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사교육·커뮤니티 수준 ‘주목’

입지의 두 번째 요소 - 교육

일제고사 성적 공개로 전국이 시끌벅적하다. 전국 180개 학군의 실력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일제고사는 일부 부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분발하게 되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교육과 집값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알아보자.집값에 영향을 끼치는 교육 요소로는 공교육과 사교육, 그리고 커뮤니티를 들 수 있다. 공교육은 말 그대로 학교 교육을 의미한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인 1974년 서울 지역에 고교 평준화가 실시되면서 입시 경쟁에서 공교육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드는 계기가 됐다.이때까지는 교육이라는 요소가 집값에 끼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했다. 명문 고등학교 근처에 산다고 해서 그 학교의 입학이 허가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고교 평준화는 집값 차별화를 가져오게 된 계기가 됐다.더구나 그 당시 정부는 도시 균형 발전 정책의 수단으로 교육을 이용하기까지 했다. 1970년대 당시 정부는 서울 사대문 안의 과밀도를 줄이기 위해 강남이라는 신시가지를 개발했다. 도시 기반 시설이 채 갖춰지지 않은 강남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자 이주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 명문 고등학교를 대거 강남권으로 이전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해 줬다. 이에 힘입어 강남 이주를 꺼리던 사람들이 대거 강남으로 몰려들게 된 것이다.이때 정부는 또 하나의 조치를 내리게 된다. 사대문 안에 위치한 입시 학원을 모두 사대문 밖으로 몰아낸 것이다. 사교육 시장에 일대 혼란이 일어난 것이다. 좋은 자리에 있던 유명 학원들이 사대문 밖의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이런 물갈이를 통해 1970년대와 그 이후는 크게 달라지면서 가장 큰 수혜자는 8학군으로 대표되는 강남이 됐다. 입시를 치르는 특목고를 빼고 학군의 영향을 100% 받는 일반 고등학교만을 놓고 볼 때 지난 4년간 평균 10명 이상 서울대에 진학시킨 서울 소재 일반 고등학교는 총 19개 학교가 있다. 이들 학교를 소재지별로 구분해 보면 강남구가 11개, 서초구가 4개로 8학군 소재 고등학교가 80% 정도를 점하고 있다. 나머지는 강동구에 2개 학교, 송파구에 1개 학교, 양천구에 1개 학교가 소재하고 있으며 나머지 20개 구에는 한 군데도 없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사교육 시장에서의 불균형도 문제다. 인구 1만 명당 학원 수를 살펴보면 강남구가 22개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서초구 16개와 송파구 16개 순이다. 학군이 좋다고 알려진 양천구나 노원구의 경우도 13개와 10개로 시장 평균 이상이다. 이에 비해 용산구와 강북구는 7개에 그쳐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많은 구와 가장 적은 구의 차이가 무려 세 배 이상 나는 것이다. 학원은 그야말로 철저한 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다. 수요가 많은 곳에 학원이 많이 생기고 수요가 줄어드는 곳의 학원이 문을 닫는 것이다. 서울대에 입학을 많이 시키는 학교가 많은 지역일수록 학원이 많은 것도 전체 교육에서 사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해 준다.소득별 교육비의 불균형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990년에 소득이 하위 10%에 드는 계층의 월 교육비는 2만2939원에 그친 반면 상위 10%에 드는 계층은 10만4055원을 사용해 그 차이가 4.5배가 났었다. 17년이 지난 2007년도를 기준으로 보면 하위 10%는 8만6139원을 사용한 반면 상위 10%는 월 53만926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차이가 6.2배로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그 비율보다 절대 금액의 차이에 있다. 1990년에는 절대 금액의 차이가 불과 8만여 원이었지만 2007년에는 그 차이가 44만 원 이상으로 벌어진 것이다. 그 지역의 경제력과 학력의 차이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교육과 집값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할 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논란과 비슷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사실 어느 것이 먼저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두 요소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 환경이 좋고 나쁨을 따질 때 그 배후 커뮤니티의 성격을 먼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그 지역 커뮤니티가 교육에 관심이 많다면 그 지역은 시차를 두고 언젠가는 좋은 학군으로서 이름을 날릴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좋은 커뮤니티의 기본 요건은 무엇일까. 첫째는 고학력의 부모가 많은 지역이어야 한다. 부모가 책을 많이 읽는 집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경향이 있듯이 부모는 자식의 훌륭한 스승이자 롤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도 한국 사회에서는 고학력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스스로 체득하고 있기 때문에 자식 교육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둘째는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갖춘 지역이어야 한다. 입시 경쟁이 점점 심화되면서 사교육의 도움 없이는 명문 대학에 들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자질이지만 같은 자질을 갖춘 학생이라도 사교육의 혜택을 받은 학생이 입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중간 정도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 학군도 강세를 띨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셋째는 그 지역의 구성원들이 비슷한 주거 환경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어떤 지역의 평균 가구 소득이 5000만 원이고 구성원들의 대부분이 4000만 원에서 6000만 원의 소득을 거두고 있다면 이런 지역은 향후 교육 특구로서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역 평균 가구 소득이 5000만 원이라도 일부 가구는 수십억 원의 소득을 올리는 반면 나머지 가구는 저소득자라면 이런 지역은 교육이 강세를 띨 수 없다. 부자라고 무한정 사교육의 혜택을 많이 받을 수는 없다.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24시간으로 똑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학원을 경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몇몇 부자만 사는 동네보다는 여러 사람을 상대로 하는 곳이 훨씬 수익이 높기 때문에 이런 지역에 경쟁력을 갖춘 학원들이 들어서는 것이다.이런 세 가지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곳들은 몇 군데 있다. 강남이나 목동 등 이미 집값이 많이 오른 곳도 있지만 신도시들도 이런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으므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교육 강세 지역으로서의 경쟁력이 살아날 것이다.그러면 이런 지역 외에 교육이라는 요소로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은 없을까. 2010년부터는 고교 선택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신이 그 지역에 살지 않더라도 자신이 가고 싶은 학군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8학군 등 인기 학군에 이런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강남에서 등하교하기에는 먼 지역에 사는 학생이 8학군에 배정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 학생의 부모는 어떤 선택을 할까. 강남이나 서초구는 집값이나 전세 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이사를 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차선책으로 이들 8학군 지역이 아니면서 이들 지역으로 등하교할 수 있는 지역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예로 성동구나 동작구의 경우가 대표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다.이런 교육 선택제가 어느 정도 집값과 전세 값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사람만큼 교육에 열정을 가진 부모들도 드물다. 그러므로 집을 선택할 때 교육도 하나의 요소로서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 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한 바 있으며 기존의 부동산 투자 이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신간 ‘부동산 비타민’을 내놓았다.아기곰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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