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처럼 경영하라② - 메디치 신바람 경영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는 르네상스의 봄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시각적 메신저다. 간혹 이 작품이 ‘봄’이라고 번역되는 것은 작품 속에서 봄꽃이 만발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봄꽃보다 중요한 것은 봄바람이다. 작품 전체에서 봄의 생기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봄’이란 제목도 썩 나쁘지 않다.이 작품의 숨겨진 의미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단순한 결혼식 선물이란 설부터 로렌초의 동생 줄리아노가 숨겨 두었던 애인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작품이라는 설, 혹은 신플라톤 철학의 난해한 코드가 숨어 있다는 설까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작품은 메디치 가문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이 처음 소장됐던 곳도 메디치 가문이었으며 이 작품의 전시가 우피치 박물관으로 결정된 것도 모두 메디치 가문과 연관이 있다. 보티첼리는 메디치 가문이 후원했던 화가였다. ‘프리마베라’ 속에 숨겨진 메디치 가문의 코드는 무엇일까.이 작품을 감상하는 법은 그림의 오른쪽 끝에서 출발해 시선을 왼쪽으로 이동시키며 보는 것이다. 작품의 오른쪽은 겨울 숲의 모습이다. 겨울 숲의 스산한 모습이 우울하게 펼쳐지고 있고 봄은 아직 멀었다. 거의 푸른색의 몸을 가지고 있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Zephyrus)가 힘차게 바람을 불고 있다. 겨울 숲에서 제피로스는 님프 클로리스(Chloris)를 껴안으려 한다. 그리스신화는 제피로스가 봄의 전령인 클로리스를 겁탈해 꽃의 계절인 봄을 잉태했다고 한다. 클로리스의 입에서는 봄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 봄의 전령사가 된 클로리스는 드디어 봄의 여신 플로라(Flora)가 됐다. 겨울은 가고 아름다운 봄꽃이 피어나고 있다. 그 봄의 정원에 주인공 비너스(베누스)가 작품 중앙에서 우아한 모습을 선보인다. 봄의 주인공이자 사랑의 여신 비너스 위로 큐피드가 눈을 가리고 화살을 쏜다. 큐피드의 화살은 삼미신(三美神)의 원무(圓舞)를 향하고 있다. 이 작품은 르네상스의 프리마베라(봄)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시각적 찬미라고 해도 틀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우리는 메디치 방식으로 이 작품을 해석하고자 한다. 메디치 가문의 숨겨진 코드를 찾기 위해 우리가 제안하는 해석의 방식은 작품의 왼쪽을 주목하라는 것이다. 작품의 왼쪽에는 뜬금없이 한 남자가 등장해 작대기로 하늘의 먹구름을 젓고 있다. 제피로스부터 삼미신까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 그 어느 누구도 이 남자의 행동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작품의 왼쪽에 등장하는 남자는 메르쿠리우스(Mercurius)다. 로마신화에서 메르쿠리우스는 교역, 거래, 상업의 신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메르쿠리우스는 두 마리의 뱀이 새겨진 이른바 ‘카두세우스(Caduceus)의 지팡이’로 봄의 하늘을 휘젓고 있다. 일부 학자들이 메르쿠리우스가 ‘봄의 정원’에 비가 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구름을 흩고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우리들의 해석은 정반대다. 메르쿠리우스는 오히려 봄 하늘에 몰려든 먹구름을 휘저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짙은 먹구름이 낀 곳에 바람이 불면 곧 비가 올 것이란 것을 우리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그는 봄의 정원에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우리들의 해석을 받아들인다면 작품의 오른쪽도 이해가 되고, 중앙의 비너스의 존재 이유도 설명된다. 작품의 제일 오른쪽에서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입술을 모아 힘껏 바람을 불고 있는 모습과 왼쪽에 서서 바람의 구름을 휘젓고 있는 메르쿠리우스가 대칭적인 조화를 이루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품의 중앙에 서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비너스의 배경을 보라. 비너스를 둘러싸고 있는 숲의 모습을 자세히 보라. 숨을 뱉어내고, 바람을 불게 하는 영락없는 허파(肺)의 모습이다. 역시 바람을 일으키는 양쪽 끝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보티첼리는 메디치 가문을 위해 이 그림을 그렸다. 그는 이 작품 속에 메디치 가문이 감당해야 할 역할과 임무를 은밀한 코드로 집어넣었다. 메디치 가문의 역할은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다.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구름까지 휘저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르네상스의 진정한 봄을 향한 간절한 바람이었을 것이다.끊임없는 혁신과 창조를 통해 업계의 명실상부한 선두 자리를 지켜나가는 기업의 특징은 ‘신바람 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1998년 캘리포니아의 한 가정집 차고에서 시작된 신생 기업이 있었다. 이 기업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포천’이 정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best place to work)로 선정됐다. 이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격려하기 위해 자신의 사무실을 꾸미는 방식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동물원처럼 꾸민 곳도 있고, 디즈니월드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각종 인형들이 즐비한 사무실도 있다.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은 거의 없다. 마치 젊음이 살아 숨 쉬는 대학 캠퍼스 같은 작업 환경 속에서 이 회사의 직원들은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한다. 근무시간의 20%는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것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자율성이 부여된다. 20% 프로젝트(20% Project)로 이름 붙여진 이 자유 시간을 통해 직원들은 주어진 업무에서 벗어나 개인의 혁신과 창조적 아이디어에 도전한다.이 신바람 나는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회사는 인터넷 검색 업체의 최강자인 구글(Google)이다. 실제로 구글은 ‘20% 프로젝트’를 통해 직원들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발굴했고 구글의 e메일 시스템인 지메일(Gmail)도 바로 이 ‘20%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것이다. 구글은 기업의 목표를 10가지로 정해 놓고 있다. 그중 아홉 번째 내용은 ‘정장을 차려입지 않아도 충분히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은 기업의 목표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며 이 도전은 즐거운 것(fun)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글의 창업자들은 기업의 이익보다 직원의 행복이 우선한다는 원칙을 정해 놓았다. 구글의 직원들은 복도에서, 식당에서, 주차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흥미로운 주제가 떠오르면 벽에 걸려 있는 대형 화이트보드에 그 내용을 써놓는다.신바람을 일으켜 작은 기업을 세계 최고로 만든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세계 프리미엄 커피 시장의 선두 주자인 스타벅스(Starbucks)의 예를 보자. 1983년 하워드 슐츠는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커피 맛에 매료됐다. 그는 단순히 커피 맛에 매료된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문화에서 차지하는 커피 가게의 위치를 파악했다.하워드 슐츠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마시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그 분위기를 마신다는 것을 파악했다. 따라서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팔고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를 판다는 전략을 세웠다. 스타벅스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직원들을 종업원이라고 부르지 않고 파트너(partner)라고 부르는 원칙을 정했다. 스타벅스는 파트너들에게 최고의 복리 후생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었으며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하워드 슐츠는 커피를 파는 파트너들에게 이렇게 요구한다. “당신의 뜨거운 가슴을 커피 잔에 담아서 팔아라”고. 파트너들의 가슴에 신바람을 일으키는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최선미·연세대 경영대학 교수김상근·연세대 신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