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재개발 활성화 …‘쪽방대란’우려

서민 주거용 도시형 생활주택

도시형 생활 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늘어나는 1~2인 가구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시형 생활 주택을 도입한데 이어 서울과 부산 등 지자체가 세부 계획을 마련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한결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싱글족으로 대표되는 소형 주택 수요가 늘어났고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 사업으로 인해 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도입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2인 가구는 해마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1985년 183만6000가구에서 1995년에는 382만7000가구, 2005년에는 669만2000가구로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주택 수는 반대로 해마다 줄고 있다. 통상 소형 주택으로 간주되는 전용면적 65㎡ 주택은 지난 1985년에는 전체 재고 주택의 53%였지만 20년 후인 지난 2005년 조사에서는 40%로 감소했다. 이는 주요 대도시의 경우 재건축, 재개발 등이 활성화되면서 소형 주택이 중소형 주택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제도적인 문제도 소형 주택 공급에 제약이 됐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20가구 이상 주택을 공급할 때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고 분양 사업 절차를 승인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다. 당장 분양가 상한제만 적용해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 보니 건축주들이 외면한 결과다. 소형 주택을 지으려는 건축주는 주택법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 최대 19가구로 집을 지어 공급하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했다.도시형 생활 주택은 크게 단지형 다세대, 원룸형, 기숙사형으로 구분된다. 단지형 다세대는 가구당 주거 전용면적이 85㎡ 이하의 다세대주택을 말한다. 다만 주거층은 4층 이하로만 건립해야 하며 연면적도 660㎡로 제한하고 있다. 원룸형과 기숙사형은 욕실과 부엌 설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가구당 주거 면적이 12~30㎡로 가구별 독립된 주거가 가능하도록 욕실과 부엌이 마련돼 있으면 원룸형이고 가구당 주거 면적이 7~20㎡면서 취사장 세탁실 휴게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면 기숙사형으로 분류된다.정부가 도입하려는 도시형 생활 주택의 골자는 소형 주택으로 단지를 개발할 경우 주택법이 적용하는 규제 상당수를 예외로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다.무엇보다 주차장 의무 확보 면적이 개선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구체적인 기준은 각 지자체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원룸형은 가구당 0.2~0.5대, 기숙사형은 가구당 0.1~0.3대의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조례를 정하도록 규정했다. 현재 가구당 1대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물론 분양가 상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지자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서울시가 대표적이다.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이 계속되고 있지만 원주민들의 낮은 재정착률이 고민이던 차에 정부의 도시형 생활 주택 안이 발표되자 서울시는 기다렸다는 듯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최근 서울시는 관악구 신림동 신대방역 인근에 원룸형 공동주택을, 성북구 돈암동 길음역 인근에 기숙사형 공동주택을 건립하는 인·허가를 8월 중 낼 예정이다. 사업안에 따르면 신림동 원룸형 주택은 1875㎡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9층으로 건립돼 전용면적 18.29㎡ 규모의 149가구를 공급한다. 돈암동 기숙사형 주택은 317㎡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6층짜리 건물로 지어지며 전용면적 17㎡ 규모로 21가구를 공급한다.서울시는 이어 시유지인 강서구 방화동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 주변 785㎡의 부지에 전용면적 12∼30㎡ 규모의 원룸형 주택 70가구, 서초구 우면동 우면2택지개발지구 내 1만970㎡ 부지에 전용면적 59∼84㎡ 규모의 단지형 다세대주택 140가구를 각각 오는 12월 착공할 계획이다.한국주택토지공사도 내년 상반기 중 송파구 삼전동에 원룸형 주택을 대거 공급할 계획이다. 총 부지 면적은 1065.4㎡이며 7층 2개동, 총 60가구 규모다. 개별 호당 면적은 전용 21~26㎡이며 각 동은 30가구로 구성된다.민간 업체들의 대응도 발 빠르다. 몇몇 업체는 벌써부터 도시형 생활 주택이 들어서기에 유리한 지역을 물색 중이다. 이와 반대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다세대주택을 도시형 생활 주택으로 재건축할 수 있는지 물어오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도시형 생활 주택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도시지역에만 건립이 가능하다. 법률적으로 도시지역은 인구와 산업이 밀집돼 있거나 밀집이 예상돼 해당 지역에 대해 체계적인 개발·정비·관리·보전 등이 필요한 지역을 의미한다. 사실상 도시 내 모든 지역을 의미한다.도시형 생활 주택의 가장 큰 매력은 규제 완화로 수익성이 높아진다는데 있다. 주택 공급에 관한 기준이 대폭 완화되기 때문에 건축비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 주차 대수 규정만 줄여도 공급 주택 수는 큰 폭으로 늘어나게 마련이다.그렇다면 어떤 곳이 도시형 생활 주택지로 유망할까. 법의 취지에 맞게 1~2인 가구 수요가 많은 곳일수록 유리하다. 이들은 주로 대학가, 역세권 등지에 집을 구하는 경향이 많다.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부동산114는 도시형 생활 주택의 유망 지역으로 △강남 테헤란로 일대 주거지역과 △광화문 회현역 중심업무지구 일대 △마포대로변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일대를 꼽았다.◇ 도시지역 건축 활성화와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반대로 주거 환경이 악화되는 것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이들 주택은 당장 주차 문제가 선결 과제가 될 수 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남은경 팀장은 “도시형 생활 주택 역시 민간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부양책에 불과하다”면서 “주택 사업자들에게 유리하도록 법령을 개정하는 것이 서민 주거 안정에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주거복지연대 남상오 사무국장도 “공영 개발 등은 뒷전에 두고 건설 경기 부양으로만 서민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집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다세대, 다가구 등은 환금성이 떨어져 투자 선호 대상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건축업자들 입장에선 당장의 규제 완화가 도움이 되겠지만 수요층의 관심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변죽만 울리는데 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다주택에 대한 세금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임대사업용으로 활용하기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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