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이익도 늘어야 ‘호재’

투자시 시장점유율 활용법

주식 투자에서 가장 쉬운 지표는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일 것이다. 너무 흔한 지표여서 무심코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무척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시장점유율은 기업·산업 분석에서 반드시 필요하며 기업의 경쟁력 평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이용하는 지표이기도 하다.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려운 작업의 산물이다. 경쟁 시장에서 고객 만족의 표시는 시장점유율 상승의 결과물로 나타난다. 2009년 주식시장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산업은 정보기술(IT) 산업과 자동차 산업이다. 양 산업 모두 수출 산업이며 금융 위기에 따른 산업 재편 과정에서 세계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 내에서의 위치 변화는 주가 상승으로 반영되고 있다.자동차의 경우를 살펴보면 현대자동차는 2000년 2.5%의 세계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이후 3~4년에 걸쳐 1%포인트의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2002~04년 3%대, 2005~08년 4%대로 개선됐다.하지만 2009년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1%포인트나 상승한 5.3%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3~4년에 걸쳐 확장되던 양상이 불과 6개월여 만에 이뤄진 것이다.지난 세월의 다양한 기술 개발, 모델 업그레이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의 산물로 보이는 이 같은 결과는 급격한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현대자동차의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시장점유율의 상승은 다양한 측면에서 선순환 구조를 발휘한다. 바로 생산 설비의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존 설비의 가동률 개선으로 인한 영업 레버리지 효과는 시장점유율 상승에 따른 매출액 증가율보다 영업이익 증가율을 더 높게 창출할 수 있다.현대차는 물론 기아차의 경우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5~07년 1.9% 수준에 머물렀던 세계 시장점유율이 2008년 2.1%, 2009년 상반기에는 2.6%로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IT 산업에서도 사례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휴대전화 시장에서 LG전자의 성과는 눈부실 정도다. LG전자는 이미 앞서 가던 일본의 소니, 미국의 모토로라를 제치는 역량을 보여줬다.시장점유율의 변화와 LG전자 주가의 변동성은 동일한 궤적을 보여줬다. LG전자는 휴대전화에 이어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에서도 최근 유사한 시장점유율 상승을 보이고 있다.시장점유율을 높인 기업이 급격하게 다시 점유율을 잃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잠재된 경쟁력이 시장점유율 확대로 가시화되기 때문이다. 경쟁력은 1년 단위에서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2~3년간 기업 변화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시장점유율 상승 과정에서 반대의 결과가 발생되기도 한다. 바로 통신 서비스 시장이다. 지난 6월 통신 서비스 업체 전환 조건으로 30만~40만 원대의 공짜 휴대전화가 거리 마케팅 차원에서 쏟아졌다. 통신 서비스 업체는 시장점유율 지키기와 뺏기 경쟁을 몇 개월째 지속하고 있다.통신 시장의 합병 과정에서 발생된 경쟁은 과열 양상까지 보였다. 지난 2005~08년 연평균 6% 수준의 한정된 국내 가입자 시장 성장률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통신 서비스 업체들의 치열한 마케팅(=보조금)대전은 부정적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을 종료하지 않는 이상 비용 소모전은 지속될 것이다. 통신 서비스 업체들의 주가가 부진한 이유다.이 같은 현상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치킨게임’이라는 이름으로 특히 극명하게 나타났다. 지난 2006년과 2007년의 급격한 설비 증설과 시장점유율 확장 싸움은 2008년을 기점으로 적자 전환이라는 결과물로 마무리됐다. 시장점유율 경쟁에서는 선두 업체든, 후발 업체든 모두 비용이 수반된다. 경쟁이 심화되는 구간에서는 주가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결론적으로 산업 재편 과정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IT, 자동차 업종 내 기업들의 경우 분기마다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제공할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현대차 기아차 넥센타이어 등이 이에 해당된다.반면 통신 서비스 산업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멈추어지지 않는 이상 기대치를 낮춰야 할 것이다. 마케팅 비용 지출이 일시적인 비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닌 ‘싸움’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 결과 시장점유율 싸움에서 이기고 있는 IT 기업과 자동차 관련 기업이 더 나은 소식을 전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또 다른 측면은 시장점유율이 기존 시장에서 확장될 수 있다. 내수 산업의 경우가 그렇다. 최근 명동에서는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이처럼 국내를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내수 시장이 확장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이제 더 이상 수출산업에서만 세계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기업을 찾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내수 기업들의 해외 확대 전략, 즉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신세계의 부산 센텀시티는 내국인은 물론 인근 국가들의 여행객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쇼핑센터가 아닌 외국 관광객들을 위한 쇼핑센터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과거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기업은 저임 노동력 및 낮은 지가를 이용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 소비 시장을 향한 현지 진출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서비스 시장에서는 홈쇼핑, 게임 산업이 그 좋은 예다.물론 아직은 수출산업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가 눈에 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내수 산업에서 주변국으로의 시장 확대 전략을 사용하는 기업들을 보다 눈여겨봐야 할 듯하다.이들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투자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신세계는 부산 센텀시티를 통한 관광 쇼핑객 수요층 확대, 중국 내 이마트 확장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 파이를 키우면서 유통시장의 점유율 확대에 대한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또 시중 백화점 매장의 1층에는 수많은 수입 화장품들이 즐비하다. 내수 시장에서 해외시장으로 확장을 지속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시장에서의 방문 판매, 출시 제품 확대를 계획 중이다.이처럼 내수 시장점유율 1위 업체들의 세계 시장점유율 확장이 IT 산업, 자동차와 같은 수출산업과 같은 모습으로 내년쯤에는 좀 더 가시화될 것을 기대해 본다. 좀 긴 호흡을 가진 투자자라면 진행 과정을 점검해 봐야 할 시점이다.민후식·템피스투자자문 운용본부장 hoosik_min@temp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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