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값 내리면 삼성르노 ‘직격탄’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

출퇴근길에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유심히 살펴보면 똑같은 모델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자동차가 굴러다닌다. 그만큼 사람들이 추구하는 자동차에 대한 취향이 다양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취향이 다양한 만큼 까다로운 고객의 입맛에 맞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 또한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사람들은 어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신상품이 출시될 경우 새로운 부분이 크게 부각돼 상품을 구매하지만 일단 구매하고 상품을 사용하면 그 새로운 기능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더 이상 상품을 구매할 때에는 처음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자동차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그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사람들은 말이 끄는 마차처럼 길거리에 똥을 싸지 않고 고장 없이 잘 굴러가면서 가격도 훨씬 저렴한 포드자동차의 T 모델에 열광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자기와 똑 같은 자동차를 몰고 길거리를 다닌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될 때 개성이 강한 사람들은 더 이상 T 모델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찾게 된다.왜냐하면 이제 운송수단으로서의 자동차의 기능은 당연한 것이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자동차를 마차와 비교해 평가하지 않는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 적용하는 평가 기준이 마차가 아니라 현재 사용하고 있는 T 모델로 바뀐 것이다.한편 수많은 중소 자동차 제조사들은 포드자동차에 시장을 잠식당했기 때문에 거의 부도 직전에 몰리게 됐는데, 망해가는 회사들은 헐값에 합병돼 하나의 경쟁사로 재탄생했고 그것이 바로 제너럴모터스(GM)였다. GM은 기본적으로 출발할 때부터 다양한 모델을 생산할 수 있었던 능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GM의 강점과 시장 상황이 잘 맞아떨어져 그 후 GM은 현재까지 포드자동차를 늘 앞서 왔다. 이처럼 시장은 계속 변화하면서 진화한다. 하지만 그 방향이 무엇인지 초기에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그 DNA를 증식해 보는 것이다.사람들이 어떻게 자동차를 구매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사양의 자동차를 제시하고 구매 행동을 관찰해 보았다.먼저 중형차(2000cc)급 시장에서 모든 회사가 동일한 사양(배기량, 디자인, 가격, 연비, 옵션, 품질 보증, 할부 조건 등)의 자동차로 경쟁할 때 시장점유율은 현대가 54% (실제 점유율은 약 56%), 다음으로 삼성이 24%, 기아가 18%, 대우가 4%로 나타났다.다음으로 도요타자동차가 국내 자동차 가격보다 200만 원 비싼 가격에 시장에 진입한다면 어떻게 될까.도요타의 점유율은 19%로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가장 타격을 입는 브랜드는 삼성르노자동차로 점유율이 24%에서 16%로 8%포인트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다음으로 현대자동차가 국내 타사보다 200만 원 가격을 인상해 도요타자동차와 똑 같은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시장점유율은 어떻게 될까. 현대자동차의 점유율은 47%에서 31%로 낮아진 반면 삼성르노의 경우 16%에서 23%로 7%포인트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점은 현대자동차의 이탈 고객이 도요타자동차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삼성르노 쪽으로 많이 움직이는데, 그것은 삼성르노가 현대자동차와 직접적인 경쟁 상대이기 때문이다.만약 현대자동차가 기존 형태에 디젤엔진을 장착해 연비를 1km 개선(기존 11~ 12km)한 새로운 디젤 자동차를 출시할 경우 시장점유율은 54%에서 58%로 4%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점유율이 크게 오르지 않은 이유는 새로운 모델이 경쟁사 고객을 빼앗기보다 기존 현대자동차 모델 구매자를 전환(식인효과)하기 때문이다.황경남·컨슈머초이스( thechoice.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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