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환매 자제…회사채 비중 늘려야

‘금리 인상’ 전망속 채권형 펀드 투자 전략

6월 24일 기준으로 1년 평균 수익률이 7.54%에 달하는 채권형 펀드의 최근 한 달간 평균수익률이 마이너스 0.54%로 올 들어 처음 마이너스 수익률로 무너졌다. 채권형 펀드가 6월에 왜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까.잠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금통위는 한 달에 한 번 기준금리(콜금리)를 정한다. 콜금리는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들이 다른 금융회사로부터 아주 잠깐 빌리는 돈에 대한 이자율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금융회사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올리게 된다. 개인이나 기업과 같은 경제 주체로서는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리기 힘든 반면 예금해 두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게 되니 소비하거나 투자하는 대신 금융회사에 묶어 두게 되는 것이다.반대의 경우에는 예금해 봐야 이자 수익이 낮으므로 낮은 이자에 빌려 소비하거나 고수익을 찾아 투자처를 확대하게 된다. 결국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막을 때는 기준금리를 인상해 시중 자금을 흡수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중에 돈을 풀어준다.이러한 기준금리 조정이 채권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예를 들어 6월 8일에 발행된 SK해운의 4년 만기 회사채는 6월 24일 기준으로 연 7.28%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채권에 투자하는 동일한 금액을 은행에 4년간 예금할 때 수익률이 연 7.28%보다 높다면 투자자들은 이익을 많이 얻을 수 있는 쪽으로 이동하면서 채권 가치가 하락한다.채권을 새로 매입하려는 투자자로서는 예금금리와 같은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므로 유리하고 채권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보유 채권의 가격이 하락해 손해를 보게 된다. 금통위가 열리는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전에 금융가 채권 관련 종사자들은 모두 비슷한 모습을 연출한다. 금통위 전에 기준금리 인상·인하 혹은 동결 여부에 대한 컨센서스가 거의 일치한 경우에는 그 긴장감이 덜하지만 ‘동결이요’ ‘인상이요’라며 결과를 외치는 소리와 투자 포지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지난 6월 11일 금통위 이후 채권시장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만기가 3년인 국고채의 금리가 급등하며 채권시장 참여자의 혼을 쏙 빼놓는 시장이 연출됐다. 기준금리는 4개월 연속 2%로 동결됐지만 이후 기자회견에서 “경기 하강이 거의 끝났다고 판단되며 경제활동이 앞으로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는 한은 총재의 발언을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사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5월부터 조심스레 나오고 있었다. 상품 가격, 증시, 장기 국채 금리 상승 등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대감을 확대시켰다. 앞서 언급했듯이 경기 회복으로 인한 안전 자산 선호 완화와 기준금리 인상은 채권금리 상승, 즉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정말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면, 금리 상승기조에 진입한다면 채권형 펀드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채권형 펀드 투자자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현재 채권형 펀드 투자자가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섣부른 환매를 하지 말고 회사채 펀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결론부터 말하면 현재의 채권 금리 상승세가 과도해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금통위 이후 1년물 국고채 금리가 3.15%, 2년물 국고채 금리가 4.21%까지 올라섰다. 이는 1년 뒤 기준금리가 1.5%포인트 이상 인상되리라고 채권시장이 받아들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채권시장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 역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단기물 금리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우리나라 만큼 금리가 폭등하며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과도한 확신을 보이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기준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은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이다. 경기 침체가 둔화됐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고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경기 회복에 대한 맹신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다. 현재 채권 금리 수준은 2%대의 물가상승률이 연내 3.5%까지 치솟으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된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을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 목표치를 기존 3%±0.5%에서 3%±1%로 변경을 검토하는 등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려는 것도 십분 이해가 된다.불확실성이 높은 채권 장세가 3분기에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 현재 채권금리 상승폭이 조정되는 단계를 거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섣부른 환매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기준금리 인상이 일어날 확률이 높으므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채권형 펀드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그러나 채권형 펀드 중에서도 회사채 펀드, 특히 비우량 채권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의 수익성은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 경기 회복기에는 회사채 투자가 유망하다. 회사채는 무위험 자산인 국고채 금리에다 발행 주체의 부도 위험과 같은 신용 위험을 보상하는 추가 금리를 더 받게 되는데 이것이 신용 스프레드다.대체로 경기 침체기에 회사채 발행 주체인 기업 등의 실적 및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신용 위험이 상승하게 된다. 작년 하반기에 국고채 금리 대비 회사채 금리가 사상 최고로 올랐다. 올해 초부터는 이러한 높은 금리 메리트로 인해 개인, 기관을 가리지 않고 회사채 수요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A등급 이상의 우량채 금리가 크게 하락했다.현재 A0등급 회사채 3년물의 신용 스프레드는 1.66%포인트로 작년 금리 급등의 시발점이 됐던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전으로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2000년 이후 평균(1.07%포인트)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절대 금리(5.84%) 수준도 매력적이다. BBB 등급 회사채의 경우에는 스프레드 축소 여지가 더욱 많이 남아 있다. 현재 BBB+ 등급 회사채 3년물의 금리가 10.01%, 신용 스프레드는 5.94%포인트에 달하고 있다. 정책 효과가 지속되고 경기 회복 및 기업 실적 개선이 진행되면 현재 횡보하고 있는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는 추가 축소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비우량채 비중이 높은 펀드에 투자할 때는 구성 종목의 신용 위험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펀드 자체에 대한 신용 등급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올 가을부터 펀드 구성 종목의 신용 등급을 하나하나 검토하지 않고도 펀드의 신용 위험도에 따라 투자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물론 올해 집중적인 정부 지원을 통해 민간 기업의 신용 위험이 상당 부분 정부로 이전됐으며 과거와 같이 구조조정에 관련해 돌발적인 신용 이슈가 벌어질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발행 기업의 재무 펀더멘털에 대한 점검을 통해 같은 신용 등급이라도 상대적으로 실적 개선세가 높고 부채 비율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펀드에 투자해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누려야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이하정·SK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hajeong@sk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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