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매력 ‘여전’… 규제 완화 ‘기대’

한경부동산포럼-서울 성북·강북구

“지금이 투자의 최적기라고 봅니다.”지난 4월 22일 서울시 성북구청에서 개최된 ‘제15회 전국순회 한경부동산 포럼’에 참석한 강북·성북구 지역의 한경 베스트 공인중개사들은 지금이 강북·성북 지역에 대한 투자 타이밍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 당장 이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도는 것은 아니겠지만 시중에 떠도는 막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것인데다 이 지역 자체의 호재가 적지 않기 때문이란 설명이었다.그렇다고 강북·성북구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봄의 온기가 돌고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에서 다소 벗어났을 뿐이다. 강남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감지되고 있는 거래 활성화의 바람이 강북까지 미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데 베스트 공인중개사들은 입을 모았다.이날 포럼은 김상훈 신한은행 PB사업부 부동산전략팀장의 발표로 시작됐다. 김 팀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투자 패턴을 소개했다. 김 팀장은 현금 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PB센터의 주요 고객들이 부동산 투자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 심리가 강해지면서 생긴 일이다.특히 관심을 끄는 물건은 수익형 부동산이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물건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다른 점이라면 과거엔 4~4.5% 정도의 수익률만 보장되면 매수 대상이 됐지만 이젠 7% 정도까지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초에는 심지어 12%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물건이 나오기도 했다. 기업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옥 등을 급매물로 내놓으면서부터다. 하지만 이제 이런 물건은 거의 소진됐다. 여신 금리가 낮아지면서 굳이 사옥을 급매물로 처분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수익형 부동산 다음으로 떠오르는 투자 대상은 하락 폭이 크고 내재 가치가 우수한 아파트들이다. 고점 대비 30% 내린 아파트가 5년 후 다시 고점에 도달한다면 연평균 6%의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이 정도의 상승 여력을 가진 아파트들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강남 지역 아파트 중에서도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일부 ‘명품 아파트’의 거래에 활기가 돌게 된 것이다.문제는 강남 지역에서 지펴진 투자의 불길이 강북에까지 번지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불확실’하다고 예측했다. 강북 지역의 아파트는 5억~7억 원 정도의 현금 자산을 가진 투자자들이 주요 매수자인데 이들은 지난해 금융 상품 투자 손실과 경기 위축으로 인한 소득 감소 등으로 투자 여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길음, 미아, 장위 뉴타운 등 강북·성북 지역의 뉴타운에 대한 기대를 접을 단계는 아니다. 이 지역 중에서도 ‘명품 주거지’로 떠오를 아파트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교통 인프라가 개선되고 있는 데다 대규모 녹지가 조성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뉴타운 간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면 내재 가치가 뛰어난 명품 아파트가 나올 것이며 이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오름세를 탈 수 있다는 설명이다.베스트 공인중개사들도 성북구와 강북구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교통 환경이 좋고 뉴타운의 규모도 커서 투자성이 좋은 데다 지난겨울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해 밸류에이션 매력도 크다는 것이다. 강경구 공인중개사는 “장위 뉴타운 지역은 규모가 183만㎡에 이르러 사실상 서울시 최대 규모의 뉴타운이고 교통은 사통팔달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오는 10월 ‘북서울꿈의숲’이 개장하고 2017년 경전철이 완공되는 등 호재가 즐비하다”고 말했다.하월곡동 지역도 관심 지역으로 주목됐다. 지리적으로 균형발전촉진지구와 장위 뉴타운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 그 어느 지역보다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가격도 많이 하락한 상태다. 백설 열린공인 대표는 “고점이었던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가격이 10~15% 정도 빠져 5억3000만~5억4000만 원 하던 99㎡(30평) 래미안월곡의 경우 현재 4억5000만~4억8000만 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며 “최근 들어 문의 전화가 늘고 있으며 지금이 이 지역에 투자할 적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호재도 발생했다. 지난 3월 25일 토지 거래 허가 규제가 대폭 완화된 것이다. 20㎡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는 허가를 받아야 했던 것이 180㎡ 이상으로 개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뉴타운 내의 토지 거래가 보다 자유로워졌다. 뉴타운 내의 거래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베스트 공인중개사들은 전했다.정해진 굿리치공인 대표는 “토지 거래 허가 규제가 완화된 지난 3월 25일을 기점으로 뉴타운 내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완화 전에는 20㎡(약 6평) 이하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인기가 좋았지만 이젠 165㎡(약 50평)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려했던 것보다 장위 뉴타운 지역 부동산 시장의 반등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분위기는 분명 ‘봄’으로 가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 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허종섭 공인중개사는 “토지 거래 허가 규제가 완화됐다지만 규제가 정말 풀렸는지 아닌지조차 모를 정도로 거래시장이 얼어 있다”며 “가격이 움직여야 투자자들도 관심을 가지는데 가격 오름세가 그다지 뚜렷하지 않아 향후 전망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푸념했다.하지만 다수의 중개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동산 시장에도 해빙기가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승혜 공인중개사는 “3월 이후 주가가 오르고 있는데 주가가 경기를 6개월 선행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도 활기가 돌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하반기 들어 급매물을 찾아 동분서주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인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부동산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베스트 공인중개사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양도소득세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과도한 양도세 부담이 투자자의 발길을 돌려세우고 있다는 주장이다.신태동 공인중개사는 “올해에만 주식 투자로 50% 이상의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이 숱한데 이들에 대해 중과세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부동산에 대해서만 중과세를 하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부동산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양도세를 과감히 낮춰 부동산 투자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지적했다.금융권의 대출 문턱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에 대해 김상훈 신한은행 팀장은 “금융 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는 대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지점장 권한으로 대출 상환 능력이 검증된 고객에게는 5억 원까지 신속하게 대출을 해 주고 있다”며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아직도 묶여 있는 부문도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원활해질 것”이라고 답했다.과잉유동성으로 인한 부동산 ‘투기’ 바람에 대한 우려에 대해 베스트 공인중개사들은 성급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정해진 공인중개사는 “돈에는 눈이 있다”며 “기업으로 갈 돈과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 들어올 돈은 엄연히 다른 만큼 벌써부터 투기를 걱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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