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 용품·청바지 사업…‘동분서주’

가수 김현정

“강아지랑 사람이랑 같이 입어도 어울릴 수 있는 스타일이면 어떨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아기랑 엄마랑 외출할 때 커플룩으로 맞춰 입는 것처럼 말이죠. 주인이 강아지와 같이 입으면 그림이 더 예쁘지 않을까 싶었죠.”‘사장님’ 김현정(33)을 만난 곳은 서울 청담동의 애견 전문 용품 브랜드인 ‘에이미 러브스 펫(www.amylovespet.co.kr)’ 사무실. 아파트를 개조해 아늑하게 꾸민 사무실에 전시된 애견 옷들이 마치 의류 회사를 방불케 했다. 2명의 전문 디자이너까지 있어 매 시즌마다 8~10개의 의류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는데 벽면 한가득 전시된 옷가지와 여성 핸드백을 연상시키는 세련된 애견 캐리어, 각종 액세서리 등 구색 또한 다양했다.“준비는 5년 전부터 했는데 오픈한 건 3년째예요. 처음 3년 정도는 고생하겠다는 각오로 시작했는데 불경기인데도 다른 곳보다는 성적이 좋은 것 같아요.(웃음) 처음에는 옷 종류만 판매하다가 점차 가방(캐리어)도 중점적으로 진행하게 됐는데, 가방에 에나멜 소재 등을 채택해 화려한 여성 의상에 맞췄어요. 실용적이면서도 캐주얼한 스타일로 소비자 연령대를 낮췄죠.”언뜻 보기에도 모던하면서도 로맨틱한 가방들은 강아지 캐리어보다 핸드백에 가까운 인상이다. 감각 있는 전문직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가방을 들었을 때의 스타일에 디자인의 중심을 둔다. 언제 어디서든 캐리어를 드는 ‘사람’의 스타일까지 생각한 것. 애견 의류를 제작할 때도 디자인과 함께 소재에 신경을 많이 쓴다. 사람과의 커플룩 개념을 도입한 만큼 애견용 트레이닝복, 신사복 느낌이 나는 버버리 등 이색적인 제품이 눈에 띈다. ‘에이미 러브스 펫’의 온라인 쇼핑몰 판매가는 가방이 6만~9만 원, 의류가 2만~3만 원, 액세서리가 2만~3만 원대.“제가 워낙 벨벳 소재를 좋아하기 때문에 유행하는 벨벳 트레이닝복을 강아지 옷에 도입해 봤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어요. 히트 상품이죠.(웃음) 우리 제품은 컬러감도 컬러감이지만 원단 선택에 신경을 많이 써요.스타일과 질,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에이미 러브스 펫’ 제품은 그래서 젊은 부부 또는 젊은 여성 단골손님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연예인 애견 협찬 등으로 입소문이 난 터에 애견 사료 브랜드로 인기 있는 ‘시저’와의 제휴로 마케팅에 힘도 받았다. 지난해부터 서울국제펫엑스포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참여해 온 애견 박람회 역시 브랜드 홍보에 일조했다. 별다른 마케팅 활동 없이도 미국의 한 ‘블루밍데일스(bloomingdale’s)’ 백화점 애견 코너에 ‘에이미 러브스 펫’ 제품이 판매된 것 역시 인터넷이란 마케팅 매체가 가능하게 한 일이다.애견 용품이 고급화 전략을 고수하는 반면 거의 같은 시기에 출발한 청바지 브랜드 ‘에이미 러브스 진’은 중저가 시장을 겨냥했다. 2007년 9월 현대홈쇼핑을 통해 첫선을 보일 때부터 확보 물량 가운데 3개 사이즈 모두 매진되기도 했다.“한마디로 ‘롱다리’ 진이에요. 일반적인 홈쇼핑 상품이 그렇듯 가격은 저렴하게, 품질은 높게 가져가려고 했죠. 신축성 있는 부츠 컷 청바지였는데 35세부터 50대까지 여성분들이 많이 구매하셨어요. 배꼽 아래 골반 주변에 집중된 살을 커버해 주는 디자인이 인기를 얻었는데, 더 자세한 건 영업 비밀이라 말씀드릴 수 없어요.