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인센티브 조건 따라 ‘우르르’

증권가 핵심 인력 ‘대이동’ 왜?

여의도 증권가에 리서치센터장과 주요 부문 본부장 등 임원급을 포함한 인력 ‘대이동’이 한창이다.상당수 증권사가 애널리스트의 급여 및 성과급을 동결하거나 삭감하고 있는 데다 중소형사와 신설 회사들이 법인·채권영업 등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 스카우트에 나서면서 연쇄적인 자리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먼저 임춘수 전 삼성증권 글로벌리서치센터 본부장이 한국투자증권 GIS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sachs) 출신의 김민아 연구원(유통·화장품)은 대우증권으로 이동한다.그중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증권사는 KB투자증권이다. 20여 명이나 되는 인력이 대거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조병문 리서치센터장(상무)을 비롯해 안성호 수석연구원(반도체·LCD), 서보익 선임연구원(증권·보험), 김동준 선임연구원(통신 서비스) 등이 6월 1일부터 유진투자증권으로 출근한다.이들을 받은 유진투자증권에서는 박희운 전 센터장과 송재경 민천홍 최성제 이승수 연구원이 최근 KTB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증권 브로커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KB투자증권 이우성 본부장을 비롯한 법인영업팀 일부가 HMC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다.그렇다면 여의도를 달군 인력 이동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증권사들의 주총 시즌인 만큼 어느 정도의 이동은 예견됐다. 특히 임원급의 자리바꿈은 이런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시각도 있다. 특히 애널리스트들이 자리를 옮긴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보통 증권업계는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차이가 크다. 그래서 개인마다 연봉이 다르고 이에 따라 이직 또한 잦다. 이번의 대이동 역시 이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연봉과 인센티브에 만족하지 못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증권사로 옮겼다는 얘기다.“은행은 대출 자산이 수익을 발생시키지만 증권사는 능력에 따라 수익이 다르게 창출된다. 또 은행은 팀 단위로 운영되지만 증권사는 개인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조직에 대한 기여도도 리얼타임으로 평가된다. 그러다보니 은행의 한 팀이 받아가는 여러 명의 연봉을 증권사에서는 한 개인이 받아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여의도 사정에 밝은 한 애널리스트는 “윗선에서 일방적으로 임원 연봉을 깎고 영업을 위한 비용 지원마저 크게 삭감해 버리면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자리를 옮긴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고액 연봉에 2년 계약 조건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이번에 핵심 인력들이 많이 떠난 증권사들은 당분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리서치 자료를 생산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빠져나가면 영업이 단절될 뿐더러 법인 고객들의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투자은행(IB), 기업 금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는 법인영업에서도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KB투자증권은 올해 초 주요 법인 영업 고객으로부터 최상위 등급을 받을 정도로 법인영업과 리서치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지점이 하나도 없지만 지난해 4분기 순영업수익 약 430억 원에, 당기순이익 170여억 원을 달성했을 정도다. 하지만 법인영업 핵심 인력들이 빠져나가면 경영에 그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증권업계 관계자는 “리서치와 법인영업이 흔들릴 경우 증권사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며 “새 임원으로 자리를 채우더라도 적응하는데 시일이 걸려 당분간 어려움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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