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회복…국민·기업은 ‘찜’

은행 산업 ‘집중 분석’

금년 2월 중 큰 폭으로 하락했던 은행업 주가는 이후 상승세로 전환됐고 5월 들어서는 코스피지수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주가 상승에 따라 연중 주가순자산배율(PBR:price on book-value ratio)이 0.3배 수준까지 추락했던 은행업 밸류에이션은 0.7~0.8배 수준까지 회복됐다. 장부 가치 대비 20~30% 정도 할인돼 있는 현재 밸류에이션은 크게 높지도 크게 낮지도 않은 수준이라고 보인다.향후 은행업 업황을 성장성 수익성 건전성 측면에서 살펴보면 첫째, 성장성 측면에서는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회복이 예상된다. 은행 대출 증가율은 4월까지 전년 말 대비 2.0% 증가했다. 2008년 같은 기간 동안 5.4% 증가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전년 대비 성장성이 절반 이하로 크게 하락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가계 주택 대출 부문에서 은행 대출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대출을 늘리기 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경기 관련 리스크를 높게 인식하고 있어 대출 수요를 충족할 만큼 대출 공급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다만 정책적인 측면에서 대출 공급 의지가 확고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하반기 대출 성장세는 상반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성장세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2009년 연간 대출 증가율은 2008년보다 크게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둘째, 수익성을 대표하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Net Interest Margin)은 3분기부터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익성 지표의 경우 2008년 수준으로의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2009년 1분기 NIM은 거의 대부분의 은행들에서 하락했다. 주로 2008년 4분기 정책금리가 급격하게 인하된 데 따른 것이다. 정책금리 인하는 단기 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빠르게 반영된다. CD 금리는 대부분 은행의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금리가 되고 있는데 대출의 기준금리 변경은 주로 3개월 단위로 이뤄진다. 이에 반해 예금, 은행채 등의 조달금리 만기는 3개월보다 길다. 결국 정책금리 인하의 영향력이 대출금리에는 빠르게 반영되고 조달금리에는 더디게 반영됨으로써 NIM이 하락하게 되는 원인이 됐다.CD 금리의 급격한 하락이 2009년 4분기에 있었고 본격적으로 은행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기간은 3개월 이후이기 때문에 2009년 1분기 중 NIM에 대한 하락 압력이 집중됐다고 할 수 있다.2009년 들어 정책금리의 인하가 없는 상황이고 하반기에도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에서 NIM 하락 압력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부터는 CD 금리 급락의 영향이 완화되기 시작할 것이고 3분기부터는 조달금리 하락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NIM의 회복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NIM의 절대 수준이 이미 크게 낮아진 상황이고 향후 NIM의 개선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여 NIM이 회복된다고 하더라고 2008년 수준보다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이러한 현상은 예대금리차를 이용해 설명할 수 있다. 최근 예대금리차를 보면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축소된 반면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확대됐다. 이 경우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부분이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출 증가율이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 확대로 이어지는 데에는 일정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NIM은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와 유사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NIM 개선은 2분기보다는 3분기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셋째, 자산 건전성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 부담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정상적인 수준으로의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2008년 하반기 이후 자산 건전성에 영향을 미쳤던 요인은 구조조정과 경기 둔화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 문제는 1, 2차 조선업 및 건설업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자산 건전성 지표에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해운업과 45개 주채무 계열 대상 구조조정이 추진됨으로써 신용 사건(Credit event)이 자산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경기와 관련된 자산 건전성 문제는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은행업지수 상승에는 경기선행지수 반등의 영향이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08년 4분기 크게 하락한 후 급반등한 점도 은행업지수 상승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지표의 반등이 은행업지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경기가 개선될 경우 자산 건전성과 관련한 비용, 즉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고, 이는 실적 개선의 주된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기지표의 개선 추세가 지속될 것인지 여부가 될 것이다. 이번 경기지표 반등의 내용을 보면 정책의 기여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경기선행지수의 반등은 주로 풍부한 유동성 공급과 재정지출 증가의 결과라고 판단된다. GDP의 경우도 이와 같은 이유로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정책적인 힘만으로 경기지표 개선이 지속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진정한 경기 회복은 수요의 회복이 전제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소규모 개방형 경제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구조 아래서 수요의 회복은 수출에서 찾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경기의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이 견인하는 수요 회복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기지표가 추세적으로 개선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결국 경기의 추세적인 회복이 어려워 보인다는 점에서 자산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에 따르는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반기 구조조정과 관련된 충당금 적립이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기저효과에 의해 하반기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는 상반기에 비해 소폭이나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이상을 종합해 보면 은행업에 대한 투자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2009년 하반기 은행업 업황은 상반기에 비해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업 업황에 대한 경기의 영향이 커질 것으로 보여 경기지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과거 한국의 금융 위기 해소 과정에서 주가의 변동성이 커졌음을 고려할 때 글로벌 금융 위기의 해소 과정에서도 주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추세적인 경기 회복의 모습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대손비용에서의 은행 간 차별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톱 라인이 강한 은행이 실적 방어에 용이할 것이다. KB국민은행 기업은행 지방은행들이 이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 이들 은행은 향후 경기 회복 시에도 수익 창출 능력이 양호하기 때문에 실적 개선 속도가 빠를 것이다.구용욱·대우증권 리서치센터 금융서비스 팀장 yuku@beste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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