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마음 사로잡는 리더십 돋보여

STX그룹 성공비결

“STX그룹은 사실상 쌍용그룹 전 회장의 돈이 들어간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10년도 안된 시간에 어떻게 재계 서열 10위권을 넘볼 수 있냐고요? 업계에서는 틀림없이 뒷배(?)가 있다고 봅니다.” 몇 년 전부터 참 많이 들어온 얘기다. 사실 필자가 쌍용그룹 전 회장(당시 김석원 신한국당 대구 달성군 지구당 위원장)의 홍보부장으로 근무할 때 현 STX그룹 강덕수 회장 또한 쌍용중공업 부장으로 대구에서 근무했던 터라 옛 쌍용에 근무했던 다른 이들보다 그런 질문을 더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답은 절대적으로 “No”다.강 회장은 1973년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28년 동안 ‘쌍용 맨’으로 근무했다. 외환위기를 겪던 2000년 쌍용중공업이 퇴출 기업으로 지정되자 인수 주체인 외국계 컨소시엄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강 회장은 쌍용중공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독자 생존을 위한 경영 체계를 구축한 뒤 2001년 사명을 STX로 바꿔 새로운 기업으로 출범했다. 조선·에너지·해운·건설 사업에 진출하는 한편 글로벌 생산 체제와 해외 생산 거점을 구축해 창사 9년 만에 매출을 100배 이상 늘렸다. 특히 STX그룹 출범 이후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리더십을 발휘해 회사를 살리고 키우는 데 전 인적자원(HR)의 힘을 모았다. 그것이 고객 중심 경영, 속도 경영, 기술 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바탕이 돼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강 회장의 별명 중 하나는 ‘재계의 알라딘’이다. 강 회장에게 알라딘의 마술 램프는 ‘기업 인수·합병(M&A)’이었다. 부실기업을 하나씩 사 모아 매출 30조 원짜리 거대 그룹을 만드는 데 1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 정도면 ‘마술’이 맞다.1973년 쌍용그룹에 입사한 후 30년 가까이 샐러리맨으로 살던 강 회장은 21세기 들어 화려하게 변신한다. 외환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던 쌍용그룹은 2000년 11월 쌍용양회가 갖고 있던 쌍용중공업 지분 34.45%를 163억 원에 한누리증권이 전면에 나선 한누리 컨소시엄에 팔았다. 주당 2400원 정도의 헐값이었다. 한누리 컨소시엄은 쌍용중공업을 인수하고 난 뒤 당시 쌍용중공업의 재무책임자(CFO)로 있던 강 회장을 대표이사로 내세웠다. 강 회장의 눈에는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회사를 아예 사 버리자.” 결심이 서자 가족들과 동해안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자녀들을 모아 놓고 조용히 가족회의를 열었다. “아빠가 큰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 일이 잘못되면 앞으로는 학비를 제대로 대 주지 못할 수도 있다.” 강 회장의 그때 나이 쉰 살. 함부로 모험을 감행하기에는 늦은 나이였지만 밀어붙이기로 했다.개인 돈 20억 원을 쏟아 부었다. 당시 가지고 있던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를 주요 자금원으로 활용했다. 가족들은 전셋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CEO로 있으면서 받은 스톡옵션 140만 주도 큰 힘이 됐다. 주가가 5000원을 웃돌 것으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래저래 모으다 보니 쌍용중공업의 지분 14.4%를 가진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강 회장은 여세를 몰아 본격적으로 M&A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을 필두로 2002년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인수에 나섰다. 인수 자금 500억 원은 STX조선해양의 증자 대금으로 충당했다. 가볍게 몸을 푼 강 회장은 본격적인 대물(大物) 사냥을 시작한다. 범양상선의 매출은 당시 STX그룹 전체 매출과 맞먹는 규모였지만 어렵사리 인수에 성공했다.하이라이트는 2007년 이뤄낸 아커야즈(현 STX유럽) 인수다. 설립된 지 10년도 되지 않은 한국의 신생 그룹이 세계 최대 크루즈선 건조 회사를 삼킨 것이다.이렇게 꾸려진 STX그룹은 강 회장의 변신만큼이나 극적인 성장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쌍용중공업 시절 2000억 원을 겨우 웃돌던 매출액은 작년에 28조 원으로 140배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30조 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강 회장과 STX그룹 HR들의 도전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약력: 연세대 대학원 졸업. 83년 쌍용그룹 입사. 95년 국회의원 보좌관. 2002년 위드스탭스 홀딩스 대표. 2009년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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