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보석’ 수두룩…호평 이어져

1위 넘보는 다크호스는 누구?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되, 변동성이 클 때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라.”2009년 상반기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1위 못지않게 호평을 받은 다크호스 애널리스트들의 공통점이다.2009년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예상외 선전을 기록했다는 평가다. 주식시장이 통상 경기선행지수인 점을 감안하면 다크호스 애널리스트들의 이 같은 평가는 기관, 개인 투자자들 모두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변동성이 컸던 상반기 시장에서 거시적인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것과 동시에 상황에 따라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한 것이 시기적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애널리스트는 단연 LIG투자증권의 조승연 애널리스트(석유화학)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아모레퍼시픽과 SK에너지에서 근무한 조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 업계에 들어온 지 6개월 만에 석유화학 부문 2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탄탄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타 증권사 보고서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다는 것이 조 애널리스트의 최대 장점이다. 특히 최근 중동으로 대표되는 원유 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면서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는 “시장 전체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옥석을 가려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그는 “최근 중동 원유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착실히 대비해 고부가 산업으로의 기틀을 마련했다”면서 “LG화학 SK에너지 호남석유화학 등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여파가 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메리츠증권 전용기 애널리스트(지주회사)도 지난해 상반기 11위, 하반기 6위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 2위를 기록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전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기 전 신용평가사에서 채권 분석 업무를 경험해 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거시적인 부문에 주안점을 두고 업종을 분석한 것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구조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애널리스트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면서 “부침이 심한 시황보다 기업의 본질을 더 중요시한다”고 비결을 설명했다.제지·교육 부문에서 3위를 기록한 굿모닝신한증권 이선경 애널리스트도 채권 분야에서 3년가량 종사한 것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읽어내는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관련 지표를 수시로 업데이트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인 것도 비결이라고 강조했다.인터넷·소프트웨어 부문에서 2위를 기록한 키움증권 장영수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케이스다. 지난 조사에서 7위를 기록한 뒤 5계단을 상승한 장 애널리스트는 냉철하면서도 현실적인 보고서를 내기로 유명하다. 지난 3월 26일 인터넷 기업 무료 서비스 조정의 재부각과 관련해 펴낸 ‘다시 한 번 무료 점심에 끝을 고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그는 “무료 서비스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수익 모델로서는 적절하지 못하다”면서 “무료 콘텐츠와 서비스는 실현 가능성이 작은 허구의 아이디어에 불과하다”고 일갈해 화제를 모았다.또 다른 다크호스로 주목받는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애널리스트(LCD디스플레이)도 “정보기술(IT) 부문은 변동성이 큰 산업이다 보니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듣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전화 통화를 자주 갖고 주간 단위로 관련 통계를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순위 상승 비결을 설명했다.박 애널리스트의 강점은 내부 변수보다 2, 3차 외부 변수를 우선 체크해 전망 보고서를 펴낸다는 데 있다. 그는 업종 변화에 있어선 선제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파생시장의 변화까지 꼼꼼히 체크하는 것도 애널리스트의 기본 책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미국과 중국 등 대형 시장의 소비 트렌드를 수시로 체크해 보고서 작성에 활용하고 있다. 주요 수출 시장의 소비 패턴이 어떻게 바뀌느냐는 해당 업종의 중·장기 전망을 평가하는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상반기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2위(2008년 하반기 8위)로 순위가 상승했다.제약·바이오 부문에서 2위를 기록한 키움증권 김지현 애널리스트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조사에서 순위 내에 랭크되지 못했다가 하반기 4위로 뛰어오르더니 이번 조사에서는 2위를 기록한 것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관련 업계 전문가와의 미팅 횟수를 타 애널리스트보다 2~3배나 많이 잡아 다양한 정보 습득의 채널로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약·바이오 부문은 당분간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다만, 기술력을 확보한 한미와 동아 등 대형사들은 향후 2~3년 양적·질적 성장세가 계속되겠지만 중견 업체들은 당분간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지난 6월 3일 펴낸 한미약품 전망 보고서도 이런 관점에서 작성됐다. 한미약품 주가가 4월 초 대비 17.7% 하락하면서 향후 성장 전망에 의문점을 표시하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그는 올 초부터 정부의 개량 신약 우대 정책이 시행됐고 다국적 제약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을 주목했다. 그는 “토종 기업인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봐도 된다”면서 “중국의 전 국민 의료보험 실시로 자회사(지분 70%)인 북경한미약품의 초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시장 트렌드를 빨리 읽어내고 그에 따른 투자 전략을 짜내야 하는 투자 전략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토러스투자증권 오태동 애널리스트의 행보도 주목받는다.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지던 올 초 그는 1, 2분기에는 심리에 흔들리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그는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는 펀더멘털이 튼튼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지만 않는다면 전반적으로 강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는 올 하반기 주식시장을 ‘3분기 조정, 4분기 상승’으로 요약해 설명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이 먼저 반등했지만 실물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 3분기는 조정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그는 정부의 경기 부양과 글로벌 경기가 회복된다면 4분기는 다시 반등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하반기 코스피 최고점을 1450으로 전망했다. 오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 구성 항목까지 자세히 분해해 분석해야 하는 것이 전략 담당 애널리스트의 책임”이라면서 지난 3월 펴낸 매크로 전략 시리즈를 상반기 중 기억에 남는 보고서로 꼽았다.대우증권 박영호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최대 이슈였던 자동차 산업의 변곡점을 순발력 있게 짚어 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하반기 4위에서 올 2위로 두 계단 상승한 박 애널리스트는 환율과 미국, 일본 자동차 업계의 불황으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미 확보한 양산 기술에 고부가 기술력만 더해진다면 점유율 확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이 밖에 종합상사·백화점·홈쇼핑 등 유통 부문을 맡고 있는 HMC투자증권 박종렬 애널리스트도 지난해 하반기 9위에서 올 상반기 2위로 상승했고 증권 부문의 키움증권 서영수 애널리스트도 5위에서 2위로 3단계나 껑충 뛰었다. 서 애널리스트는 은행·신용카드 부문에서도 4위에서 2위로 상승했으며 토러스투자증권 이원선 애널리스트도 계량분석 부문에서 2위를 기록해 새로운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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