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사회에 맞선 ‘뿔난’ 엄마

‘마더’

봉준호가 돌아왔다. 그는 흔히 박찬욱 김지운 감독 등과 함께 언급되는 한국 영화의 대표 ‘브랜드’지만 아마도 다른 두 감독에 비해 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그의 네 번째 영화 ‘마더’는 ‘살인의 추억’과 ‘괴물’을 함께했던 송강호에 이어 TV 드라마의 대표 스타인 김혜자를 캐스팅함으로써 더 큰 기대를 받았다. 제대한 원빈이 처음 도전한 작품이라는 사실 역시 그렇다. 이와 함께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국내보다 먼저 개봉돼 현지 유력 매체들로부터 ‘경쟁 부문에 초청됐어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는 등의 호평을 받은 터다.요약하자면 ‘마더’는 ‘살인의 추억2’라고 불러도 좋을 진범 찾기의 드라마다. 경찰은 여전히 무능하고 오직 사건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마더’의 재미는 거기서 시작한다.읍내 약재상을 꾸리고 있는 엄마(김혜자 분)에게 하나뿐인 아들 도준(원빈 분)은 세상의 전부다. 나이답지 않게 제 앞가림도 못하는 아들 도준은 사고뭉치여서 엄마 속을 태운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의 한 소녀가 살해당하고 어처구니없이 도준이 범인으로 몰린다. 경찰은 도준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지만 서둘러 사건을 종결짓는다. 게다가 변호사는 돈만 밝히고 경찰은 도무지 얘기를 듣지 않으니, 엄마는 혼자 힘으로라도 사건을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단서를 찾아 나선다.장르 영화의 관습을 빌려오면서도 살짝 비트는, 그리고 그 안에 사회의 부조리한 풍경을 녹여내는 봉준호식 스타일은 ‘마더’에서도 계속된다.영화에는 예상치 못한 여러 번의 크고 작은 반전들이 숨어 있고 홀로 남겨진 ‘마더’를 둘러싼 사회의 풍경은 황량하기 그지없다.말하자면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다. 정말로 김혜자는 뜨거운 감각으로 사회와 사투를 벌인다. ‘전원일기’의 순진무구한 엄마가 정말 ‘뿔’이 나서 그 어떤 형사보다 냉철하고 치밀한 수사관이 되는 것이다.그렇게 봉준호 감독은 또다시 낯설고도 새롭고 뜨거운 영화로 돌아왔다. 감독: 봉준호 / 주연: 김혜자, 원빈 / 분량: 128분 / 개봉: 5월 28일 / 등급: 18세 관람가부산에서 일본으로 보트를 타고 밀수품 심부름을 하는 형구(하정우 분)는 일본의 사업가에게 김치를 배달하며 충성을 다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형구는 김칫독 아래 숨겨진 마약을 발견하고 자신이 아주 위험한 일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다 이번에는 납치한 여자를 배달하라는 임무를 하달 받는다. 한편 그가 일본에 갈 때마다 그를 맞이했던 토오루는 형구를 감시하라는 명령을 지시 받는다.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있던 바비(제시 브래드포드 분)는 형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의 어머니는 그가 돌아오기 직전 변사체로 발견된다. 그렇게 혼자 남겨진 바비는 어머니가 살던 허름한 아파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바비의 귓가를 떠나지 않는 정체 모를 소리들로 인해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러한 일은 악몽처럼 매일 계속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리는 귓가에 점점 더 선명해지고, 그는 원인을 찾아 나선다.60대 중반의 잉에(우르슬라 베르너 분)는 베르너와 30년 넘게 단란한 결혼 생활을 지켜오고 있었다. 하지만 76세의 칼(호르스트 베스트팔 분)을 만나 새로운 열정과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 잉에는 새롭게 찾아온 사랑 앞에서 설렘을 느끼며 마치 다시 어린 소녀가 된 것 같다. 딸을 함께 키우며 30년 넘는 시간을 함께한 남편 베르너와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던 사랑과 열정을 다시 느끼게 해 준 칼 사이에서 잉에는 고민하기 시작한다.주성철·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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