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과 정당 지지도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자신의 지지율이 더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기업이 1등 기업이 되는 것처럼 더 많은 유권자로부터 선택받은 정당이 수권 정당이 되기 때문에 정당의 지지율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고객으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는 상품이 히트 상품이 되고, 유권자로부터 많이 선택받는 후보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처럼 사업과 정치는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본질적으로 유사하다.그러면 진짜 지지율은 얼마일까. 엄밀히 말하면 정확한 지지율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서로 자기에게 유리한 지지율이 실제 지지율인 것처럼 국민에게 인식시키려고 노력한다. 지지율이란 것이 매시간 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조사하지 않는 한 진짜 지지율은 알 수 없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알게 되는 지지율은 약간의 오차를 포함하고 있는 근삿값일 뿐 정확한 값은 아니다.지지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자. 상품의 시장점유율처럼 지지율이란 유권자로부터 선택받은 비율이다. 상품과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은 여러 정당을 비교해 보고 자기의 정치 성향과 맞는 하나의 정당을 선택한다. 비즈니스 용어로 말하면 경쟁사 제품 대신 우리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기업의 경우 시장에서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시장점유율이 크게 바뀌지 않지만 정치의 경우 새로운 상황에 따라 쉽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정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그 정당을 선택한 지지자 수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기업이 상품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라면 정당은 정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권자로부터 선택받는 조직이다. 상품과 달리 정치가 어려운 것은 정치가 무형이기 때문에 품질을 표준화할 수 없고 새로 발생하는 상황에 따라 유권자의 선택이 계속 바뀐다는 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변화 속에서도 쉽게 지지하는 정당을 바꾸지 않는 유권자가 있고 쉽게 바꾸는 유권자가 있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시각으로 유권자를 분류해 보면 크게 3개의 집단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열성 지지자다. 그 정당이 없어지지 않는 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유권자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로열티(충성) 고객이라는 용어로 이런 지지자를 표현한다. 열성 지지자는 쉽게 지지를 철회하지 않기 때문에 웬만한 불미스러운 사건에도 끄떡없다. 이런 지지자가 없다면 애초부터 정당이 존재할 수 없다. 다음으로 무조건 싫어하는 비지지자 그룹이다. 아무리 그 정당이 잘해도 절대 지지하지 않는 집단이다. 특정 정당의 충성 고객은 자동적으로 다른 정당의 이탈 고객이 된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방법을 동원해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유권자에게는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문제는 세 번째 그룹인데, 이들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만 소극적 지지자일 뿐이며 경계선에 머무르면서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는 그룹이다. 하지만 이 그룹이 중요한 것은 정권의 획득 여부가 이 집단이 어느 정당을 더 많이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이 그룹은 파란색도, 노란색도 아닌 회색지대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들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만 무조건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소극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쉽게 지지하는 정당을 바꾸는 특성을 갖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다양한 유권자 층이 많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떤 정당이든 열성 당원은 소수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다수의 유권자들은 소극적 지지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여론조사에서 매번 지지율이 바뀌는 것은 열성 지지자의 변화가 아니라 이런 소극적 지지자의 변화 때문이다. 매스 마켓에서 더 많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기업이 1등 기업이 되는 것처럼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쉽게 바꿀 수 없는 다른 정당의 열성 당원보다 이런 경계선상에 있는 지지자를 더 많이 확보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경계선상의 회색지대에 있는 유권자를 어떻게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기업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상품을 선택하는 것과 정당을 선택하는 것은 모두 똑같은 인간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정당을 선택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그 정당을 대표하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다.황경남·컨슈머초이스(www.thechoice.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