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한국 최초의 우주 항구인 나로우주센터가 4월 문을 열었다. 우주 선진국들은 이러한 우주센터를 몇 개씩 보유하고 있지만 후발국인 우리로서는 처음으로 ‘우주로 가는 항구’를 마련한 것이다. 7~8월께 한국 국적의 소형 위성 발사체(KSLV-Ⅰ)가 이곳에서 발사된다. 완전한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제작한 위성을 우리 땅에서 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아직은 대형 액체로켓 엔진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완전 자립이 가능한 우리의 우주 발사체를 개발, 발사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KSLV-Ⅰ은 러시아로부터 1단 엔진을 도입함으로써 올해와 내년 두 차례 시험 발사를 하지만 우리의 발사체로는 더 이상 추가 발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 이상의 재현성이 없는 발사체라는 의미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KSLV-Ⅰ의 후속 발사체로 개발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KSLV-Ⅱ)는 국내 자립 기술을 통해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지난 4월 5일 북한은 ‘광명성 2호’ 위성을 대포동 2호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변형 로켓인 ‘은하2호’라는 발사체에 실어 발사했다. 3단 고체로켓 모터의 이상으로 시험 통신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리는데 실패했지만, 1단과 2단 액체로켓 엔진은 성공적으로 작동해 북한의 액체 추진 로켓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서 검증됐다는 판단이다. 결국 북한의 이번 발사가 위성 발사체 발사를 핑계로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시험했다는 측면에서 1단과 2단 추진 시스템의 성공적인 작동은 나름대로의 성공으로 간주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대륙간탄도탄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밀 제어 기술, 대기권 재돌입 기술, 소재 기술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하지만 미사일 추진 기술 측면에서 보면 상당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한반도 주변의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들의 우주 기술 능력은 모두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북한도 인공위성 기술이 아직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로켓 기술만큼은 30여 년 이상의 개발 경험 및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로켓 강국으로 분류해도 무방할 정도다.2000년대 들어 아시아에서의 우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2007년 초 대륙간탄도탄을 이용해 우주에서 수명이 다된 기상위성을 격추하는 요격 시험을 수행했다. 그해 10월에는 달 탐사 궤도선 ‘창어 1호’를 발사해 우주탐사 대열에도 합류했다. 일본도 우주개발에 관한 한 결코 질 수 없다는 자존심이 대단하다. 2007년 9월에는 중국에 앞서 달 탐사 궤도선인 ‘가구야’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아시아의 또 다른 우주 강국인 인도도 작년 초 달 탐사위성인 ‘찬드라얀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우리나라도 2005년에 ‘우주개발진흥법’을 제정, 우주개발을 위한 국가 차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2007년에는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과 ‘우주개발 사업 세부 실천 로드맵’을 마련해 국가 우주개발 사업의 기본 골격을 세웠다. 정부는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위성) 1호를 개발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조 단위의 우주개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 15년여 동안의 우주개발 사업을 통해 상당한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 실용급 위성의 플랫폼 개발 기술은 국내 독자적으로 수행할 정도의 수준으로 향상됐다. 현재는 0.7m의 고해상도 영상을 제공하는 다목적 실용위성 3호(2011년 발사 예정), 1m급의 전천후 레이더 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다목적 실용위성 5호(2010년 발사 예정), 그리고 0.5m급의 흑백 영상과 10m급의 적외선 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다목적 실용위성 3A호(2012년 발사 예정)를 개발 중에 있다. 올해 말에는 정지궤도 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그러나 전자광학 카메라와 전천후 레이더 시스템 등의 탑재체 기술은 독자 개발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광학 부품과 일부 정밀 센서와 구동기도 국산화 개발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저비용의 소형 위성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춰 쎄트렉아이라는 벤처기업이 말레이시아, 두바이 등과 위성 시스템 판매 계약을 하고 개발 중에 있다. 올해는 말레이시아 위성인 라작샛을 발사할 예정이다.그리고 우주 발사체 개발에는 대형 액체 로켓 엔진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지구의 중력을 극복하고 로켓이 상승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고추력(高推力)의 엔진이 있어야 한다. 액체로켓 엔진 기술은 국내에서 가장 취약한 우주 기술 분야 중 하나다.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이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다.정부는 향후 지구 밖의 우주를 탐사하는 계획도 입안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 선진 8개국에 제안한 ‘국제 달 네트워크’ 우주 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제 협력을 통한 우주탐사는 과학기술 분야의 큰 흐름이 되고 있다. 우주탐사에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분담하자는 논리다. 후에 기득권과 이익은 국가별로 나누자는 의미도 들어 있다. 국제 협력도 우리의 자립 기술이 없는 한 돈만 투자하는 형식적 협력에 불과하다. 들러리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2020년께 우리의 자립 발사체를 이용한 독자적인 달 탐사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기술, 투자비용, 경험 등의 측면에서 쉽지 않은 우주개발 목표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반드시 이뤄야 하는 목표이기도 하다.우주 기술은 민군 겸용 기술로서 국가 안보 역량의 핵심적 전략 기술이며, 국가 경제 및 국민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준다. 21세기에는 우주 자산을 통한 정보 획득이 국가 안보 유지를 위한 필수 요구 조건이 되고 있다. 통신 방송, 재난 감시, 기상 예보, 항법 등은 이제 인류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서비스가 되어 가고 있다.우주개발과 우주 기술이 돈 되는 산업인가에 대한 논란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돼 왔다. 우주산업은 인공위성 제작 산업, 발사체 제작 산업, 지상 장비 산업, 그리고 위성 서비스 산업 등으로 분류한다. 위성과 발사체·로켓의 제작 산업은 전체 매출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위성 활용과 서비스 산업이 전체 우주산업 매출의 60% 정도를 차지한다. 이는 우주 기술 제조 분야에서 산업화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것은 아직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수십 년 동안 우주개발을 수행해 온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우주개발을 통한 파생 기술을 통해 상당한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영상, 통신 방송 서비스, 기상, 항법 등 위성의 활용이 증가함에 따라 우주산업의 시장 규모는 매년 약 20%씩 증가하고 있다. 아직은 우주산업이 초기 투자비용이 많고 위험성이 높은 산업이지만 우주산업의 잠재력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지난 20년여 동안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사업 중심으로 초점을 맞춰 자립 기술 획득에는 한계가 있었다. 선진국의 우주 기술을 따라잡기에 급급했다. 실질적 우주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주 기술의 자립화가 관건이다. 우주 기술은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 이전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우리 기술이 없는 한 여러 가지 한계에 부닥친다. 또한 국책 연구 기관 중심의 개발 사업으로 연구 기관은 비대하지만 우주산업화는 아직도 요원하다. 고급 연구 인력이 즐비한 대학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인력과 기술의 저변 확대와 전문 인력 양성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산·학·연·관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한 시점이다. 투자에 비례해 위성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 체계적이며 실질적인 전략적 군 우주 정책 및 정보 획득 방안도 요구된다. 우리 실정에 맞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한국형 우주개발 사업을 통해 우주개발 강국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장영근·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ykchang@k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