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공포 물리칠 만능 해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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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이다. 다시 고유가, 고원자재 가격에 대한 경계심이 일고 있다. 두 가지 시사점이 있다. 경제는 아직도 어려운데 원유 값이 급등하고 온갖 산업 원자재에 식량 자원까지 오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다. 국제 원자재 값이 오르면 경제가 나아진다는 사실과 최소한 호조세에 대한 기대치도 반영돼 있다. 원유의 소비 증대, 가격 상승은 특히 더 그렇다. 경기변동의 바로미터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중·하반기 이후 글로벌 금융 위기와 경제난으로 유가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급락했었다. 그런데 단기적일지, 그렇지 않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경제가 나아진다는 뉴스와 함께 국제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여기에 또 다른 변수도 작용한다. 국제 금융시장의 여유 자금이 투자·투기처를 찾아 원유와 다른 원자재 쪽으로 수시로 드나들었는데, 지난해 금융 위기와 함께 이쪽으로는 돈줄이 말랐다. 이 또한 투기적 수요를 없애 원자재 값을 떨어뜨렸다. 그런데 각국이 초저금리에다 ‘양적 완화’라며 돈을 시중에 마구 공급해 대면서 이쪽으로 다시 돈이 흘러들어간다.국내에서도 800조 원이 넘는 부동 자금이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으로 먼저 갔고, 원자재 시장으로도 갈 것이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은 투자처를 정하지 못하는 단기 대기자금이 많다는 얘기이고, 원자재의 현물 선물 가격을 끌어올린다고 봐야 한다.일정 선까지는 유가 상승이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분명 걱정거리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총리가 자원 외교를 전담한다고 했는데 정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걱정이다. 산업 현장의 기업들은 절감 방안을 강구 중인지, 개인들은 위기감을 갖고 있는지 우려된다.이와 관련해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해외의 석유·가스와 주요 광물자원 개발 사업에 투자할 1조 원 규모의 민·관 합동 펀드 조성 계획이 주목된다.그간의 해외 자원 펀드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큰 데다 민·관 합동으로 투자하는 것이어서 잘만 운용하면 효율적인 해외 자원 확보 모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 펀드였다.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급속한 경기 침체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유망 광구의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산업용의 다른 자원이나 광산 지분 값 역시 대개 하락해 우리로서는 해외 자원 개발의 호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관련 기업들은 금융 위기에 따른 자금난으로 투자 재원 확보에 애를 태운다고 한다. 에너지 정책 당국도 저유가가 계속되면서 불과 1년 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던 때의 절박했던 상황을 그새 잊어버린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느슨함을 보였다. 이웃 중국이 유전을 매입한다, 구리 사재기에 들어간다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물론 우리도 해외 자원 개발에 노력을 기울인 사례는 있다. 지난 2월 한국석유공사가 페루 최대의 유전 개발 회사 지분 50%를 사들였는데 해외 금융시장에서 조달한 자본으로 위축된 국제 자원 시장을 공략했던 것은 모범 케이스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이제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됐다.세계 경기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회복 국면에 들어선다는 공감대가 퍼지면 에너지와 주요 자원 값의 급등은 보나마나다. 금융시장의 막대한 유동 자금도 언제든지 기회만 노리면서 자원 시장으로 몰려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그때는 늦다.1조 원대로 기왕에 민·관 합동의 대형 펀드를 운용할 것이라면 광구의 직접 투자뿐만 아니라 지분이나 수익권 확보, 자원 개발 기업 인수·합병(M&A) 등 투자 모델도 다양하게 한번 제대로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펀드 운용사를 복수로 해 경쟁 구조를 갖추고 투자의 포트폴리오도 다양하게 유도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그런 맥락에서 지켜볼 만한 것일 수 있다. 그럼으로써 정부와 에너지 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소극적이었던 해외 자원 개발 노력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박차를 가하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1조 원짜리 자원 펀드 운용을 자원 외교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는 없는가.에너지와 식량 같은 중요한 사안은 덜 다급할 때 해법을 모색해 놓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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