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돌고 금리 내리자 ‘사자’… 거래 ‘날개’

봄날 맞은 부동산 시장

중국 부동산 시장에도 봄날은 오고 있는가. 중국 언론의 부동산 기사에 요즘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샤오양춘(小陽春)이다. 영어로는 인디언 서머(indian summer). 늦가을의 봄날 같은 날씨를 일컫는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을 놓고 일각에서는 뜨거운 여름을 얘기하기도 한다. 과열론까지 제기되는 것.중국에서도 부동산은 경제성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중국 언론들은 부동산이 철강 시멘트 등 56개 업종에 영향을 미치고 부동산 부문 비유동자산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2008년 기준)에 달한다고 전한다. 부동산 동향이 중국 경기 동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지난 노동절 연휴를 맞아 상하이에서 열린 2개 부동산 박람회에 4일간 몰린 인파만 21만 명이다. 이 기간에 체결된 계약 규모만 총 20억 위안(약 3800억 원). 관람객 수나 계약 규모 모두 사상 최고라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상하이 고급 아파트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상하이에서 ㎡당 3만 위안(570만 원)짜리 신규 고급 아파트는 지난 4월 672채가 판매됐다. 전월 대비 44% 증가한 것이다.이 때문에 일각에선 중국 부동산 시장에 과열 조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하이는 물론 베이징 선전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과열기인 지난 2007년 수준을 회복했다는 지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상하이는 3월에도 판매된 부동산 면적이 156만㎡로 전월 대비 97% 늘어났다. 이는 전년 동기(103만㎡)의 1.5배 수준으로 상하이 부동산 시장에 광풍이 불어 닥쳤던 2007년 3월의 거래 수준(154만㎡)도 웃돈다.베이징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베이징의 주택 전체 거래 건수는 전월 대비 20% 늘어난 1만3369건을 기록해 지난 2007년 7월 수준을 넘어섰다.지난달 베이징에선 하루 주택 거래가 300건이 넘었던 날이 무려 27일이나 됐고 이 가운데 11일의 거래량이 500건을 넘어섰다. 특히 4월 11일의 경우엔 하루 777건이나 거래가 성사돼 부동산 열풍의 한복판에 있었던 지난 2007년 당시에도 볼 수 없었던 폭발적인 거래량을 기록했다. 부동산 유통업체 이쥐중국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거래된 부동산 면적은 지난 3월에도 155만㎡로 2007년의 월평균 거래량(160만㎡)에 근접했다. 베이징의 기존 주택 시장 1분기 거래 건수도 전년 동기보다 100% 이상 증가한 3만6000건에 달했다. 사상 최대 증가 폭이다.부동산 거품 붕괴의 상징 지역으로 꼽히는 선전에서도 봄기운이 싹트고 있다. 선전시 국토자원 및 부동산관리국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3월 선전에서 거래된 신규 주택은 8299채로 하루 평균 300채에 달했다. 이 역시 선전의 2007년 신규 주택 월 거래량을 넘는 수준이다. 특히 선전에선 바오아 공항과 홍콩의 첵랍콕 공항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 계획이 지난해 말 발표된 뒤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부터 줄곧 감소하던 중국의 주택 판매 면적이 올 1분기엔 전년 동기보다 8.22% 늘어나는 등 증가세로 전환됐다”며 “시장이 크게 위축됐던 동부 연해지역의 판매량 증가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올 1분기 중국의 부동산 판매 증가율을 지역별로 보면 동부 13%, 중부 마이너스 4%, 서부 11%를 기록했다.이에 따라 해외 자본의 중국 부동산 입질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대만의 대형 부동산 업체인 위앤슝건설은 중국의 대형 부동산 업체인 비구이위앤과 합작사를 설립해 중국 부동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대만 2위의 금융지주회사인 캐세이파이낸셜지주사는 중국의 증시와 부동산에 1000억 대만 달러(약 3조8152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광둥성은 2006년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홍콩 마카오 대만 거주민들에게 ‘1인 1채’로 구매 제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지난 3월 3일 구매 제한 조치를 4월 24일부터 전면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광둥성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띤 주요인으로 꼽힌다. 홍콩 원후이바오는 “지난 4월 25일 홍콩에 사는 한 여성이 푸톈 지역의 아파트 5채를 즉석에서 계약하는 등 제한 조치가 풀리자마자 외지인들이 수백 명씩 몰려와 아파트를 여러 채씩 사기도 한다”고 전했다.중국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조치가 약발을 받고 있는 한 사례다. 국제금융센터의 이지훈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과 큰 폭으로 하락한 주택 가격 등이 이번 주택 판매 반등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말부터 최소 납입금 비율을 줄이고 세금을 깎아 주는 등의 조치를 시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생애 첫 90㎡ 이하 소형 주택 구입자의 부동산 양도세를 기존의 3~5%에서 1%로 인하 △주택 구입 시 부과하던 인지세(0.5%)와 토지거래세(1%)를 면제 △주택 구입 시 최소 납입금 비율을 기존 30%에서 20%로 축소 △주택을 구매한 지 5년 이상 된 경우에만 영업세를 면제해 주던 것에서 2년 이상 돼도 면제 혜택 부여 △소형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가구주가 두 번째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 생애 첫 구매 시 우대 금리 적용 △상업은행의 신용 상태가 양호하거나 저가의 소형 주택을 건설하는 부동산 개발 회사에 대한 대출 확대 권고 등이다.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등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주택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부동산 시장의 봄을 부르는 요인이 됐다. 주택 가격도 2007년 말 이후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다가 지난해 8월부터 하락세로 전환돼 구매자들의 가격 부담을 줄였다.중위앤부동산3급시장연구부의 궁핑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부양책과 은행의 대출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5년 내 가장 낮은 비용으로 부동산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전망은 엇갈린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완전한 봄’을 말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마오쩡빈 이쥐부동산연구소 부소장은 “중국 경제의 회복 없는 중국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며 “올해 하반기엔 대폭적인 거래량 감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4월 거래량 급증은 시장의 반등 기운을 반영한 것이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아직 하강 국면에 놓여 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최근 발표한 ‘부동산 백서’에서 “중국 전체적으로 올 하반기까지 하강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 대도시의 주택 공실률이 높고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도 높아 ‘거품’이 여전히 많다”고 진단했다. 주택 가격이 합리적인지 평가하는 방법은 주택 가격과 구매 능력을 비교하는 것이다.유엔이 인정한 합리적인 기준은 3 대 1인데, 즉 한 가족 3년의 수입이 주택 가격에 상당하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5 대 1이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6 대 1이다. 많은 중국 도시는 8 대 1, 심지어 15 대 1인 것을 보면 현재의 주택 가격은 너무 비싸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사회과학원은 “2년 후에는 지금보다 50%가량 더 떨어져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2010년부터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건설 물량이 대량 풀리는 것도 주택 가격 급락 우려를 부추긴다.오광진·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