(웃음)”색상별로 4장의 진을 패키지로 묶어 4만9900원에 판매한 첫 ‘작품’은 대성공이었다. 고객들의 반응에 힘입어 코디의 기본이 되는 티셔츠도 선보였다. 공동대표 형태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공인인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 ‘김현정 청바지’라고 불리고 있으니 제품을 허투루 만들 수 없었다.“가격이 저렴하니까 사람들이 대충 만든다고 생각할까봐 걱정했어요. 그런데 막상 홈쇼핑 시장을 들여다보니 가격이 저렴하면서 질 좋은 브랜드들이 경쟁하고 있더라고요. 평소에 저도 홈쇼핑을 이용하던 고객이었던 터라 우리 제품도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죠. 그래서 사용하는 실 하나까지 신경을 써요. 지금은 가을 신제품 준비 중인데 비즈니스를 길게 보고 ‘김현정 진’의 색깔을 어떻게 확실하게 가져갈 것인가 고심하고 있어요. 브랜드명을 그대로 가져갈지, 변화를 줄지 의논 중이고요. 청바지 쪽은 공동대표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데 1주일에 2~3회씩 만나서 신상품 회의를 하죠.”원래 청바지를 즐겨 입는 데다 진 브랜드 사업 후 제품 연구 목적으로 외국에 나갈 때마다 사들인 청바지로 개인 소장 청바지는 100여 벌에 이르렀다. 이름을 걸고 하기에 소홀할 수 없는 진 사업에다 오는 8월 발매할 미니 음반 막바지 작업으로 24시간이 빠듯한 요즘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애견 용품 파트는 올해 매출 10억 원을 목표로 해외 수출 시장 확대에 피치를 올리고 있다.“현재 매출 구조는 온라인 쇼핑몰이 50%, 도·소매가 30%, 나머지 20% 정도가 수출이에요. 일본에 이어 지난해부터는 러시아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우리 제품을 구매하고 있어요. 러시아는 겨울이 워낙 추운 나라라 두꺼운 옷들이 잘나가지만 의외로 트레이닝복도 인기가 있어요. 미국 쪽에서도 제안이 와서 현재 준비 중이고 중국도 고려 중이에요.”늘씬하고 탄력 있는 몸매 덕분에 트레이닝 의류 브랜드 론칭 제안에서부터 다양한 분야의 사업 제의를 유독 많이 받는다는 그에게 사업가로서의 자아 평가를 부탁했다.“부모님은 두 분 모두 사업을 오래하셨지만 전 장사꾼 기질은 없는 것 같아요. 우선은 우리 직원들이 모두 부지런하고요, 저 역시 잠이 별로 없고 24시간 활동적인 편이에요. 흥하고 망하는 것 중간 정도로 수위 조절을 하면서 동종 업계를 통해 정보를 많이 모으려고 노력해요. 큰 욕심보다 좀 화려하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노후 대책으로 재테크도 필요한 것 같고요. 나중에 자식에게 많은 돈보다 비즈니스 경력이라도 물려주면 그것을 기반으로 전문인으로 먹고 살지 않을까요.(웃음) 그것이 아티스트로 살다가 멋있게 늙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1976년생. 명지전문대 유아교육과. 1998년 1집 ‘그녀와의 이별’로 데뷔 후 ‘되돌아온 이별’ ‘멍’ 등의 히트곡을 남기며 8집 앨범까지 발표. 1999년 MBC 방송대상, PD가 뽑은 올해의 가수상, 2000년 대한민국 영상음반대상 골든디스크부문 본상, KBS 가요대전 10대가수상 등. 2001년 대한민국 예술대상 수상. 2007년 ‘에이미 러브스 진’, ‘에이미 러브스 펫’ 론칭. 2008년~현재 서울국제펫엑스포 홍보대사.장헌주·객원기자 hannah3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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