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슈팅’ 가능성…M&A 관련주 ‘주목’

은행주 투자 전략

최근 은행주의 상승세가 눈이 부실 정도다. 은행주는 최근 2개월 동안 약 70.9% 급등했다. 단기적으로는 부담스러울 만큼 주가가 많이 오른 셈이다. 이 같은 은행 주가의 반등 배경은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경험에서 오는 학습 효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최근 은행 주가 반등의 배경을 꼼꼼히 따져보면 은행의 수익성을 크게 좌우하는 대손비용을 주목할 수 있다. 대손비용은 일반적으로 경기에 후행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가 반등 국면에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이 곧바로 개선되지는 않는다.하지만 주가는 선행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경기지표 반등 시 향후 개선에 대한 기대 심리가 주가에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은행 주가 추이는 선행지표인 경기선행지수와 뚜렷이 일치된 방향성을 보여 왔다. 실제로 과거 1997년부터 2000년 사이에 은행은 대손비용 급등으로 인해 4년 연속 적자를 시현한 바 있다. 하지만 경기선행지수가 1998년 말 반등하기 시작하자 많은 은행들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주가순자산배율(PBR: price on book-value ratio)이 1.5배까지 상승한 적이 있다.현재 대신증권이 판단하고 있는 은행주의 적정 PBR는 0.9배 수준이다. 현 은행 PBR가 0.83배 내외이므로 추가 상승 여력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밸류에이션(Valuation)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사실 자기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이 고작 5~7% 내외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는 올해와 내년의 은행 수익성으로는 현 주가 상황도 명확히 설명하기는 어렵다.다만 2월에 이어 3월 경기 지표도 호조세를 보이면서 경기 바닥론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월 지표는 경기선행지수에 이어 경기동행지수도 14개월 만에 반전하면서 경기 회복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와 함께 산업생산지수도 2개월째 상승 중일 정도로 최근 각종 지표의 개선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또 투자와 소비 주체들의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지수(BSI: business survey index)와 소비자동향지수(CSI: Consumer Survey Index) 등 심리 지표마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당분간 은행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결국 경기지표 개선에 대한 기대가 갑자기 꺾이지 않는 한 당분간 파죽지세의 은행주 반등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오버슈팅(Overshooting) 국면이 지속되는 셈이다. 이처럼 오버슈팅 국면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일차적으로는 은행 평균 PBR가 1.0배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은행 평균 PBR 1.0배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08년 8월 말의 주가 수준이다.종목별로는 인수·합병(M&A) 관련주로 관심을 압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아직 금융 위기가 해소됐다고 예단하기는 시기상조다.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으므로 금융 위기 이후의 은행의 모습을 미리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각국 정부는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에서 촉발된 금융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규제 공백과 감독 소홀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각종 금융 시스템 방안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이 중 핵심 사항은 경기 변동성 완화다. 따라서 경기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동태적 대손충당금 제도’의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동태적 대손충당금 제도란 미래 경기 침체기의 은행 손실을 예측해 호황기에 사전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은행들의 이익 또한 평준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은행들의 이익이 비슷비슷해질 경우 대형화에 따른 경쟁 완화와 비용 절감 없이는 근본적으로 은행 수익성 개선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결국 금융 위기가 끝나고 나면 은행 산업은 어떤 식으로든 산업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타 금융지주와의 대등 합병 혹은 시중은행 인수에 대한 높은 가능성을 가진, 즉 M&A 기대주로서의 투자 매력이 높은 KB금융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M&A 프리미엄에 대한 재조명이 가능해 보이는 외환은행 또한 주목할 만한 대상이다.KB금융은 핵심 이익과 판관비를 고려한 경상충전이익이 은행 중 가장 양호하다. 또 KB금융은 각 부문의 고른 여신 비중 등 대출 포트폴리오도 안정돼 있어 동태적 대손충당금 제도 도입 시 은행 중 가장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광범위한 고객 기반 및 소매 부문의 경쟁력, 견실한 자본력은 KB금융의 가장 큰 강점이다. 여기에 앞서 말한 M&A 기대주로서의 투자 매력도 높다고 판단된다.또 KB금융의 현 PBR는 2009년 추정 주당순자산가치(BPS: Book-value Per Share) 대비 0.9배로 타 은행과의 괴리도가 축소돼 수익성을 감안한다면 타 은행에 대비해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은 편이다. 참고로 금융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8월 말 KB금융의 PBR는 1.1배 수준이었다.이에 따라 최근 경기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저PBR 은행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손비용이 경기에 후행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표 개선 가정 시 이익 복원력은 KB금융이 더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1분기 중에는 카자흐스탄 BCC 지분에 대한 감액손실을 처리하면서 투자 손실 우려가 높다. 하지만 감액손실은 영업권 상각 선비용 처리의 의미에 불과하고 BCC 은행이 여전히 흑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 ING가 보유하고 있는 KB금융 지분의 오버행(Overhang: 잠재적 과잉 물량) 이슈도 이미 일정 부분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이슈 해소 시 주가 반등 탄력이 높을 수 있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될 것으로 판단된다.경기순환론을 전제로 미래 경기 침체기의 은행들의 손실을 예측해 경기 호황기에 사전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는 제도다. 부실채권에 대해 적립하는 대손충당금 외에 미래 발생 가능한 잠재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동태적 또는 탄력적 충당금)을 경기 상황에 따라 추가적으로 적립하게 된다. 즉, 부실채권 발생은 감소하지만 잠재적인 위험이 증가하는 호황기에는 증가하고 부실채권 발생이 증가해 신용 위험이 현재화되는 불황기에는 감소 또는 소진되도록 설계된 대손충당금과는 별도로 적립되는 계정이다. 이에 따라 경기 변동에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일정 수준의 충당금 적립이 유지됨으로써 충당금 적립 규모의 변동이 은행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고, 경기 변동에 관계없이 은행 이익의 안정성이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동태적 대손충당금 제도는 경기 호황기에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은행들의 과도한 대출 발생을 억제하고 경기 침체기에는 동태적 대손충당금 소진으로 추가 적립 부담을 완화해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5년 금융감독위원회가 이 제도의 도입을 논의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최정욱·대신증권 애널리스트 cuchoi@daish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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