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지식이 경쟁력이다

올해 2월부터 은행의 예금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한 시중의 부동 자금이 785조 원에 이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예금이나 채권 등과 같이 이자를 얻는 상품이 높은 수익 기회를 제공해 줬다.그러나 국내외 금융시장을 지배하던 위험이 하나 둘 걷히고 금리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단기 자금으로 머물러 있는 형국이다. 이자 자산에서 수익을 얻기 어려워지면 자금은 속성상 수익률이 높은 자산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수익이 높은 상품은 위험도 높다.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길은 그 상품이 가지고 있는 구조를 이해하고 투자하는 자산의 미래 가치를 전망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 상품에 대한 금융 지식이 없으면 접근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투자자들의 금융 지식이 곧 수익률로 연결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우리의 금융 지식은 어느 수준일까. 여러 면에서 부족한 실정이다. 과거에는 무력으로 국가를 빼앗겼지만 현재는 금융시장을 통해 글로벌 자금에 국부를 빼앗기고 있다. 금융 지식이 없으면 국부를 송두리째 빼앗길 뿐만 아니라 거대 자본에 한 나라 경제가 휘둘리기까지 한다. 지난해 12월 결산법인의 배당금이 지급되면서 외환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배당금 8조6610억 원 중에서 30.3%를 외국인들이 가져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의 손에 휘둘린 지 오래됐다.외국인이 주식을 사면 상승세를 보이다가 매도 공세에 나서면 이내 하락세로 전환되고 만다. 왜 이와 같은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대답은 정책 입안자나 국민 모두 금융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책 입안자가 300이라는 낮은 지수대에서 헐값에 자본시장의 빗장을 열어버리는 우를 범했다. 우리 국민은 주식이 투기에 불과하다는 인식으로 주식 투자를 외면했다. 그 결과 심각한 자본 유출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형국이 됐다.금융 지식이 없으면 소신 있는 장기 투자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하는 수익을 얻기 힘들다. 투자에 대한 사전 금융 지식 없이 ‘남이 장에 가니 나도 간다’는 식의 묻지마 투자를 하면,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심리적으로 불안해져 손실을 확정해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투자를 해야 할 때 오히려 회수하게 돼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주식 투자의 경우 배당을 얻는 장기 투자를 하지 못하고 단기 매매 차익을 얻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게 돼 투자 수익은 고사하고 번번이 주식 투자에 실패하게 된다. 한국 주식시장의 매매회전율이 34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해 주고 있다.비록 지금은 금융 시스템 붕괴로 인해 세계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지만, 이번 위기가 지나고 나면 금융 경쟁력을 확보한 국가가 세계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금융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고, 금융을 통해 국가의 부를 늘리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을 높이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투자자 개인적으로 부를 늘릴 수 있는 것도 금융 지식밖에 없다.2009년 우리가 겪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여파는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다. 투자의 기회는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경기가 좋을 때의 투자는 기회임에 틀림없지만 높은 수익률을 얻기는 힘들다. 위기의 끝자락이 투자의 기회이고, 경기 침체의 끝 무렵이 투자의 적기다. 그러나 누구나 이러한 기회를 잡을 수는 없다. 금융 지식을 가진 자만이 투자의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지식으로 무장해 최악의 상황을 지나 점진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투자의 기회’를 찾아보기 바란다.현대증권 사장약력: 1950년생. 서울대 졸업. 1996년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2002년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2003년 조달청장. 2006년 계명대 경영대학 세무학과 교수. 2008년 현대증권 대표이사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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