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등장 후 마티즈 시장점유율 ‘뚝’

경차 시장

우리나라 최초의 경차는 1991년 GM대우가 만든 800cc급 티코였다. 처음 티코가 길거리를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저렇게 작은 자동차가 성인 4명을 싣고 고속도로를 달린다는 사실에 신기해했었다.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저렴한 유지비 때문에 경차에 대한 인기가 상승하면서 모든 자동차 회사가 경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그 후 경제 상황이 개선되고 전통적으로 큰 차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소비자 특성 때문에 기아와 현대는 경차 시장에서 철수했었다.지금까지 GM대우의 마티즈만 유일하게 경차 시장을 지키고 있었는데, 2008년부터 경차에 대한 기준이 800cc에서 1000cc로 바뀌면서 모닝이 새롭게 경차 시장에 등장했다. 그동안 마티즈에만 주어졌던 다양한 혜택(세금, 주차료, 통행료 등)이 모닝에도 적용된 것이다.800cc 기준 하에서는 마티즈가 유일한 경차 시장의 플레이어였기 때문에 대우는 다른 차종에서는 경쟁사보다 밀렸지만 경차 시장에서만큼은 강력한 입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마티즈가 경차 시장이라는 연못(시장)을 혼자 독차지하면서 마음껏 자유롭게 헤엄치고 다녔지만 1000cc로 규정이 상향되면서 갑자기 새로운 경쟁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우물 안 개구리처럼 경쟁 상대가 없을 때는 항상 1등이고 독점이 가능하지만, 경쟁 상대가 생기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할 때 본능적으로 여러 상품을 비교,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마티즈는 비교할 상대가 없었기 때문에 손쉽게 시장을 독차지할 수 있었지만 모닝이 등장하면서 마티즈는 모닝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판매량을 비교해 보면 그 결과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올해 4월까지 마티즈는 6429대를 판매했는데 이 기록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8476대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경기가 급격히 하강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모닝 출현 이후 마티즈의 타격은 엄청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처럼 법과 규정이 개정되면 불리한 상품과 유리한 상품이 바뀌면서 시장에 큰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로비를 통해 자사에 유리하게 법규를 만들든지, 아니면 환경 변화에 미리 준비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 특히 자동차처럼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는 산업의 경우 사전에 경쟁사의 동향을 파악해 대응하지 않으면 가격을 깎아 주는 것 외에 새로운 강자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그러면 모닝이 출시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대우 입장에서는 경차 기준을 800cc로 묶어 두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기아차의 새로운 모델이 마티즈 매출에 어떤 타격을 주는지 미리 예견할 수 있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시장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모닝이 출시되기 전후를 비교하기 위해 소형차 시장에서 현대의 베르나, 대우의 젠트라, 마티즈, 기아의 프라이드 4개의 차종만 경쟁한다고 가정하고 가상의 시장점유율을 측정했더니 마티즈의 점유율은 41%로 나타났다. 즉, 소형차 고객 100명 중 41명이 마티즈를 구매한다고 볼 수 있다.그러면 기존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인 모닝이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 모닝이 출시되면 단번에 시장점유율 34%를 차지하면서 1위로 등극하는 반면 마티즈는 기존 41%에서 27%로 줄어들면서 경차 시장에서 1위를 모닝에게 내 주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소형차 시장에서 GM대우의 점유율은 59%에서 39%로 크게 약화된 반면 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이 26%에서 51%로 크게 높아진다.GM대우는 경차의 기준이 기존 800cc로 유지되도록 노력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시간을 갖고 모닝과 대적할 수 있는 새로운 경차를 준비해야 했었다. 공격하는 쪽에서는 기존 상품보다 더 강한 상품으로 공격하려고 할 것이고 방어하는 쪽에서는 기존의 상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든지 대항마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정상에서 성공을 즐길 만큼 시장은 너그럽지 않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경쟁사의 행동을 관찰하고 경쟁사의 새로운 전략이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예견할 수 있을 때 성공은 보장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성공은 상대방과의 경쟁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이다.황경남·컨슈머초이스( thechoice.kr) 대표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