이 비즈니스의 원점이다. 이른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정신을 늘 기억하라.이 책에서 주장하는 ‘이타적 경영’은 영리 추구를 절대적인 가치로 보는 기업가들에게는 다소 거부감을 갖게 할 수 있다. 이나모리는 “약육강식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내가 계속해 이타, 사랑, 배려 등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고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품기도 한다”면서 자신은 늘 ‘자리이타’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세상을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라는 이타의 정신과 사리보다 공익을 꾀하는 마음이 초기 자본주의의 윤리 규범이었다. 안으로 자기 자신을 지키는 엄격한 윤리를 ‘이타’라는 대의로 삼아 의무화한 것이다.이나모리는 늘 인생은 마음에 그리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졌다. 좋은 걸 생각하면 운명이 바뀌고, 이것이 또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또 원인과 결과는 놀라울 만큼 정확히 일치하므로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에 노심초사할 필요는 없다. 그는 이를 ‘카르마 경영’이라고 한다. 카르마는 업(業)이라고도 하며, 생각한 것이 원인이 되어 그 결과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운명은 인간의 힘으로 대항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운명을 바꾸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마음이며, 인생은 자기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동양 사상에서는 이를 ‘입명(立命)’이라는 말로 표현한다.이는 대니얼 골만이 “유전자가 운명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사회지능은 타고난 것보다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나모리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지방대를 나온 그는 은사의 추천으로 교토의 초자 제조업체에 입사했는데 그 회사는 내일 당장 문을 닫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다 쓰러져가는 회사였다. 다들 푸념하기 일쑤였고 하나 둘 사표를 내고 떠나갔다.그때 이나모리는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을 벗어난다고 해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차라리 180도 마음을 바꿔 일에 정성을 들이고 필사적으로 연구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연구실에서 먹고 자면서 매일 실험에 열중했다. 그랬더니 그 마음의 변화가 반영이라도 된 듯 연구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사들이 칭찬해 주자 점점 더 일에 열중하고 신이 났다. 그러자 또 계속 좋은 결과가 나오는 지속적인 선순환이 반복됐다. 그는 독자적인 방법으로 텔레비전 브라운관의 전자총에 사용하는 파인 세라믹 재료를 일본 최초로 합성,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후일 그가 교세라를 창업해 성공한 원동력이 됐다. 마음가짐을 바꾼 순간부터 인생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이전까지의 악순환은 선순환으로 변했다.그는 이러한 경험에서 인간의 운명이란 결코 정해진 법칙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이나모리는 이때 ‘모든 일은 마음이 만들어낸다’는 근본 원리를 인생의 진리로 겸허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사업의 ‘원리원칙’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결코 회사의 사익이나 체면에 있지 않다. 그것은 사회나 사람들에 대한 공헌에 있다. 이용자들에게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 경영의 근간이자 원리원칙이어야만 한다.이나모리는 “카르마 경영의 중심에는 도덕과 원칙이 있다”고 강조한다. 인생의 길을 걷다보면 예외 없이 선택과 결단을 내려야만 하고 살아가는 것은 그러한 판단의 집적이자 결단의 연속이다. 이때 지침이 없는 선택은 지도 없이 떠나는 항해와 같으며 철학이 없는 행동은 등불 없이 어두운 밤길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다. 원리원칙에 따르는 삶이란 두 가지 길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하면 좋을지 몰라 고민이 될 때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지 않고 아무리 힘든 일이 많은 가시밭길이더라도 ‘모름지기 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어떻게 보면 우직하고 요령 없어 보이기도 하는 그런 삶이다.이나모리는 일본이 부동산 광풍에 휩싸여 있을 때에 부동산에 투자(투기)하라는 유혹을 많이 받았지만 투자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에게 ‘경제원칙’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원칙으로 따지자면 “가지고만 있어도 물건의 가치가 오른다”는 논리는 터무니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원칙에 반하는 행위들이 당연한 것처럼 횡행하고 있었다. 결국 부동산에 투자한 기업들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타격을 받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처럼 손해를 보면서도 지켜나갈 수 있는 철학이 있느냐 없느냐, 고통을 알면서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느냐 없느냐는 그 사람이 진정한 삶의 방식을 갖췄는지의 여부와 성공의 열매를 거둘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결정해 주는 분수령이다.알기만 해서는 안 된다. 실행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교세라가 한창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을 때 교세라의 임원들은 업무상 외출할 때 운전사가 딸린 차를 타고 나갈 수 있었다. 한 임원이 정시에 퇴근하려고 했는데 회사 차를 쓸 수 없었다. 임원이 늦게까지 일하는 것으로 알고 총무과에서 업무상 차가 필요한 영업 부장에게 그 차를 쓸 수 있도록 조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안 임원은 노발대발했고 결국 이나모리 회장의 귀에 들어갔다. 그때 이나모리는 임원을 불러 회사 차는 ‘업무용’이지 출퇴근하는 ‘자가용’이 아니라고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임원은 어느새 원칙을 어기고 자가용으로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더라도 어쨌든 우선 열심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파고들라. 좋아하기 때문에 일에 몰두할 수 있고 몰두하는 가운데 좋아하게 된다.이나모리는 싫은 일도 몰두함으로써 고통 속에서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좋아하는 것’과 ‘몰두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그 인과관계는 순환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전진하면 인생은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미치도록 싫은 사람이 있다면 한번 ‘몰두’해 보자. 손해 볼게 없지 않은가!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은 “다소 부족한 듯한 상태에서 만족을 느끼며, 남은 것을 남과 공유하는 아름다운 마음, 다른 사람에게 주어 그를 채우는 배려심 등을 가져라”며 ‘이타적 경영’을 강조한다.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는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강의를 하는 한편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5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49가지’ ‘메모의 기술 2’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의 저서가 있다.최효찬·자녀경영연구소장 / 문학박사 roma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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