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따뜻한 중소기업 정책 펼 터’

홍석우 중소기업청장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은 ‘열린 귀’를 갖고 있다. 그는 일반 중소기업인뿐만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 등 다양한 계층의 소리를 듣는다. 이들의 건의 사항에 대해선 반드시 서면으로 답변을 보내준다. 소중한 건의 내용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확인해 주기 위한 것이다. 작년 3월 취임해 1년 넘게 중소기업 현장을 누비고 있는 홍 청장을 서울 서초동 벤처타운에서 만나 최근 중소기업의 현황과 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중소기업은 규모가 다양합니다. 현황도 전부 다르고요. 그런데 단체장들만 만날 경우 진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을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영세 자영업자와의 미팅을 정례화한 것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것입니다. 모든 문제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맞습니다. 노점상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그동안 정책 자금은 최소한 사업자등록증이라도 있어야 대출해 줬습니다. 하지만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노점상이라도 실제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대출해 주는 정책을 만들었습니다. 아주 파격적이지요. 정책은 책상에서 머리로 만드는 게 아니라 현장에 가보고 가슴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가슴이 따뜻하고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지요.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무관 시절부터 불합리하다 싶으면 과감하게 제도를 바꿨습니다. 1980년대 후반 ‘섬유쿼터제’는 섬유 수출에서 매우 중요한 제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의 운용 요령이 무척 복잡했습니다. 그래서 담당 사무관인 제가 ‘섬유쿼터 요령’을 획기적으로 단순화한 뒤 담당 국장께 보고했더니 크게 놀라셨습니다. 그렇게 과감하게 고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해 ‘문제없다’고 말씀드렸더니 제 표정을 확인한 뒤 사인해 주셨습니다. 1000개 기업 중 1~2개 잘못하는 기업 때문에 각종 규제를 덕지덕지 만들어 놓으면 절대로 규제를 풀지 못합니다. 잘하는 대다수 기업을 보고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중소기업의 경기지표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소상공인 등 영세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아직 나쁩니다. 중소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작년 3월 82.9에서 올해 3월 69.4까지 내려갔지만 4월에는 78.0로 올라간 상태입니다. 하지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BSI는 아직 54.4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만큼 소상공인은 더욱 어렵지요.중소 제조업 가동률은 작년 평균 69.3%에서 올 1월 62.6%로 급락했다가 2월 63.9%에서 3월엔 65.3%로 소폭 올라갔습니다. 다소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작년 평균에는 못 미치고 있어요.그렇지 않습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창업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신설 법인 수를 보면 작년 월평균 4238개였는데 올 1월엔 3664개로 격감했다가 3월엔 4564개로 작년 평균을 넘어섰습니다. 부도 역시 정부의 유동성 공급 등의 영향으로 줄고 있습니다. 부도 업체 수는 작년 월평균 157개에서 올 1월 184개로 늘었다가 3월 148개로 안정된 모습입니다.다만 대출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어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1.7%에서 3월 2.3% 수준으로 올라간 상태입니다. 대기업 연체율 0.6%(올 3월)와 비교하면 아주 높은 수준이지요.글로벌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은 1305억 달러로 2007년보다 15.0% 늘었습니다. 이 기간에 한국의 전체 수출액은 4220억 달러로 13.6% 증가했는데 이보다 높은 신장률을 기록한 것이지요.최근 들어 원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중소기업 제품의 대외 경쟁력 하락으로 수출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무역금융지원 확대, 중소기업 환 변동 보험 요율 인하, 환리스크 관리 지원 등 몇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지난해 벤처캐피털을 통한 벤처 투자는 금융 위기 여파로 2007년보다 15.8% 감소한 1조141억 원에 그쳤습니다. 최근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불안 심리가 상존해 본격적인 투자 회복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근의 코스닥시장 안정세,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확대를 통해 투자시장이 호전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모태 펀드 자금이 지원되지 않은 순수 민간 조합의 결성은 아직 얼어붙은 상태입니다. 올 들어 3월까지 결성된 17개 조합(2006억 원) 중 순수 민간 조합은 3개 조합(111억 원)에 머무르고 있을 정도니까요.정부는 그동안 벤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모태 펀드 출자 예산을 확대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시장 조성자 역할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추경에서 2000억 원을 확보함으로써 올해는 역대 최대 수준인 3750억 원의 투자 자금을 시장에 공급하고 민간 투자 매칭을 통해 1조 원 이상의 벤처 펀드를 결성할 계획입니다. 또한 창업 투자 회사의 진입 요건을 자본금 7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완화하고 금융회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이곳에 원활하게 출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것을 관계 부처와 추진하고 있습니다.중소 제조업체 경영자 중 60세 이상이 17%에 달합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이후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창업 1세대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 가업의 원활한 승계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영 및 기술 노하우의 단절을 막고 일자리 유지를 위해 가업 승계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우선 지난 2007년에 ‘중소기업 진흥 및 제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가업 승계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작년 5월부터는 ‘가업승계지원센터’를 설치해 후계자 육성과 상속세 상담 등 승계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가업 승계에 대한 상속세 공제를 종전 30억 원에서 최대 100억 원(10년 이상 유지 기업은 60억 원, 15년 이상은 80억 원, 20년 이상 유지된 기업은 100억 원 공제)까지 확대했습니다.현재 사업자 등록을 한 1인 창조 기업은 4만2000여 개지만 프리랜서 등을 포함하면 약 3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부는 앞으로 1인 창조 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펼칠 계획입니다. 이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제조업 등 관련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국민들의 기업가 정신 함양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창의적 아이디어의 수집 발굴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정부 포털 시스템인 ‘아이디어 비즈 뱅크(Idea Biz bank)’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발굴된 우수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상업화 지원 사업을 통해 상품 제작, 소비자 반응 평가, 마케팅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1인 창조 기업 특례보증제도(최대 1억 원), 전용 정책 자금(300억 원) 및 1인 창조기업지원센터(10개) 운영을 통해 1인 창조 기업의 경영 안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들 기업이 각 방면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1953년 충북 청주생. 71년 경기고 졸업. 80년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81년 상공부 사무관. 85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정책학 석사. 98년 주미상무관. 2003년 대구 경북중소기업청장. 2007년 산자부 무역투자정책본부장. 2008년 3월 중소기업청장(현).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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