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호 미래 ‘6대 변수’에 묻다

지난 7월 23일 코스피(KOSPI)는 장중 1500선을 돌파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충격으로 세계 금융 시스템이 무너진 작년 9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3월 중순 이후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외국인도 110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한국 시장에 돌아왔다. 2007년과 2008년 외국인 투자자들이 회수해간 470억 달러에 비하면 아직 적은 금액이지만, 한국 시장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까.올 들어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하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전월 대비 월평균 3%대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말 수출 급락으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아직 큰 폭의 감소율을 나타내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휴대전화, 액정표시장치(LCD), 자동차를 앞세우고 주요 시장에서 경쟁사를 제치며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하반기에도 한국 수출 기업의 놀라운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까.최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외 각종 경제지표는 최악의 시기가 지났음을 속속 확인해 주고 있다. “성장이 돌아오고 있다”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은 빠르게 확산되는 경기 낙관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버냉키 의장의 강조점은 아직은 침체 탈출 선언보다 추가적인 인내심을 주문하는데 맞춰져 있다. 이제 긴박한 위기 모드에서 벗어나 ‘위기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출구 전략(Exit Strategt)’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과연 하반기에는 경기 침체의 터널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를 판단하려면 먼저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가 놓인 상황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2007년 하반기부터 불거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시발점으로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확산됐다. 현재 세계는 각국 정부와 통화 당국이 총동원돼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와 통화 발행으로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다.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은 “실업률이 계속 상승하고 가계소비도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과 증세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무엇보다 경기 부양 정책으로 시중에 막대한 자금이 풀리면서 화폐적 인플레이션 위험이 심화되고 있다. 이미 미국 국채 시장에서는 제로 금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가 치솟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는 바로 금리 인상과 증세다. 이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바로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가는 길이다. ‘출구 전략’ 논란이 의미심장한 무게를 갖는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물론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한국은 이미 경기 회복의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어두운 경제 전망을 내놓아 ‘닥터둠(Dr. Doom)’이라고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한국에 대해서만큼은 높은 점수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한국의 통계 지표들은 경기 회복이 시작됐음을 보여 준다”며 한국의 경제 상황이 선진국들보다 훨씬 빨리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하반기 경기 회복과 관련해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바로 경제성장률이다. 지난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전 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제 관심은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로도 플러스 성장을 달성할지 여부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플러스 성장은 불가능한 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코 녹록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가 하반기 플러스 성장 가능성에 다소 신중한 이유는 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가 상반기보다 약화되고, 수출과 직결된 세계경기 회복도 낙관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과잉유동성 논란을 촉발한 부동산 시장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도 빼놓을 수 없다. 하반기 들어 소위 ‘버블 세븐’ 지역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급등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는 거래량이 빠르게 늘면서 실거래가도 상승했고 일부 재건축 단지는 2006년 말의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 상승세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성장과 은행권의 대출 여력 축소로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16만 가구를 넘어선 대규모 미분양 아파트의 존재도 발목을 잡고 있다.‘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불리는 수출은 지난 1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사상 최초로 세계 수출 순위 9위 진입도 기대된다. 하지만 상반기 수출 기업의 선전이 환율 효과와 글로벌 시장의 재고 재축적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경기 회복 조짐과 함께 들썩이고 있는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도 중요한 복병이다. 특히 국제 유가는 지난 6월 말 배럴당 73달러까지 상승,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지난해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일단 7월 들어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배럴당 60달러 선에 머무르고 있지만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중국은 세계경제를 침체에서 건져낼 현재로선 가장 강력한 희망이다. 중국은 지난 상반기에도 7.1%의 경제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양책에 힘입어 7분기 연속 성장률 둔화세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중국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들어서면 중국의 2대 교역국인 한국에는 큰 축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 회복이 정부 보조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상반기 같은 빠른 반등이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일부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 불안의 재연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우선 유럽판 서브프라임 사태로 불리는 동유럽 문제가 관심사다. 핵심은 동유럽의 금융 부실이 유럽 전체의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의 신뢰성 약화에 따른 새로운 시스템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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