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날려버린 물갈이&새판짜기

청와대 통신

청와대가 7월 들어 물갈이 작업으로 어수선하다.행정관(2~5급)급 정기 인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기 인사는 지난해 2월 현 정권 출범 이후 몇 번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승진 50여 명과 100명 가까운 인사이동으로 그 규모가 가장 크다는 점에서 청와대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각 수석실별로 인사를 끝낸 곳도 있고 선별 작업 과정에서 난항을 겪는 곳도 있다.청와대 행정관 출신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눠진다. 각 부처에서 파견 나온 경우가 가장 많다. 여당 당직자나 의원 보좌관, 대선 캠프 참여 인사 등 정치권 출신도 적지 않다. 그 외에 시민 단체와 기업체 출신을 비롯한 민간 영역에서도 왔다. 정기 인사는 관료 출신들의 순환 인사와 맞물려 있다. 또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일찌감치 터를 닦기 위해 나가는 정치권 출신 사람도 상당수다. 각 부처로 돌아간 관료들 자리엔 대개 그 부처 출신으로 채워진다.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현 정부 들어 뒷말을 많이 낳았던 이른바 ‘S(서울시청 출신)라인’, 대구·경북(TK), 대선 때 외곽의 핵심 단체로 활동한 선진국민연대 출신들의 퇴조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중도 실용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정치권에선 서울시청 출신이 청와대에 대거 진출하면서 권력 집단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무성했다. 청와대에는 18명의 서울시청 출신 행정관들이 일해 왔고, 이 중 절반 정도가 이번 인사에서 물갈이 리스트에 올랐다. 이는 가급적 다양한 인사들이 청와대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민연대 출신 행정관 중 일부도 교체 대상이다.인사비서관실의 A 행정관이 교체된 것을 두고 뒷말도 나오고 있다. 과장급인 A 행정관은 서울시 출신으로 현 정부 들어 금융 공기업 인사를 맡아 왔다. 대구 출신인 A 행정관은 TK 인사가 금융권에서 대거 자리를 차지하도록 하는데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투서와 루머 등이 나돌았으며 이로 인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조사까지 받았다. A 행정관은 교육과학기술부로 발령이 났으며 민정수석실 조사 결과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돈다.청와대 직원들은 또 조직 개편설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직 개편설은 7월 말이나 8월에 있을 것으로 점쳐지는 개각 및 청와대 인적 쇄신과 맞물려 그럴듯한 시나리오와 함께 고개를 들고 있다. 우선 국정수석실을 없애고 관련 업무를 청와대 경제수석실을 비롯한 각 수석실이나 해당 부처에 이관할 것이라는 설들이 나온다. 올해 초 등장했다가 쑥 들어갔던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 통합설이 다시 돌고 있다.물론 청와대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동관 대변인은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 사실이 아니다”고 차단막을 쳤다. 국정기획수석실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 수십 개가 쌓여 있고 이 대통령이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녹색 성장 업무도 맡고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반응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조직 개편설이 꼬리를 무는 것일까. 정권 출범 1년 반이 다 돼 가는 시점에서 국정 운영 중반에 걸맞게 ‘리모델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주된 이유다. 국정기획수석실은 대운하와 공공부문 개혁,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대통령이 대운하 포기 선언을 했고 공공 부문 개혁도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이제는 업무 조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청와대 홍보 기능이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로 분리되면서 대정부 홍보 기능에 혼선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이 대통령이 비슷한 업무를 여러 곳에서 하도록 하면서 경쟁을 유도하는 전략을 선호하는 만큼 조직 통폐합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향후 국정 개혁 구상 과정에서 통폐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비서관(1급)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월엔 소폭 인사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비교적 대폭 쪽으로 갈 것으로 전해졌다. 이래저래 청와대의 7월은 떠나고 들어오는 보따리 행렬로 뒤숭숭한 분위기다.홍영식·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yshong@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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