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좋아져도 표정 어두운 경제수석실

청와대 통신

최근 임종룡 청와대 경제비서관이 이 두 개를 뽑았다. 누적된 피로로 잇몸이 헐어 뽑지 않을 수 없었다는 소문이다. 임 비서관은 지난 1월 말 기획재정부에서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후 석 달 넘게 하루를 쉬지 않고 일했다.월화수목금금금…. 아직도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연중무휴 근무 체제다. 청와대의 유일한 공식 휴일인 토요일에도 경제수석실 직원들은 출근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워낙 챙기는 이유도 있지만 위기를 완전히 넘기지 못한 국내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쏟아져 나오는 경제 정책들을 조율하기에 물리적으로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그러나 요즘 임 비서관과 경제수석실 직원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그렇게 몸을 아끼지 않고 일했지만 청와대 안팎에서 제2기 경제팀에 대한 재평가론이 솔솔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1월 말 출발한 제2기 경제팀, 즉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진동수 금융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옛 재무부 라인 경제팀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호의적이었다. 시장의 신뢰를 기반으로 △대출 보증 △공적자금 조성 △해외 언론 대응 등 시장 안정에 필요한 적절한 정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명박 대통령도 새 경제팀에 대해서는 ‘얄미울 만큼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그러나 최근 이 같은 평가가 달라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계기는 4월 임시 국회다. 새 경제팀이 그동안 내놓았던 정책들을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정책 혼선이 있었다. 잘 알려진 대로 △노후 차량 교체 시 세(稅) 감면 방안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문제 등이 그것이다.이 같은 혼선에 대해 경제팀에서도 할 말은 있다. 대부분 여의도 정치권의 반대 때문에 생긴 일로 행정부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하소연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생각은 다르다. 정치권에서의 반응까지 감안해 사전에 조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서의 발언을 통해 전해졌다.이 대통령은 지난 4월 21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현안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는 것처럼 외부에 비치지 않도록 부처 간, 당정 간 정책 조율을 치밀하게 해야 한다”면서 “일단 조율이 끝난 뒤에는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다음날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청와대는 정책에 대해 사후 보고를 하는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사전 조율하는 곳”이라며 “주요 정책의 경우 하나하나에 대해 부처, 당정 간에 사전 조율을 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청와대는 이에 대해 “언론의 정책 혼선 지적에 대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청와대의 사전 조율 기능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필요 이상의 의미 부여를 경계하고 있다. 국정 책임자로서 여론의 지적에 대해 원론적 수준에서 대응한 것일 뿐 새 경제팀에 대한 신뢰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완곡한 어법이었지만 이 대통령이 같은 문제를 연달아 공식 석상에서 지적한 것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정책 혼선 문제 때문에 요즘 이 대통령의 표정이 매우 좋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기 경제팀이 그동안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말, 7월 초로 예상되는 개각 대상에서 경제팀은 제외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2기 경제팀으로 △구조조정 △노사 개혁 △서비스산업 선진화 등 주요 과제를 추진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본격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박수진·한국경제 기자 notwom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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