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 업그레이드’ 길을 찾다

지난 6월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국내 최초로 열린 ‘경영대 입시 설명회’는 120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몰리면서 장사진을 이뤘다. 입시 정보의 달인인 일명 ‘어머니 입시전략연구소’의 회원 10여 명, 부산에서 친구와 올라온 고2 학생, 그리고 자신이 졸업한 대학에 아들이 꼭 입학하길 바라는 아버지 등이 나름의 꿈을 갖고 행사장을 찾았다. 각각 희망하는 대학은 달랐지만 경영학에 대해 모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미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고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손승현(45·용인) 씨는 “우리 아이는 대학에서 뭘 전공할지 여러 번 생각을 바꿨지만 최근 경영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 왜 경영학이냐고 묻자 의외로 대답은 간단했다. “졸업 후 취직이 제일 잘 되는 것이 경영대 아닌가요?”이제 소위 대학 이름이 밥 먹여 주는 시대는 지났다. 대학에서 뭘 배우고 현실적으로 얼마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학문인지가 입시에 있어 최대 변수가 됐다. 사회에서도 뭘 전공했고 얼마나 관련된 실무에 능숙한가가 개인의 능력을 판가름하는 잣대다. 그래서 최근 대학 입시 설명회에서도 추상적으로 ‘우리 대학에 오세요’가 아니라 ‘우리 학과에서 이런 능력을 키우세요’라고 말한다. 경영대를 포함해 약대 의대 등 인기가 높은 학문을 중심으로 분화돼 입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그렇다면 왜 경영학인가. 단지 취업에 유리한 게 경영학이 가진 최대 장점인가.경영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적·물적·지적 자원을 계획·조직·지휘·통제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다시 말해 경영은 개인으로서 달성할 수 없는 조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단 속에서 함께 일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최고 효율성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이러한 능력은 현대 사회의 그 어느 기관이나 단체든 필수적으로 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을 전공한 학생은 조직에 대한 공헌도가 클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기업이 선호하고 있다.건국대 오세경 경영대학장은 최근 경영학이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취업을 위해 경영학이 인기 있다기보다 학문의 적용 가능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학도라도 기술을 어떻게 사업화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고 패션이 전공이라고 할지라도 관리 프로세스를 잘 알아야 한다”며 “경영학은 전공 하나로의 가치보다 여러 분야와 접목했을 때 상승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을 모두 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이와 함께 지난 2008년부터 주요 대학 법대가 폐지되면서 입학생을 받지 않기 시작하자 최상위권 인재들이 경영대에 몰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졸업 후 로스쿨 진학을 계획하며 법조인을 희망하는 학생들조차 경영학을 선호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입시에서 경영대 입학 점수는 문과에서 가장 높았고 대학의 문과계열 순위는 경영대 순위와 직결됐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대학 간에 경영대 경쟁은 자존심 싸움으로 발전했고 더 나아가 경영학이 발달한 미국의 명문대학들, 그리고 아시아에서 최고 경영대라고 불리는 홍콩과학기술대와 싱가포르 국립대 등과의 무한 경쟁 시대가 열린 것이다.한경비즈니스는 지난 3월부터 ‘경영대의 경쟁력을 말한다’라는 타이틀로 경영대학장들을 릴레이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각 대학마다 시대적 요구에 따라 최근 1~2년 전부터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었고 일부는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얻는 단계에 있기도 했다.경영대마다 변혁을 위해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국제화 사업(영어 강좌 증설, 해외 대학과의 교류) △재정 확보(기부금 및 수익성 단기 과정 개발) △저명한 교수 영입 및 연구 장려 △인턴십, 졸업생 취업을 위한 기업과의 연계 △대학별특성화개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학장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본부의 규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고 재정 및 인사에서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이에 따라 한경비즈니스는 이러한 고민들을 공유하고 사회적인 이슈로 확대해 그 해법을 찾기 위해 지난 6월 24일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경영대 경쟁력을 말한다’ 국제 컨퍼런스(한국경제신문 한국경제매거진 주최)를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학장 사회로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경희대 등 주요 대학 경영대학장 및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싱가포르국립대(NUS) 경영대의 쿨원트 싱 부학장도 자리를 함께해 NUS가 경영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비결을 소개했다.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전 고려대 총장)은 “한국도 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 외국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특히 미국과 유럽 중심의 경영대 교육에서 벗어나, 세계경제의 주도권이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는 만큼 홍콩 호주 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학과 교류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NUS의 싱 부학장은 “한국은 경영대 발전에 있어 후발 주자지만 한국인 특유의 빠른 학습 능력으로 몇 년 안에 세계 수준급 경영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 인도 일본, 그리고 아세안 국가들의 경영대들과 함께 아시아 중심의 경영학을 발전시킬 리더 역할을 하는데 있어 역량이나 규모 면에서 한국의 대학들이 가장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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