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LS네트웍스 사장
명가의 부활인가. 토종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프로스펙스는 1980년대만 해도 나이키, 아디다스 등과 함께 국내 스포츠 용품 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거대 다국적 브랜드들의 물량 공세에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지난 2000년 법정관리라는 쓰라린 아픔을 경험해야 했다. 그랬던 프로스펙스는 지난 2007년 LS그룹에 인수된 뒤 체질을 완전히 바꿨다. 회사를 인수한 LS그룹은 국내 최대 종합 유통회사로 키우기 위해 사명도 국제상사에서 LS네트웍스로 바꿨다.지난해 8월 출시된 GH플러스 슈즈는 명가 재건을 위한 프로스펙스의 야심작으로 평가받는다. 유리섬유로 만든 성장 칩을 바닥에 장착해 걷거나 뛸 때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원리다. 체지방 분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 13만~14만 켤레나 팔려 나갈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서울 한강로 LS용산타워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대훈 사장은 “올해까지가 명가 재건의 준비 기간이었다면 앞으로 3년 후에는 명실상부한 국내 ‘빅3’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며 LS네트웍스의 중·장기 전략인 ‘3+3, 6개년 계획’에 큰 기대를 걸었다.법정관리에 있는 회사를 회생시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거대 글로벌 브랜드의 물량 공세가 계속되는 상황인데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당초 기대치를 밑도는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수 때부터 3년간은 준비 기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준비 작업이 끝나가는 만큼 내년부터는 더욱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설 계획입니다.사실 프로스펙스에 지난 20년은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전신인 국제상사의 모기업인 국제그룹이 해체됐고 대주주도 여러 차례 바뀌었죠. 그 때문에 안정된 회사 구조를 만드는 것과 동시에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지난 2년 동안 LS네트웍스는 제조업 부문을 완전히 청산하고 부실 브랜드는 매각했습니다. 제조 회사에서 종합 유통회사로 포지셔닝을 바꾼 것은 굉장히 중요한 점입니다.해외 유명 캐주얼 브랜드인 잭울프스킨, 몽벨, 스케쳐스를 라인업에 포함했고 프리미엄 모터사이클 BMW와 KTM은 국내 독점 수입권을 갖고 있습니다. 도요타자동차 강북 딜러권을 따내 올 하반기부터 판매에 들어가는 것도 달라진 모습입니다. 선키스트 판매권을 갖고 있는 프루츠뱅크에도 지분을 일부 투자했습니다.그룹 차원에서 금융업 진출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간접 투자 사업의 하나일 뿐입니다. 온라인 증권사 이트레이드증권에 사모 펀드 형식으로 참여했는데 우리가 최대 주주여서 그렇게 보일 겁니다. 물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3년 후 인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경기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지켜볼 예정입니다.모기업인 LS가 에너지 전문 그룹이기 때문에 우리도 에너지 유통 사업 등에 진출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LS네트웍스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소비재 유통 상사입니다. 물론 대상이 국내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제품을 해외에 내다 파는 것을 총망라한다고 할까요. 실제로 레슬링 복싱 배드민턴 등 일부 종목의 용품에서 프로스펙스는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입니다. 얼마 전 중국 하키 국가 대표팀 선수들이 정부가 지급한 아디다스 용품을 거부하고 프로스펙스로 교체해 달라고 한 일이 있었습니다.우리는 LS그룹을 일반 소비자와 더욱 친숙하게 만드는 가교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신 개성이 뚜렷한 사업에만 진출할 계획입니다. 이트레이드증권에 투자한 것도 온라인 트레이딩을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올해로 프로스펙스가 나온 지 29년이 됐습니다. 내년이면 30년이죠.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까 고민했는데 기능성 신발 GH플러스 개발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됩니다. 성장호르몬이라고 하면 왠지 유아와 청소년들에게만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성장호르몬은 노약자에게도 필요한 필수 호르몬입니다. 그걸 촉진해 준다는 것이 우리 제품의 특징입니다. 성장호르몬은 노화 방지에 특효가 있습니다.우리는 앞으로 2~3년간 ‘워킹’에 주안점을 둔 제품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대표적인 상품이 무브 플러스(Move Plus)와 무브 프리(Movefree) 워킹 슈즈입니다. 무브 플러스는 무게중심이 앞뒤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하는 기능성 신발입니다. 무브 프리는 충격 분산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개발했습니다.요즘 사회적 분위기가 저탄소 녹색 성장 아닙니까. 우리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추기 위해 워킹 기능에 충실한 신발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또 사이클 용품 개발도 특화할 예정입니다. 평상복과 사이클 운동 기능을 함께 갖춘 컨버전스 자전거 의류를 개발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LS전선 구자열 회장이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이고 저도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스케쳐스는 미국 내 스포츠화 판매 2위로 국내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북미 지역에서는 아주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스케쳐스는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에게 크게 어필할 브랜드라고 확신합니다. 기능성 중심의 프로스펙스와 시너지도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향후에는 멀티숍을 지속적으로 열 생각입니다. 한 매장에서 우리 브랜드를 모두 구매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이렇게 되면 2015년에는 스포츠 부문에서 5000억 원, 비스포츠 부문에서 5000억 원 등 연매출 1조 원도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요즘 용산 개발이 부동산 업계의 화두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높아진 것 같은데,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그럴 계획은 없습니다.현재 빌딩이 건립된 지 25년 만에 처음으로 1층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데, 만약 개발을 생각했다면 왜 리모델링을 추진했겠습니까. 오히려 주변이 너무 개발되고 있으니 LS용산타워 만큼은 재건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지역 주민들도 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건물의 기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제 생각은 아마 주변에 초현대식 건물이 들어서면 오히려 우리 건물이 나름대로 랜드마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역발상 전략인 셈이죠. 앞으로 10~20년은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1952년생. 77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81년 미 뉴욕대 경영대학원 수료. 2007년 국제상사 대표이사 사장. 2008년 LS네트웍스 대표이사 사장(현).송창섭 기자 realsong@kn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