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게 진화하며 대중속으로

성공하는 점포 탐구 - 감자탕 전문점

유독 더울수록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땀을 뻘뻘 흘리는 이열치열의 정신을 가진 것이 우리 한국 사람들이다. 돼지 뼈를 삶아 우거지와 감자를 넣은 매콤한 국물의 감자탕은 남녀노소 모두가 여름에도 찾는 메뉴다. 감자탕은 농사에 이용되는 귀한 ‘소’ 대신 ‘돼지’를 잡아 뼈를 우려내 뼈가 약한 노약자나 환자들에게 먹게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이런 서민적인 특성 때문인지 한동안 중·장년층의 안주나 해장국쯤으로 인식되던 것이 프랜차이즈화가 진행되면서 맛은 물론 점포의 규모나 서비스 형태도 함께 진화했다.소비층도 전 연령으로 넓어지면서 자연스레 입지 역시 천편일률적이던 오피스 상권의 식당가를 벗어나 20~30대 위주의 메인 상권이나 주택가까지 입점지가 확장됐다. 예비 창업자들에게는 그만큼 창업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다. 오피스 상권에서는 식사와 대형 회식 장소로, 또 주거 상권에서는 가족형 외식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입지에 맞는 유연한 운영이 돋보이는 감자탕 업종은 이제 창업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이렇게 뼈다귀 감자탕이 대중화된 데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공헌이 크다. 전통 한식 메뉴였던 감자탕을 맛과 서비스를 시대에 맞게 변화시킨 것이 바로 이 브랜드들의 힘이었기 때문이다.한 감자탕 전문점은 대학가 상권에서 젊은 고객들을 흡수하기 위해 감자탕에 카레를 섞는 이색적인 퓨전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신세대 취향에 맞는 퓨전화를 꾀하거나 다양한 한약재를 첨가해 보양식에 초점을 맞추는 등의 다양한 시도는 감자탕을 다양한 맛을 가진 한식 메뉴로 성장시켰다. 창업자들은 이러한 브랜드 특성에 따라 입지를 선정할 때 다양성을 꾀할 수 있게 됐다.메인 상권이나 대학가 상권을 염두에 둔 창업자라면 그에 맞게 신세대화된 맛의 브랜드를, 주거 상권이라면 당연히 푸짐하고 순한 맛의 대형화 매장이 가능한 브랜드를 고를 수 있다. 동일한 메뉴지만 상권과 입지는 그야말로 창업자가 ‘선택하기 나름’인 유연한 업종이 된 것이다.대중적이지만 영세했던 이미지에서 깔끔한 프랜차이즈 체인점으로 탈바꿈한 결과 감자탕은 주거 상권의 가족 외식 아이템으로도 성공적으로 정착했다.아파트 밀집 지역의 상가나 주거지의 역세 상권에서 198㎡ 이상의 대형 점포로 입점, 가족형 외식 수요를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이런 대형 점포로의 변신은 ‘반드시 1층 입점’을 고집하는 여타 상권과 차별화되는 입점 형태가 가능하게 됐는데 상가의 2층 이상 상층에 입점해 ‘규모를 키웠지만 임대료 부담을 줄이는’ 전략을 보여준 것이다.점심 매출이 거의 없고 평일 저녁과 주말에 한정되는 주거지 상권의 매출 발생 패턴 특성상, ‘집중 시간에 최대의 매출을 거두기 위한 대형화’가 운영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이런 점포들은 넓은 매장 한쪽에 놀이 시설을 갖춰 편안한 가족형 외식에 더욱 적합하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주거 상권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형 점포들은 오히려 주5일 근무제로 주말 매출이 사라진 오피스 상권의 감자탕 점포보다 높은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평일 저녁과 주말의 매출이 높은 주거지 상권 요식 점포의 특성은 ‘점포의 대형화’로 효율적으로 대처한 결과다. 다만, 가족 단위의 이용이 많으므로 주거지 상권에서는 입점 층에 관계없이 넉넉한 주차 시설이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곳에서는 도로가 넓어 접근성이 좋은 상가는 다소 입지가 처지는 편이라도 수요가 발생하니 입점을 고려할 만하다.오피스 상권과 달리 주말 매출의 공백이 없는 전형적인 유흥 상권의 경우 권리금이 비싸지만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꾸준히 감자탕 전문점 입지로 선호되고 있다. 