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장기 투자로 리스크 ‘최소화’

이상 과열 보이는 러시아 펀드

2008년 초 미국발 신용 위기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의 급등세로 인해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은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신용 위기의 여파로 경기 침체가 진행되면서 원유에 대한 수요 역시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그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락했고 유가와 상관관계가 높은 러시아 증시는 폭락했다. 더군다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결국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도 고점 대비 80% 이상 하락하며 거의 깡통 펀드와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다. 러시아 펀드의 1주일 평균 수익률이 10.25%(5월 12일 기준 )를 기록하면서 해외 주식형 펀드의 1주일 평균 수익률인 2.39%를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1개월과 3개월 수익률 역시 각각 15.05%와 40.67%를 기록하며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보다 2배 이상 앞서고 있다.그렇다면 최근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이 호조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국제 유가의 상승이다. 최근 미국 금융회사의 자본건전성을 점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발표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340억 달러로 가장 큰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받았으며 씨티그룹과 모건스탠리 역시 각각 50억 달러와 18억 달러의 자본 확충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정을 가져다줬다. 또한 미국의 고용 시장이 여전히 취약하지만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4월 실업률이 8.9%를 기록했지만 예상치에 부합했고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인 수는 53만9000명 감소를 기록하며 전월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한편 달러 약세와 정제 설비 가동률 증가 역시 유가 안정에 일조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적극적인 감산 정책으로 원유의 공급과잉이 점차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결국 유가가 상승하면서 원유 및 천연 가스 등 에너지 사업이 증시에서 60%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이 개선된 것이다.둘째, 미국발 금융 위기로 인해 야기된 동유럽발 금융 위기의 완화 역시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 호전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했다. 미국발 신용 위기에 따른 러시아 금융회사의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008년 10월 24일 1116.7bp(1bp=0.01% 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그 후 미국의 부실자산 매입, 양적 완화 조치 등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완화됐다. 그로 인해 러시아의 CDS 프리미엄이 271.7bp(2009년 5월 11일 기준)까지 하락하며 국가 부도라는 극단적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셋째, 러시아도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경기 부양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는 신용 위기와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2조 루블(55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특히 연금과 추경예산 등 사회 부문에 3790억 루블, 중소기업 대출과 수출 기업 지원 등에 3500억 루블이 투입될 전망으로 알려지며 내수와 수출 모두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그러나 러시아의 경제 상황은 그리 밝지 않다. 첫째, 대외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2009년 2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47.6%를 기록하면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로 인해 2007년 200억 달러에 육박하던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09년 2월 기준 53억 달러로 급감했다. 이는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며 원자재 수출이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 유가가 바닥을 찍고 상승하고 있지만 고점 대비 60%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수출의 급신장을 바라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둘째, 산업생산과 소매 판매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내수 경기 침체도 지속되고 있다. 산업생산은 2008년 11월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8.7%를 기록하면서 5개월 동안 감소세를 지속했다. 소매 판매 역시 전년 동월 대비 20% 이상 증가하던 추세가 2008년 12월 17.1%로 둔화됐다가 2009년 3월 8.6%를 기록하면서 급감했다. 더군다나 실업률도 재차 상승하면서 내수가 회복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셋째, CDS 프리미엄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외 채무 상환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러시아의 2008년 9월 대외 채무는 약 5405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7년 이후 유가 상승에 따른 설비 투자 확장으로 해외 장기 차입 규모가 급증했기 때문이다.한편 JP모건 체이스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는 최소 400억 달러의 대외 부채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러시아 항공기 임대 회사 FLC가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채권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한 것처럼 러시아 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의 외채 상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또 다른 금융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최근 글로벌 펀드 자금 동향을 보더라도 이러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이 집계한 글로벌 펀드 자금 중 3월 말 이후 7주 연속 유입되면서 러시아 펀드로 3억8000만 달러의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자금 유입 규모는 브릭스 국가 중 중국과 브라질에 이어 3위지만 7주 연속 유입된 지역은 러시아가 유일하다. 또한 한국에서도 러시아 펀드에 자금 유입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러시아 펀드의 설정액이 1095억 원(5월 11일, 제로인 기준) 증가하며 중국 다음으로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러시아 펀드의 투자 전략은 다음과 같다. 먼저, 최근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 개선은 일종의 언더슈팅(undershooting)에 대한 되돌림 현상으로 보인다. 러시아 증시는 글로벌 신용 위기와 유가 급락의 대외적 악재뿐만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 분쟁 등 지정학적 요인이 겹치면서 다른 이머징 마켓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큰 폭의 하락을 나타냈다. 이번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 제고는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 러시아 펀드에서 단기 차익을 노리고 들어가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럽다.그러나 3년 이상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러시아 펀드의 투자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현재 러시아 증시가 2009년 3월 이후 60% 이상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점 대비 60% 이상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저가 메리트는 지속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 또한 러시아 증시에 큰 방향을 제시하는 국제 유가가 글로벌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전망이기 때문에 러시아 펀드의 투자 매력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의 대내외적 환경에 따른 변동성을 고려한다면 거치식보다 적립식 투자 전략이 바람직해 보이며 자신의 자산 중 일정 부분만을 투자하길 권한다.한편 러시아 펀드 중에서도 수익률 차이가 나는데, 이는 펀드마다 운용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래에셋 러시아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 펀드’는 러시아 증시 대표주인 가즈프롬 같은 에너지 업종에 65.81%(2009년 3월, 제로인 기준)를 투자한다. 그러나 ‘JP모건 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 펀드’는 에너지 업종에 24.91%를 투자하는 반면 금속 및 광업과 통신 업종에 각각 31.08%와 12.7%를 투자하면서 시장 대비 아웃퍼폼(Outperform)에 초점을 맞춘다. 신한BNP, 우리CS, 하이 등 다른 자산운용사의 러시아 펀드 역시 비중을 다르게 가져간다. 따라서 각 운용사마다 어떤 업종에 투자하는지 확인하고 자신이 원하는 업종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안정균·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 jkahn@sk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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