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기대로 ‘완만한 상승’ 지속

원유 및 원자재 가격

최근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원유의 현물 가격은 7월 말 현재 배럴당 65달러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08년 말 배럴당 약 36달러 선에 비교해 보면 불과 6개월여 사이에 두 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하지만 유가 수준을 2008년 7월 4일의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0.7달러와 비교해 보면 아직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2009년 상반기 원유 시장을 요약하면 연초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을 저지하기 위한 석유수출기구(OPEC)의 감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석유 수요가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빨라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됐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19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하지만 미국 등 주요국 경제 지표가 바닥에 이르렀다는 견해가 제기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된 결과 주요국 증시 강세 및 달러화 약세 전환을 보였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주요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정정 불안으로 인한 공급 우려와 OPEC 회의에서 생산 쿼터 유지 결정이 가세하면서 국제 유가(WTI 기준)는 7월 말 현재 연초 대비 43% 상승했다.전 세계 경기 침체가 연말에 이르러서야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인 가운데 2009년 하반기에는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되 상승 폭이 완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OPEC,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2009년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를 재차 하향 조정했다. 이들 기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 침체 심화 및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산업 수출 감소가 석유 수요 감소의 원인으로 보며 중동 및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 전망에 근거해 석유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석유 수요 회복은 2010년 이후에나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석유화학 전문 박영훈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이 감소했고 정제 업체 가동률도 낮은 상태이므로 유가가 강세를 보이기는 어려운 국면으로 판단된다”며 “설령 올 하반기 유가가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전고점 수준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현대경제연구원의 주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하반기 유가는 기본적으로 최고치였던 배럴당 140달러대를 향해 올라가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며 유가에 가장 큰 변동 요인은 미국 경제의 회복세다. 미국과 OECD 회원국의 원유 소비 수요량이 줄어든 것이 유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공업국의 원유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 현재 유가 상승의 근본적 원인이고 석유 거래시장에서 투기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삼성경제연구소는 두바이유의 하반기 평균 가격을 지난 4월보다 29.9% 오른 64.9달러 수준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유가가 임계치인 79달러를 넘으면 무역수지 악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원자재 시장은 유가의 변동 폭에 따라 시차를 두고 따라 올라가는 속성에 따라, 하반기 유가 상승 전망과 함께 원자재가도 동반 상승이 예상된다. 원자재의 채굴과 정제 과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원자재가의 상승을 야기한다. 원자재 시장도 공급 및 수요가 감소한 상태에서 가격 상승에 무게를 두기는 어려울 전망이며 2009년 하반기 강보합세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박 애널리스트는 내다봤다.삼성경제연구소는 철광석 36.9%, 비철금속 중 대표적 산업용 원자재인 전기동은 24.4% 오르는 등 원자재 가격이 하반기 지난 4월에 비해 19∼37% 정도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하반기에 각국의 재정지출이 몰리면서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지만 OPEC가 감산에 나서는 등 공급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최근 3개월간 수입 원자재 가격이 연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 7월 10일 한국수입업협회(KOIMA)가 발표한 6월 원자재 수입 가격 지수인 KOIMA지수(1995년 12월의 수입 원자재 가격을 100으로 정해 가격 변화를 표시하는 지수)는 253.08을 기록, 5월에 비해 29.0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5월에 이어 6월에도 특히 농산, 광산, 유·무기원료, 유화원료, 섬유원료, 철강재, 비철금속 등 전 부문이 상승세를 보였다. 두 달 연속 전 부문이 오름세를 보인 것은 4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원자재 정보 전문 업체인 코리아PDS의 2009년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 비철금속 시장의 경우 최소한 3분기까지 실물경제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상반기와 같은 급등은 재연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철강의 경우 중국의 사재기로 인해 철강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하반기 상승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 하반기 금시장을 결정할 이슈는 경기 회복이다. 경기 회복세가 점차 가시화되면서 귀금속용 수요 역시 다시 회복될 것으로 보여 금 가격은 추세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삼성경제연구소는 이러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이득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지금 같은 경제 침체기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글로벌 경제 회복과 수출 확대에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4년 이후 자원 가격 상승기에 우리의 자원 보유국에 대한 수출도 연평균 23.3% 증가했던 것처럼 자원 보유국 수입 증가가 우리 수출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원 보유국의 경기 회복 속도를 감안해 수출, 투자 전략을 세분화하라고 충고했다.원유 및 원자재의 가격 상승을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댓값이 원자재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나는 경기가 원자재 수요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제이피모건(JP) 자료를 보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올 들어 왕성하게 원자재 사들이고 있다. 4월 중국의 철광석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원유 수입도 14% 늘었다. 구리나 석탄 수입 물량은 각각 100% 이상 증가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도 최근 세계 원유 수요 예상치를 9개월 만에 상향 조정했다.원유 및 원자재 값 상승 폭이 커질 경우 우리 경제에 자칫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원자재 값 상승이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물가가 상승하면 환율 불안 및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주 연구위원은 “상승세가 커진다면 기업 활동에 있어 구매력이 낮아져 실질적인 회복을 가로막고 나아가 우리 경제의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현대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유가 재상승이 경기 회복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이 제품 생산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의 가격 변동에 대해 선물 시장에서 헤지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주유 원자재에 대한 중장기 조달 계획을 수립하고 원자재 구매 시 장기 공급 계약 확대가 필요한 때라고 짚었다.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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