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 ‘들썩’…금리 인상 ‘주목’

과잉유동성과 부동산시장

올 상반기 국내 아파트가격지수는 지난해 하반기의 급락세에서 벗어나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의 경우 뚜렷한 상승세룰 보이고 있으며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과천 지역은 올 들어 6월 말까지 무려 12% 이상 상승했다.6월 중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올해 1월 1만8074건에 그쳤으나 2월 2만8741가구, 3월 3만7398가구, 4월 4만803가구, 5월 4만3704가구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역시 신학기 등 계절적 요인, 불확실성 감소 등으로 전세 거래 심리가 회복되면서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상승세는 서울 강남 등 소위 버블 세븐 지역에서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이처럼 주택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먼저 주택 수요 심리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CSI) 등이 올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2008년 말 급격히 악화된 경제에 대한 공포 심리가 안정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빠르게 진정되고 있다.다양한 부동산 대책의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한 이유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는 주택 수요 억제 규제를 완화해 거래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으며 미분양 해소 등 건설 경기 보완을 위한 세제 및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인위적 수요 억제 및 거래 제한 장치인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을 강남 3구를 제외하고 전면 해제했다. 또한 신규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대폭 줄였고 종합부동산세 등 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도 완화했다.정부와 금융회사가 가계 대출에 대한 부담을 완화한 노력도 회복세에 일조했다. 통화 당국의 대폭 금리 인하로 유례없는 초저금리 기조가 형성된 가운데 금융회사들이 가계 대출 만기 연장 등 다양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08년 10월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3.25%포인트 인하, 2009년 7월 현재 사상 최저치인 2.0%를 기록하고 있다.그런데 하반기 들어서자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등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는 거래량이 빠르게 늘면서 실거래가도 상승했고 일부 재건축 단지는 2006년 말의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특정 지역의 주택에 대해서는 투기적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택 시장의 버블화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이들 지역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그동안 풀어줬던 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아직 과열 단계는 아니지만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는 이유는 시중에 풀린 풍부한 단기 부동 자금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지금까지 본원통화(MB)를 1.2~1.3배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투자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선순환되지 못한 채 금융권의 단기 수신으로 집중되고 있다. 2000년 409조6000억 원 규모의 금융회사 단기 수신 자금들이 지속적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증하면서 2009년 말 1분기 현재 약 800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5~10%대의 MB 증가율이 금년 상반기에는 20~30%로 급증했다. 저금리 정책과 통화량 급증은 경기 침체를 막는 데는 기여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단기 부동 자금은 현재 부동산, 주식 등 초과 수익이 존재하는 곳으로 유입 및 이탈돼 해당 자산의 가격을 쉽게 급등시키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과잉유동성의 부작용을 견제하기 위해 ‘출구 전략(Exit Strategy)’이 우리나라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금리를 올렸을 때 과연 투자·수출·소비·고용 등에서 우리 경제가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감이 크다. 통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은 경제 상황이 정상 궤도로 근접할 경우를 대비해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유동성을 축소하는 등의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버블은 우려하지만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금융 규제를 통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금융 긴축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에 신중한 이유는 과거 일본의 사례 때문으로 보인다.1989년 5월 일본은 버블 경제를 차단하기 위해 당시 2.5%였던 정책금리를 2년 동안 6.0%까지 인상했고 부동산 대출 총량에 대한 규제를 실시하는 등 초강도 긴축 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무리한 수요 억제 정책 때문에 1990~91년 4%대였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92년 1.0%로 하락했다. 이후 10년간 저성장 국면 속에서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이 확대되는 ‘잃어버린 10년’의 단초를 제공했었다.현재 정부는 현재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출구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예컨대 MMF 내 국고채 편입 비율을 늘리고 사모펀드(PEF)가 경영권과 분리해 기업의 알짜 자산만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미시적인 정책뿐만 아니라 팽창된 유동성이 기업 생산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투자 펀드를 만드는 것을 논의 중이다. 이처럼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 의지를 확연하게 읽을 수 있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도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승세는 상존해 있는 국내 경제의 수요 및 공급의 제약 요인 때문에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먼저 수요 요인으로 첫째,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다.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에 따른 투자 부진과 수출 증가율 감소 등으로 당분간 잠재 성장률을 밑도는 성장세가 전망되고 있다. 둘째, 은행권의 대출 여력 축소다. 초저금리 기조 속에 상대적으로 고금리 수신 등에 의존해야 하는 은행권의 자금 조달구조 악화와 주식시장으로의 ‘머니 무브(money move)’에 따른 자금 이탈 등으로 주택 담보대출 증가에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한편 공급 요인으로는 첫째, 대규모 미분양 아파트의 존재다. 2008년 하반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던 미분양 아파트는 2009년 4월 현재 16만 가구를 넘어섰고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특히 악성으로 알려진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꾸준히 증가해 5만 가구를 상회하고 있다. 둘째, 잠재된 공급 매물이다. 지난해 정부의 기간 연장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처분조건부대출에 따른 매도 물량 부담, 거치 기간 만료에 따른 주택 담보대출에 대한 원금 상환 부담 등은 여전히 잠재돼 있으며 강남 3구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 대한 전매권 제한이 완화됨에 따른 매도 물량 증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목표보다 늘어난 공급이다. 올해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 목표가 주택 시장 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수요에 상응하기 위해 지난해 37만 가구에 비해 6만 가구나 늘어난 43만 가구로 확정됐다.종합적으로 볼 경우 하반기 주택 경기는 앞으로 전반적인 상승 기조를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현재와 같이 버블 세븐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주택시장의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동안 정부의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양도세 인하 등의 대책이 단기적으로 악성 미분양 아파트가 산적해 있는 지방보다 대기 수요가 상존하고 있는 수도권의 특정 지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박덕배·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dbpark@h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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