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시민의 ‘발’…보급률 67.8%

자전거 천국의 환경과 문화

이명박 대통령이 4월 20일 라디오 연설에서 “자전거는 녹색 성장의 동반자로, 지금부터라도 자전거에 더 많은 관심을 갖자”고 말했다.이를 계기로 자전거 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전국적인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설 움직임이다.이에 따라 자전거 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부풀어 오르고 있다. 지식경제부 등 정부 부처와 자전거 업계는 국산 하이브리드 자전거 제품 출시 등 ‘녹색 성장 산업’의 하나로 국내 자전거 산업을 되살리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 안에 자전거 산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뒤 내년 제품이 나오도록 한다는 계획이다.예컨대 현재 고급 산악자전거(MTB: mountain bike)나 모터 기능이 달린 하이브리드 자전거, 정보기술(IT)을 접목해 레저용 내비게이션 등의 기능을 가진 자전거, 독일 벤츠사의 자전거처럼 자동차 등 고급 브랜드와 연계된 자전거 등이 지원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도 라디오 연설을 통해 “녹색 기술과 결부된 미래형 핵심 기술을 개발해 고부가가치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생산해 우리도 쓰고 수출도 하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해 자전거 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크다.그렇다면 자전거 대국인 이웃 일본의 자전거 환경과 문화는 어떨까. 우리 입장에서 벤치마킹하기 가장 수월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자전거 천국’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일본에서 자전거는 중요한 교통수단 중 하나다. 통학이나 통근은 물론이고 주부들의 장보기 등 일상생활에서 자전거가 폭넓게 이용된다. 신문이나 우편배달, 심지어 일선 파출소 경찰관의 순찰 등 업무 수행에서도 자전거가 활용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교통 혼잡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자전거를 활용한 운송업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주요 도시의 주택가 인근 전철역 등에는 자전거를 세워 놓을 수 있는 주륜장(駐輪場)이 대부분 설치돼 있다. 집에서 전철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온 뒤 주륜장에 세워 놓고, 전철로 갈아타고 출근하는 샐러리맨들을 위해서다. 자전거 전용 주륜장은 주차장처럼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매월 일정액을 받고 운영하고 있다. 역 주변에는 주륜장을 이용하지 않고 무단 주차하는 자전거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최근 들어서는 교통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일본 정부도 스포츠진흥법을 제정해 건강 측면에서 자전거 여행(사이클링)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자전거 도로의 정비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하천 둔치나 국유림 등에 자전거전용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사이클링 도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일본의 자전거 보유 대수는 지난 2006년 현재 전국적으로 약 7200만 대에 달한다. 총인구(1억2700만 명)로 나누면 국민 1.8명당 1대씩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자전거 보급률로 따지면 일본은 67.8%로 한국(16.6%)의 네 배가 넘는다.일본의 자전거 보급률은 지방보다 도시 지역이 훨씬 높다. 특히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권을 중심으로 보유도가 높다. 오사카의 경우는 1.2명당 1대, 도쿄도 1.3명당 1대씩을 갖고 있다. 대도시에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사람이 자전거를 1대씩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그러나 이처럼 자전거가 많이 보급돼 있지만 자전거가 통행할 수 있는 도로는 아직 미흡한 게 사실이다. 일본 내에서도 자전거전용도로의 확대가 사회적 이슈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자전거용 도로가 아직 부족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높은 인구밀도와 산이 많은 지형, 그리고 비좁은 도로 등의 사정이 그렇다. 특히 지방이나 대도시 간선도로의 경우 자동차가 겨우 빠져나갈 만큼 도로 폭이 좁다. 그런 길에선 자전거 도로를 따로 만들 여지가 없다. 또 인도조차 확보하지 못한 터널도 많아 자전거의 통행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일본의 도로 건설 정책이 주로 자동차 통행만을 염두에 둔 채 추진돼 왔기 때문이다. 자전거에 대한 배려가 그만큼 부족했던 것이다.일본 정부는 뒤늦게나마 자전거전용도로의 정비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새로운 자전거 이용 환경의 바람직한 모습을 생각하는 간담회’가 지난 2007년 5월 내놓은 보고서를 토대로 자전거 전용도로 정비에 발 벗고 나섰다.일본에서 자전거가 통행할 수 있는 공간은 총연장 약 7만9000km에 달한다. 그러나 보행자와 자전거가 함께 이용하는 ‘자전거·보행자도로’가 대부분이다. 보행자와 자전거의 통행이 분리된 순수한 전용도로는 약 2500km로 전체의 3% 정도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자전거와 보행자가 충돌해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최근 10년 동안 약 4.8배로 증가했다.국토교통성은 보행자와 자전거 통행을 분리한 전용도로를 정비하기 위해 지난해 전국 98개 지역을 ‘모델 지구’로 선정해 전략적인 정비에 들어갔다. 모델 지구를 모범적으로 정비해 전국적으로 확대돼 나가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우선 내년 3월 말까지 2년간에 걸쳐 전국의 모델 지구에서 총 110km의 자전거전용도로를 정비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도시 전체적으로 자전거용 도로가 연결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일본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유럽의 도시는 자전거전용도로가 현재 371km에 달하는 프랑스 파리다.자전거전용도로 정비 방법은 주로 차도의 맨 바깥쪽 차선의 일정 폭을 전용 공간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도쿄의 시범 지구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고도(江東)구 가메도(龜戶) 지구에서는 편도 4차로의 맨 좌측 차도에 2m 폭의 자전거도로를 400m가량 설치해 차도는 물론 보도와 완전 분리하는 공사를 지난해 3월 말 완료했다.일본 정부는 도시 지역의 전용도로와 별도로 하천 부지나 호수 주변, 해안가, 국유림 등을 중심으로 자전거가 달릴 수 있는 ‘사이클링 도로’의 설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같은 자전거전용도로는 현재 하천이나 임야 관리 도로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총 5000km에 달한다. 자동차는 물론 원동기가 부착된 자전거의 통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이클링 코스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이 같은 사이클링 도로는 인근 주민들의 조깅과 산보 등을 위한 운동 코스로도 이용되고 있다. 도쿄의 아라카와(荒川)나 다마가와(多摩川) 등 주요 하천 둔치에는 강가를 따라 조깅이나 사이클링을 할 수 있는 도로가 말끔하게 단장돼 있다.일본에서 자전거는 기본적으로 ‘차량’ 취급을 받는다. 교통법상 자전거는 원칙적으로 차도를 주행하도록 돼 있다. 자전거가 인도로 다닐 수 있게 된 것은 차도에서 자동차의 주행을 방해해 혼잡을 일으키는 문제점이 부각된 1970년 이후 조건부 통행이 허용되면서부터다.하지만 자전거전용도로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아 자전거의 통행 가능 여부에 관계없이 보도를 주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물론 경찰 등 당국이 보행자에 대한 불편은 물론 자전거에 의한 안전사고 등을 막기 위해 상시 지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차량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경찰이 인도 쪽으로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그러나 어디까지나 사람이 우선이다. 이 때문에 일단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 통행 불가 도로를 달릴 경우 5만 엔(약 68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3개월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돼 있다. 원칙적으로 한 사람만 타도록 된 자전거를 2명이 탈 경우 5만 엔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밤에 전조등을 켜지 않고 달리는 경우도 단속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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