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전 ‘싱크탱크’…조직 확대 나서

주목받는 금융권 연구소

‘난관을 극복할 대안과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라.’금융권 경제연구소에 내려진 지상 과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금융권이 자체 경제연구소로 난관을 돌파할 생각이다. 당초 금융권은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에 따른 금융시장 대변혁을 앞두고 앞 다퉈 경제연구소를 설립하거나 기존 조직을 확대 개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금융 위기가 찾아오면서 당초 계획을 대폭 수정, 조직의 효율화로 가닥을 잡았다. 그랬던 것이 최근 경기 상황이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자 다시 싱크탱크 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금융권이 연구 조직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총성 없는 글로벌 금융 대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로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등 미국 대형 금융회사들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고 있는 것이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다. 장기 발전 모델을 수립하지 않고 단기적인 수익에 급급할 경우 언제 시장에서 퇴출될지 모른다는 절박함이 연구 조직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자통법 시행으로 금융 산업 전체의 합종연횡이 현실화되면서 미래 수익 창출을 위한 전략 수립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도 금융권이 연구 조직에 목을 매는 이유다.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은 하나금융지주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다.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현재 연구 인력만 60명이다. 지난 1986년 한국투자금융 부속연구소로 출발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하나은행, 하나대투 등 하나금융지주의 중·장기 비전과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주된 연구 목표다. 이를 위해 금융 산업 분야 연구 인력만 15명이나 뒀다.곽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분석실장은 “독립 법인이기 때문에 한 분야에 치우지지 않고 폭넓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장점”이라며 “명칭처럼 금융 경영의 해법을 마련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식 경영과 인재 양성 쪽에 특화돼 활동하고 있으며 중국 시장을 겨냥해 차이나서비스센터를 전략사업팀 산하에 둔 것도 특징이다.비교적 깊이 있는 연구를 벌이는 것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강점이다. 실제로 이 연구소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발단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를 지난 2007년 6월부터 다뤄 이것이 앞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지각변동시킬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또 채권보증기관(모노라인)의 부실화를 예상한 것이 적중한 것도 자랑거리다. 앞으로 연구소는 금융시장 불안 요소와 관련된 시리즈를 계속적으로 낼 계획이다. 족집게 증시 분석가로 유명한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이 연구소장으로 몸담고 있으며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 장하원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위원도 소장을 역임한 바 있다.농협경제연구소는 지난 1961년 농협 내 조사부에서 시작해 지난 2006년 별도 법인으로 확대 개편됐다. 거시경제연구실, 농업정책연구실 등 6개 실로 구성돼 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농업 경쟁력 확보 방안, 농업 금융, 농협 경영 전략을 마련하는데 연구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농촌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 방안도 연구 중이며 해외 협동조합 모델을 우리 농촌에 적용하는 문제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와 농협 경영 혁신 전략 방안에 대해 공동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연구 인력만 50명이며 올 초 경제연구실을 신설한데 이어 앞으로 박사급 인력을 대대적으로 충원할 계획이다. 참여정부에서 재경부 차관을 지낸 김석동 씨가 대표이사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조연환 전 산림청장도 소장을 지냈다.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농협경제연구소가 금융 산업과 거시경제를 아우르는 연구를 수행 중이라면 국민은행연구소는 부동산, 개인사업자(SOHO)를 위한 특화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다. 시장연구부와 경영연구부 산하 연구 인력만 105명으로 금융권에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이 연구소가 발표하는 주택 시세 조사는 정부 공식 통계로 채택될 정도로 공신력이 높다.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과학적 분석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 활동에 연구소가 주도하는 것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최근 연구소가 개발한 신용 평가, 리스크 관리 모델을 토대로 대출 심사를 벌여 큰 효과를 봤다는 후문이다.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저탄소 녹색 성장 산업 육성에 발맞추기 위해 녹색금융경영추진을 발족시키고 산하에 신사업개발추진팀, 녹색경영추진팀, 그린마케팅추진팀을 구성했다. 앞으로 국민은행연구소는 녹색 금융 분야를 부동산, 개인 사업자 연구와 함께 핵심 특화 분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업 분석 인력을 대거 보강할 계획도 갖고 있다. 지난 1993년 청와대를 사칭해 국내 전산망을 해킹했던 ‘국내 해커 1호’ 김재열 씨가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기획예산처 사무관,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 금융허브추진위원회 위원, 대주그룹 경영전략실장 등을 역임한 김 소장은 기획력과 추진력을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다.신한은행은 자체 내 신한FSB(Future Strategy Business development)연구소를 두고 있다. 25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신한FSB연구소는 미래전략과 산업분석, 시장분석, 경영지원 등 4개 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로 신한금융지주 장기 발전 전략과 그룹 컨설팅 업무 등을 전담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금융시장연구실장 출신인 임병철 박사가 지난해 3월 소장으로 취임했다.이 밖에 기업은행 산하 기은경제연구소는 중소기업 금융연구 등에 특화돼 있으며 연구소가 발표하는 중소 제조업 동향은 정부 공식 통계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05년 1월 기존 조사부를 확대한 산은경제연구소는 현재 연구 인력만 47명이며 산업, 설비 투자 연구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 설비 투자 기획 조사가 대표 보고서이며 특히 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것은 이 연구소의 자랑거리다.증권사 중에서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자체 내 경제연구소를 두고 있다. 대신증권이 시황, 재무 분석과 금융 상품 소프트웨어 개발 등 증권업 지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면 미래에셋은 퇴직연금, 펀드 투자 연구 등 사회공헌 사업 쪽 성격이 짙다. 대신경제연구소는 기존 증권사 리서치센터보다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금융시장 변화와 선물시장 확대에 따른 금융공학 상품 개발 쪽에 전념할 생각이다. 김영익 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과 정해왕 전 금융연구원장이 소장을 역임했다.미래에셋은 퇴직연금연구소와 투자교육연구소 등 2개의 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강창희 부회장이 두 연구소 소장을 함께 맡고 있다. 두 곳 모두 순수 연구보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투자 교육 강연이나 단행본 발간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연구 인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할 예정이었던 우리금융그룹은 금융 위기 여파로 당초 계획을 대폭 수정, 올 초 10명의 인원으로 경영연구실을 출범시켰다. 전략 기획 수립과 조사 업무가 주된 업무이며 기획, 동향 분석, 은행, 비은행 등 4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김홍달 경영연구실 상무는 “위기관리는 물론 우리금융그룹의 당면 과제인 민영화에 대한 대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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