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비상할 준비 끝마쳤다’

전성빈 서강대 경영대학장

내실 있는 교육으로 정평이 나 있는 서강대 경영대학의 전성빈 학장은 최근 타 경영대들이 시도하는 여러 변화 중 이미 서강대에서는 자리잡은 것들이 많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야 그러한 변화 분위기 속에서 서강대 경영대의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특히 예수회대학으로서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학풍과 강도 높은 교육은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 서강대 경영대 출신들을 선호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경영대가 강세인 것은 전체적인 추세지만 서강대는 원래부터 상경 계열이 강했습니다. 1960~70년대 개발 시대에 일찍이 ‘서강학파’라고 해서 상경 계열에 우수한 교수와 인재들이 포진했습니다. 여기에 경제 발전 패러다임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면서 경영대에 인재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긍정적인 면은 우수한 교수와 학생들이 경영대로 모이면서 글로벌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것입니다.개인적으로 복(福)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제자들을 취업시키기 위해 특별히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서강대 졸업생의 정규직 취업률은 97.8%입니다. 경쟁 대학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특히 경영대 졸업생들이 높은 취업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신들이 입사를 갈망했던 특정 회사가 아니라 다른 곳에 취직하고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경영대 자체적으로 성적 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너스클럽(honor’s club)이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금융사, 마케팅 회사, 외국계 다국적기업 등에서 인턴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교수 지도하에 긴밀한 산학협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학장 개인의 철학은 학교의 교육 이념과 별개가 될 수 없습니다. 서강대는 예수회대학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유럽에서 대학을 처음 세운 지성의 중심이 바로 예수회대학입니다. 한국의 유일한 예수회대학이라고 하면 유럽에서는 금방 이해합니다. 예수회대학의 ‘남을 위한 삶을 사는 남녀 인간의 양성(men and women for others)’은 너무나 중요한 교육 이념입니다. 이를 경영대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최근 변화된 경영 환경을 고려해 학내 구성원 간 긴밀한 논의를 통해 최근 GLEE (Globalization, Leadership, Excellence and Ethics)라는 4개의 핵심 전략 가치를 결정하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핵심 가치가 교과과정에 녹아들어가도록 설계 중이며, 또한 학생들로 하여금 학습이 되었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외부 자문단을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우리 경영대는 처음 두뇌한국21(BK21) 사업 진입에 실패했습니다. 이는 교수들이 똘똘 뭉쳐 분발하는 계기가 됐죠. 결국 지난 연말 BK21 사업에 선정됐고 향후 4년간 매년 1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됐습니다. 또한 정부의 대형 국책 연구 사업인 WCU(World Class University) 사업의 제1유형(경영, 물리, 컴퓨터공학을 융합한 ‘서비스 시스템 공학’ 전공 개설)과 제2유형(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 관계에 관한 연구)에 각각 선정됐습니다. 이를 통해 제1유형에서 향후 5년간 매년 20억 원씩 총 100억 원을, 제2유형에서는 향후 3년간 매년 5억 원씩 총 15억 원의 연구비를 받게 됩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서강대 경영대가 BK21과 WCU 사업에 동시 선정됐습니다. 경영교육국제인증(AACSB) 획득은 막바지 단계에 있습니다. 그리고 하드웨어적으로 제2경영관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경영대학이 세계적으로 비상할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사장, 총장 및 동문, 학생들과 함께 모여 잘해나가자는 선포식이었습니다.서강대 경영대의 경쟁력은 ‘질 높고 내실 있는 교육에서 비롯되는 수월성(excellence)과 성실성(diligence)’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서강대는 역사가 긴 것도 아니고 학생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학연과 인맥을 떠나 오로지 뛰어난 실력으로 금융가에서 졸업생들이 두드러지게 활약하고 있습니다. 1960~ 70년대 ‘서강학파’의 뒤를 이어 소위 ‘신서강학파’로 불리는 실력파들이 ‘증권사의 꽃’으로 불리는 리서치 분야의 센터장으로 포진하고 있고, 펀드매니저 분야에서도 서강대 경영대 출신의 활약이 뛰어납니다. 서강대 경영인의 뛰어난 자질은 학부 4년 동안 강도 높은 교육과 철저한 학사 관리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일부 학교에서는 외국인 교수 숫자를 채우기 위해 단순한 구색 맞추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분을 모셔오더라도 강의 능력을 갖추고 연구를 함께할 수 있는 분을 모시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전임교수를 확보하기 위해 대학본부에 별도의 외국인 교수 정원과 유연한 보상 체계를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최근 좋은 교수님 몇 분을 모셔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BK21과 WCU의 연구비는 좋은 교수를 모시는 데 활용 될 것입니다.경영대는 대학 간의 글로벌 경쟁에서 첨병에 해당합니다. 대학본부의 지원과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해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기부금 유치는 모든 총장과 학장의 고민입니다. 일찌감치 경영대학 스스로 재원 마련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걸 인식했습니다. 제1경영관 건축은 역사가 길지 않고 졸업생이 많지 않은 우리의 경우 쉽지 않았습니다. 교수들이 솔선수범해 스스로 조직을 위해 기부하는 것부터 시작해 기업과 동문을 대상으로 모금했습니다. 현재 건축 중인 제2경영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딘스리스트’라고 매학기 상위 50명의 학생과 매년 2명의 교수 이름을 석판에 새겨 넣습니다. 학생들은 이름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실제 이름이 기재되면 부모님들도 기분이 좋아 기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우리 경영대에는 예전부터 3~4과목씩 인성 교육을 했습니다. 일반 경영대에서 이전에는 인성 교육을 무시하던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야 우리의 교육 방식이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일을 잘 못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전문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인성과 근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 오던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전 세계 예수회경영대학협의회의 네트워크를 통해 교육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부터 아시아 지역의 예수회 경영대학 학생들이 참가하는 인도네시아의 서비스 러닝 프로그램에 우리 학생들을 보낼 예정입니다. 전문 지식의 활용과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한마디로 내부적으로는 획일주의를 지양하고 학내외의 규제 철폐가 중요합니다. 각 단과대마다 인력 수급, 학문 성격, 연구 난이도 등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교수들의 연구를 강조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200여 개 경영대학, 모든 전공에 같은 기준으로 연구 실적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숫자상으로는 연구 성과가 획기적으로 증가했지만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이제는 국제 학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질적으로 우수하고 임팩트가 있는 논문, 연구 성과를 어떻게 생산해 낼지 철저히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장려하는 교내외 정책 수립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1953년생. 75년 서강대 영문과 졸업. 84년 미국 UC버클리 경영학 박사. 뉴욕대 경영대학 조교수. 서강하버드 편집위원. 금융감독원 은행경영평가단 위원. 대통령 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서강대 경영학부 학장(현). 한국경영학회 부회장(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현).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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