이러한 상권은 풍부한 유동 인구 외에도 인근의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식사나 새벽의 술자리 장소로 이용되기 때문에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 따라서 투자금이 넉넉한 경우라면 유흥 상권의 입점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도 고매출 점포를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오피스, 주거, 유흥 등 다양한 상권에 입점이 가능해진 감자탕 전문점이지만 입지를 선정할 때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앞서 주거지 상권의 장점을 이야기했지만 전형적인 주택가 진입로 입구 입지나 좁은 이면도로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이곳은 임대료가 싸고 권리금도 거의 없는 곳이 많아 초보 창업자들이 유혹에 빠지기 쉽다.그러나 전반적인 상가 구성이 판매점들로 형성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판매점들이 영업을 마치고 난 저녁에는 유동 인구의 전체적인 흐름이 일찍 끊기게 마련이다. 밤늦게까지 영업이 가능한 감자탕 점포에는 상권 자체가 죽어버리는 이런 입지는 매출 발생 시간이 너무 짧아져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또 역세 상권이라고 하더라도 점포에 도달하는 거리까지의 갈림길이 많은 곳은 유동 인구들이 몰리지 않고 분산되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 또한 대로변의 점포라도 특정 업종이 집단적으로 형성된 곳은 목적 소비가 분명하게 나타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건국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른바 ‘건대 상권’은 대표적인 서울의 대학 상권 중 하나다.이곳은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건대 사거리를 중심으로 화양 사거리를 잇는 대로변 상권, 이면도로로 연결되는 먹자골목 상권, 그리고 건대역 6번 출구 이면에 있는 로데오거리와 대로변 중 건대병원 앞 횡단보도에서 화양 사거리까지다. 분류된 구역을 입지 가치로 순위를 매길 때,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대로변을 A급지, 먹자골목 상권을 B급지, 로데오거리를 C급지, 대로변 중 건대병원 앞 횡단보도에서 화양 사거리까지를 D급지로 본다.최고의 입점지인 대로변은 건대 유동 인구 유입의 시작점이며 패스트푸드점과 액세서리점, 속옷 전문점 등의 판매점들이 꾸준히 젊은 유동 인구를 끌어모으고 있다. 이곳은 1층이 아닌 2층이라도 생과일 전문점이나 스파게티 전문점의 입지로 손색이 없어 거의 점포의 매물이 없는 곳이다. 한때 1층의 판매점들이 발생시키는 유동 인구에 혹해 호프나 바, 소주방 같은 저가 주점들이 입점했다가 매출 부진으로 한차례 빠져나간 곳이기도 하다. 주류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유흥 소비는 이면의 먹자골목 상권으로 유입되므로 그야말로 A급지이지만 주점 업종에는 ‘유동 인구가 흐르는 동선’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점 창업을 고려하는 창업자라면 투자 대비 효과가 좋은 이면도로의 먹자골목을, 판매점이나 카페 업종이라면 대로변의 A급지를 주시하는 편이 좋다.건대 상권에 대학 상권이 으레 겪는 방학 때의 매출 공백이 없는 것은 중심 고객이 재학생으로 한정되지 않고 다양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뚝섬 군자 성수에서 유입되는 직장인과 한양대 세종대 서일대에서 유입되는 대학생, 건대병원을 찾는 상주인구와 유입 인구, 의류 구매를 목적으로 한 건대 로데오 유입 인구, 자양동 아파트단지 상주인구, 동부여성센터를 찾는 주부 계층 등 언제나 다양한 소비 계층과 많은 유입 인구가 있어 상권에 많은 사람들이 넘치고 있다. 이렇게 두껍게 형성돼 온 상권의 응집력 외에도 건대병원의 확장과 새로 건설 중인 대형 주상복합들은 전통적인 상권에 새로운 상주인구를 더하고, 또 그로 인해 유동 인구가 늘 것으로 보여 건대 상권의 향후 성장 가능성은 꾸준히 열려 있다.이재영·김앤리컨설팅 대표 jy.lee2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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