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장 ‘미다스 손’ 자리매김

전용준 태진인터내셔날 대표

불황에도 끄떡없다는 명품 시장. 3조 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명품 시장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이템은 핸드백과 구두 등 잡화다. 2000년 이후 매년 10% 이상 꾸준하게 매출 상승곡선을 그리는 핸드백 시장에서 연평균 4650억 원어치를 판매하고 있는 매스티지(Masstige: 합리적인 가격의 대량생산 제품이지만 품질과 상표는 명품 이미지를 갖춘 상품) 브랜드의 성장은 ‘신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 신화 창조의 주역 가운데 하나인 루이까또즈(LOUIS QUATORZE)의 본사를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옮겨온 경영인이 있다. 바로 (주)태진인터내셔날 전용준(56) 사장이다. 지금은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이지만 사실 ‘루이 14세’를 뜻하는 ‘루이까또즈’는 1980년 프랑스인 폴 바랏(Paul Barrate)이 베르사유에서 첫선을 보인 ‘프랑스제’다. 16년간의 라이선스 사업, 본사로서의 3년. 전 사장은 ‘루이까또즈’와의 만남 19년이 되던 지난해 매출 800억 원을 기록, 명품 시장의 ‘미다스의 손’으로 확실히 자리 매김했다. 전 세계 매장만 76개다.“루이까또즈는 클래식한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감각이 믹스된 합리적 가격의 브랜드입니다. 명품을 얘기할 때 가격은 바로미터가 될 수 없어요. 잘 알려진 훌륭한 제품을 두고 명품이라고 하지만 저렴하면서도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브랜드라면 그 역시 명품이죠. 독일 사람들은 벤츠가 아니라 폭스바겐을 명품이라고 해요.”섬세한 한국인 수석 디자이너의 감각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루이까또즈’는 최근 패션의 메카이자 브랜드의 ‘본토’인 파리에 도전장을 냈다. 런던 밀라노 뉴욕과 함께 세계 4대 패션 컬렉션으로 손꼽히는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파리 중심가에 있는 팔레 루아얄 궁전(루이 14세가 살았던 궁전) 내의 한 화랑에서 전시회를 연 것. 그간 아시아 시장 콘셉트 중심으로 전개돼 왔던 루이까또즈를 철저한 ‘파리지엔’ 스타일로 재탄생시켰다. 소재에서부터 아트 디렉터 영입까지 철저한 ‘메이드 인 프랑스’를 고수했다.“파리는 국제적인 쇼윈도예요. 홈 마켓과 세계시장은 차원이 다릅니다. 얼굴색도, 말도 다른 나라에서 ‘전’을 펼치고 장사한다는 게 어디 쉽겠어요? 하지만 인수·합병(M&A) 후에 경제 위기 등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웃음) 그 속에서 자신감을 얻었죠.”“20년 전 창업할 때 오늘의 성공을 예견했느냐”는 질문에 그의 답변은 “No”다. 그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감싸 돌아 흐르는 물처럼 살았다고. 대단한 야망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M&A 할 수 있는 기회도 자연스럽게 왔으니 “물처럼 사는 것도 괜찮은 인생”이란다.“3개월 전부터 사진을 배우고 있는데 요즘은 자화상을 열심히 찍고 있어요. 거울 속에서는 늘 앞모습만 봤는데 뒷모습, 옆모습을 찍어보니 새로워요. 사회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은 데이비드 라차펠(David LaChapell) 사진이 좋더라고요.”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색다른 자화상을 발견하는 재미에 푹 빠진 그이지만, 20년 가까이 여성 핸드백을 만들면서도 ‘이거다’라고 확실하게 감을 잡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여심’이다. 하지만 조석지변(朝夕之變)의 여심도 그가 열창하는 ‘오솔레미오’ 앞에서는 꼼짝달싹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사업 철학처럼 그의 노래도 음정과 박자, 기본에 충실한 솜씨라면 말이다.약력: 1953년생. 연세대 영문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MBA. 1980년까지 삼성물산 재직. 1990년 (주)태진인터내셔날 창업, 2006년 프랑스 본사로부터 루이까또즈 경영권 완전 인수(M&A). 2009년 3월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를 국내에 론칭. 1990년~현재 (주)태진인터내셔날 대표이사.장헌주·객원기자 hannah3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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