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식 ‘똘똘’…1인 2역 ‘자청’

치킨매니아 신도림역점 한선복·이방술 사장

최근 대규모로 개발된 서울 신도림역 부근 신상권의 끝자락에 있는 치킨매니아는 치킨 호프집이지만 패밀리 레스토랑 분위기다. 메뉴와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형제를 중심으로 한 가족이 모여 운영하는 까닭에 손님들은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낀다. 치킨매니아의 대표 메뉴인 새우치킨의 고소한 냄새처럼 가족들이 서로 힘을 합쳐 일궈나가고 있는 이 가게에는 고소한 가족의 냄새도 배어 나온다. 그래서인지 일반 동종 업체와 달리 가족 단위 손님이 전체의 절반가량이다.치킨매니아의 가족 구성은 다음과 같다. 공동 사장 및 주방을 맡고 있는 한선복(33) 씨를 중심으로 친척 형이자 공동 사장 및 경영에 이방술(41), 사람 대하는 일을 좋아하는 동생 한현수(26) 씨는 영업 및 배달, 그리고 부인 이수연(28) 씨는 회계 및 홀서빙을 맡고 있다. 이들이 의기투합하게 된 것은 2007년 12월. 각자 치킨 호프집에서 일하며 노하우를 익혀 나가다 창업에 뜻을 같이하고 모이게 됐다. 이방술 씨는 이미 서대문에서 11년간 치킨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한선복 씨가 5년간 함께 일하면서 직접 운영까지 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르자 이방술 씨와 절반씩 투자해 치킨매니아를 개업했다.이들에게 창업 업종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치킨호프집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이미 이방술 씨가 갖고 있었고 다른 가족 멤버들도 치킨호프집 근무 경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방술 씨는 서대문에서 운영하는 ‘사무치킨’이란 자체 브랜드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수 많은 치킨 브랜드 중에서 차별화돼 경쟁력이 있는 브랜드를 찾아 시장조사를 하다가 ‘치킨매니아’를 결정했다. 치킨매니아는 치킨 메뉴뿐만 아니라 중국식 요리 메뉴도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이 큰 가능성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마침 신도림역 주변에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원래 세입자였던 은행이 이전했고, 덕분에 이들은 현재 매장을 권리금 없이 계약할 수 있었다. 한선복 씨는 “방술이 형 밑에서 일을 호되게 배웠다. 3년쯤 될 때 이 일을 그만두려고 한 적이 있지만 형은 나를 강하게 붙잡았다. 이 장사에 마음을 잡고 꾸준히 하다 보면 금방 클 수 있는 빠른 길이라고 말하며 나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줬다”고 회고하며 “전체적인 운영과 관련해 선험자인 형이 언제나 의지가 됐다”고 말한다.그리고 다른 치킨 호프집에서 일하던 동생 한현수 씨와 부인 이수연 씨가 자연스럽게 치킨매니아에 합류하면서 현재의 팀이 형성됐다. 이방술 씨는 “전에도 친구와 동업을 해 본 적이 있었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해져서 힘든 점이 많았다. 하지만 친척과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수익금 배분이 늘 공평하고 이 문제 때문에 서로 싸우거나 섭섭해 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며 가족 간 강한 신뢰 관계를 자랑했다.치킨 호프집 운영 경험이 풍부한 이방술 씨가 있었지만 이들에게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초 불어 닥친 조류독감(AI) 풍파는 치킨 집으로서 헤쳐 나가기 힘든 장벽이었다. 닭고기를 외면하는 손님들을 어떻게 다시 붙잡을까 팀 구성원 모두 머리를 모았고 재빠르게 해물떡볶이 등 다양한 대체 메뉴를 제안하면서 그래도 수월하게 시련을 넘길 수 있었다. 가게를 운영하며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마치 가족회의 하듯 모두가 적극적으로 해결점을 모색하며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이제 치킨매니아의 한 달 매출은 6000만 원 수준. 평일엔 주변 오피스의 직장인들이,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총 150석을 가득 채우며 성공 창업 반열에 올랐다. 이방술 씨는 이러한 성공 창업을 이루게 된 배경으로 가족의 헌신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꼽았다. “서로 의지가 되고 모두 사장이라는 생각에 카운터를 보면서 설거지도 하고, 직원을 관리하면서 배달도 하는 등 일인이역을 하다 보니 인건비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선복 씨는 “장사가 잘되다 보니 사람을 더 고용해야 하지만 가족 서로가 스스로 내가 더 한발 움직이면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하고 있다”며 가족 창업의 장점을 설명했다. 