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피해 복구 우리가 세계 최고입니다’

이이재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

“광해관리공단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광산 피해 방지와 복구의 첨병으로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최근 폐광 오염이 지역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석탄이나 석회석 고령토 규석 금 철 등을 파냈던 폐광 지역에는 폐수가 유출되거나 광물 찌꺼기가 쌓이고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등의 피해가 꼬리를 문다. 이 같은 광산 피해를 막고 주변 환경을 복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유일한 공공기관이 바로 광해관리공단이다. 광해관리공단은 올 들어 1월 몽골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상반기 내 몽골에서 광해(鑛害) 복구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해외시장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작년 6월 광해방지사업단에서 한국광해관리공단으로 이름이 바뀐 뒤 2대 수장으로 취임한 이이재(50) 이사장을 지난 2월 19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석탄회관 4층 집무실에서 만나봤다. 그는 2시간에 걸친 인터뷰 내내 환경문제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끊임없이 쏟아냈다.‘광해’는 광산 피해의 준말입니다. 광산 개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제반 환경 피해를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 광산에서의 토지 굴착, 광물 채굴, 선광 및 제련 과정에서 생기는 지반 침하, 폐석과 광물 찌꺼기 유실, 갱수와 폐수 방류 및 유출, 먼지 날림, 소음 및 진동으로 광산과 그 주변의 환경에 미치는 모든 피해를 말합니다.광산은 개발을 시작하면 바로 오염이 시작되며 축적되고 확산됩니다. 또한 광산을 닫은 후에도 오랫동안 오염이 지속됩니다. 실례로 광산 개발 후 적게는 50년에서 많게는 100년간 물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물이 철, 망간 등 중금속에 오염된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방치하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하천으로 흘러들어 생태계에게도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자연 복귀가 불가능할 정도로 국토가 작은 우리나라는 광산과 주거지가 가깝기 때문에 자칫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가행(稼行) 중인 광산과 폐광된 광산을 포함해 총 2006개로 파악되고 있지만 실제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중에서 절반 이상은 어떤 형태로든 복구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광해는 폐수 유출, 폐석 및 광물 찌꺼기 유실, 지반 침하 등의 형태로 나타나며 광산 개발 형태에 따라 원인과 양상이 각각 다릅니다. 예를 들어 금속 광산의 경우 선광,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광물 찌꺼기와 선광 시약 및 중금속이 잔류해 하천과 토양을 오염시키게 됩니다. 올해는 620억 원을 투입해 총 146개 광산, 185개소에서 광해 방지 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광해 피해는 불시의 지반 침하 사고와 오염된 중금속이 토양을 통해 음식물로 침투될 우려가 있는 토양오염, 하천오염 등 그 범위가 넓습니다. 공단에서는 지반 침하와 침하 우려 지역에 대한 지반 안정성 조사와 보강 공사를 실시해 대형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폐광에서 유출되는 폐수를 정화해 광산 지역 하천을 푸르게 가꾸고,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광물 찌꺼기 유실과 침출수 등의 유입으로 오염된 토양을 오염 유형과 지역 특성에 맞는 방법으로 개량하고 복원해 청정한 토양으로 돌려놓는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지금 세계는 자원 확보 경쟁에 주력하면서 소극적 녹색 성장 시대에서 적극적 녹색 성장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광해 방지 사업은 국민의 녹색 생활권을 보장하고 서민층 일자리 창출 및 낙후된 광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도가 큰 사업입니다.훼손된 산림 복구를 통해 환경적 가치를 높여 지속적으로 녹색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폐광 또는 광물 찌꺼기장에 친환경 시설물을 건립하거나 산림 복구 때 야생화를 심어 관광 자원화하는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또한 자연 생태 체험 관광 명소를 조성해 잠재된 미래 가치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광해 관리 사업은 정부의 녹색 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이러한 사업을 통해 녹색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몽골이나 동남아 등에 국내 기술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해외에서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합니다.지난 1월 MOU를 체결했고 2월 16일 몽골 정부(광물자원석유청)로부터 시범 사업에 대한 공식 문서를 접수했습니다. 몽골 정부가 광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면서 신속한 MOU 체결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MOU는 몽골의 자원 개발, 광물 가공, 처리뿐만 아니라 육상 지역과 유전 개발 지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광해 문제에 대한 내용입니다. 기술 교류, 공동 연구, 정밀 조사를 통해 훼손되고 오염된 곳을 복구, 정화하는 사업을 추진하도록 상호 협력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질적 사업뿐만 아니라 광해 분야 전반에 걸친 정책 수립 협력 등의 내용을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석탄 및 연탄 산업 분야의 제도적 기준 마련과 연탄 품질 관련 검사제도 등에 대한 기술 교류와 협력의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미 ‘연탄’이라는 용어가 몽골의 고유명사가 될 정도로 확산되고 있어 우리 공단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앞으로 석탄광, 금속광, 석유 개발 광구 등 광해 발생 유형에 따른 시범 사업 추진을 위한 실무추진반 파견과 대상지 선정을 위한 공동 조사를 벌일 예정입니다. 훼손지 복구를 위한 자연환경 복원, 토양 복원, 수질 개선, 산림 복구 등의 종합적 광해 복구가 중점이 될 것입니다. 공단은 2~4월에 몽골 사업 추진을 위한 내부 전문가를 선발하고 실무반을 구성, 사업 대상지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해 계약을 체결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이르면 5월께 몽골사무소를 정식으로 개소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할 것입니다.몽골은 세계 10대 자원 부국으로 최근 2~3년 전부터 자원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나라입니다. 현재 호주 캐나다 중국 러시아 등의 세계 각국에서 큰 관심을 갖고 몽골 자원 확보를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몽골이 자원 부국인 만큼 그에 따른 개발과 복구 문제가 크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향후 국내 광해 방지 업체의 신규 해외시장 개척과 해외 자원 확보를 위한 자원 개발 업체들의 진출에도 첨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시범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몽골에서의 광해 사업 시장 확대가 기대됩니다. 나아가 동남아 아프리카 등 향후 진출 대상 국가의 광해 사업과 에너지·자원을 확보하는 필수적 기관으로 자리 매김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약 우리나라에 올림픽이 또다시 유치된다면 온 국민과 많은 기관들이 힘을 합치지 않겠습니까. 이와 마찬가지로 국내 광해 사업도 각개 부처들이 협력한다면 조금 더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마찬가지 논리로 해외에 진출할 때도 유관 기관들이 힘을 합쳐 나간다면 국가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부분들이 아쉽고요, 또 하나는 예산과 인력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매년 1000억 원 규모의 광해 사업비용이 필요한 반면 올해 예산은 620억 원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광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구는 많지만 예산 부족으로 애로가 있지요. 앞으로 우리 공단의 역할에 대한 인지도가 좀 더 높아져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는 게 당면한 과제라고 볼 수 있지요.오랫동안 환경 관련 비정구기구(NGO)를 이끌어 왔습니다. 덕분에 광해관리공단 이사장으로서 활동한다는 게 그리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광해관리공단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나 할까요. ‘일거리가 생기길 기다리지 말고 일거리를 찾아서 해결하자.’ 제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입니다. 전국 각지의 광해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광해관리공단을 인정받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또한 광해관리공단이 해외에 진출하면서 우리나라 광물자원 확보에 첨병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1959년생. 1985년 명지대 행정학과 졸업. 1990년 고려대 정책과학대학원 연구과정 수료. (주)오세오닷컴 대표.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현). 백두대간보전회 운영위원장. 한강사랑시민연대 공동대표.김가희 기자 holic@prosume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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