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온 ‘잔인한 6월’과 난국돌파 해법

청와대 통신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이맘때 쯤 청와대 뒷동산에 올라가 촛불 시위 참가자들이 부르는 ‘아침이슬’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심하게 자책했다고 했다. 그로부터 꼭 1년. 위기는 재현되고 있다. 대내외 상황이 심상치 않다. 또다시 잔인한 6월이다.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후 야권은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정치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 덕분에 민주당 지지율이 5년 만에 한나라당을 앞질렀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권 내부는 시끄럽다. 다시 그때처럼 당·정·청 쇄신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 와중에 형님인 이상득 의원은 2선 퇴진을 선언했다. 여권 지도부에서 핵분열 조짐이 엿보인다.대외 상황도 긴박하다. 북한은 지난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에도 곧 나설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권력 승계 시점에 맞춰 체제 안정을 노린 계획된 도발이라는 분석도 있고, 미국 오바마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군과 맞서게 된 우리로서는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엄청난 부담이다.한마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청와대의 입장은 일단 ‘관망’이다. 조문 정국에도, 북핵 정국에도 지금 당장 쓸 만한 대응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조문 정국의 경우 시간이 흘러가면서 어떤 모습으로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는 게 청와대 내부 판단이다.100만 명을 넘어섰던 조문객들은 이제 직장과 가정으로 돌아갔다. 추도 열기가 진정된 후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서거를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촛불이 다시 붙을 가능성은 있다. 서울대 교수들뿐만 아니라 각계에서 ‘독단적 정국 운영을 중단하라’는 시국 성명을 내놓고 있다. 노동계가 하투(夏鬪)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상황 전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임채진 검찰총장이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6월 5일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 인선에 착수했다. 임 총장의 중도 하차는 단순히 검찰총장의 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검찰 수뇌부뿐만 아니라 여권 핵심 역학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한나라당 내부에서의 인적 쇄신론에 대해서도 ‘여론에 밀려 하는 개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6월 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나라당 등에서 쇄신 얘기가 많은데 국면 전환용으로 인사를 하는 것은 3김 시대의 유산”이라며 “국민에게 이벤트나 쇼로 비칠 개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밀려서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스타일로 봤을 때도 당분간 큰 폭의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이 대통령은 앞으로의 정치 상황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오는 10월 있을 재·보선에서도 한나라당의 선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만약 10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다시 참패한다면 다시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인가. 또 내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을 맞아 다시 촛불이 일어나면 또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인가.대북한 제재도 골치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으면 쓸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핵시설을 물리적으로 타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달 중순 있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도 선언적인 내용 외에 나올 게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 부엉이 바위에서 동반 자살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심대한 타격을 받아 집권 2년차에 식물 정권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인생의 고비 때마다 역경을 헤치고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위에 오른 이 대통령. 그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헤쳐 갈지 주목된다.박수진·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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