주인의식으로 똘똘 뭉친 가족 팀은 개업 이후 이제까지 하루도 쉰 적이 없다.그리고 음식뿐만 아니라 서비스에서도 손님들이 만족도가 높아 치킨매니아에는 단골이 많은 편이다. 이 또한 가족 팀 특유의 살가움이 서비스에서도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동생 한현수 씨는 “손님들이 다른 가게 갔을 때보다 더 편안하고 좋다고 많이 이야기한다”고 말한다.아무리 가족이지만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충돌이 없을 수 없다. 한현수 씨는 “메뉴 개발을 두고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고 경험이 많은 방술의 형이 중재에 나서면 언제나 큰일 없이 대립이 잘 풀려나간다”고 말한다. 유일한 여성인 이수연 씨는 “의견 차이가 있을 때 가족이 아니라면 싸우고 화해하기 힘들 경우가 있지만, 내가 중간에 나서지 않아도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서로 이해하고 의견을 조율한다”고 웃음 지으며 전했다. 가족이 함께 일하면서 불편한 점이 없느냐는 질문에 한선복 씨는 “특별히 없어요. 가족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눈도 의식하게 돼요. 형제들이 싸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기보다 서로 양보하게 되죠”라고 답했다.이제 이들에게는 또 다른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일단 점심 손님들도 잡기 위해 새롭게 점심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이전에 다른 뷔페 사업자가 매장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영업하도록 했었지만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형제들은 ‘우리가 직접 해 보자’는 생각에 점심 직장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역할은 서로 유기적으로 할당돼 있다. 이방술 씨의 총괄 아래 한선복 씨는 메뉴 개발, 한현수 씨는 전단지 유포 등 마케팅을 각자 기획하고 있다.그리고 또 한 가지 장기적인 바람은 막내 한현수 씨의 독립이다. 모두 하나같이 이대로 계속 함께 가게를 잘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맏형인 이방술 씨와 한선복 씨는 막내인 한현수 씨가 가게를 낼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한선복 씨는 “내가 처음에 창업할 때 방술이 형으로부터 힘과 도움을 받은 것처럼 이제 내가 동생에게 그 역할을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동생 한현수 씨는 “거기까지는 아직 생각지 못하고 있었는데 형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데 고맙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아직은 형님들 밑에서 좀 더 일을 배우면서 항상 내 자신이 커가는 것을 느끼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가족이라는 친근함 안에서도 특별히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들을 이들에게 물었다.“힘든 때도 있었지만 서로 마음을 맞추며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처음 뜻을 모았을 때처럼 욕심내지 않고 계속 모두 열심히 해나갔으면 좋겠다. 주변에 호텔이 들어오는 등 호재도 있으니 더 좋은 일이 앞으로 우리에게 많이 있을 거야.”(이방술)“내가 많이 부족한데 너무 많이 도와줘서 늘 고마워요. 개인적으로 더 발전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입장이 되고 싶어요.”(한선복)“지금처럼만 서로 마음을 여유롭게 이해하면서 지냈으면 좋겠어요. 장사가 잘되면서 몸이 힘들어질수록 오히려 마음은 더 즐거워요.”(한현수)“부모님 생신 등 가족 행사가 있을 때 일을 놓을 수가 없어 함께 다 같이 못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앞으로 우리에게 더 좋은 일이 많을 거예요. 저도 힘껏 도울게요.”(이수연)한결같이 현재에 행복을 느끼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의 말속에 가족의 사랑이 풍겨져 나왔다.전남 화순의 광부 자식들이었던 이들 형제들은 서울에 올라와 서로 의지하며 가족 사랑의 힘을 사업 성공의 밑거름 삼아 성장하고 있다.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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