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간 의욕…리더십도 수시로 달라져

청와대통신

“지난 1년을 생각하면 할 말도 있지만 지금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대선 승리 1주년 기념식에서 꺼낸 소감이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던져 최선을 다하고 축배는 4년 뒤로 미루겠다”고 말했다.지난 1년간 당초 계획했던 것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는 불만족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이다. 동시에 올해는 신발 끈을 다시 고쳐 매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기도 하다.이 대통령이 인정했듯, 집권 1년차는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대운하 논란, BBK 의혹 제기 등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높은 지지율을 보여준 것은 경제 하나는 확실하게 살려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집권 초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내각 및 청와대 참모들 인선 과정에서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논란에 휩싸였다. 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촛불 시위’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이뤄지지 않은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 여파로 한때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가라앉기도 했다.지난해 6월 청와대 참모 대폭 개편과 7월 개각에 이어 ‘8·15광복절’을 기점으로 녹색 성장이란 새 화두를 던지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는가 싶었지만 악재는 계속됐다. 세계적 금융 위기가 몰아닥치면서 또 한 번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주요 공약들의 추진은 지지부진했다. 이명박 정부 공약 핵심 중에 핵심이었던 한반도대운하에 대해 이 대통령이 “국민들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후퇴해야만 했다. ‘747(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공약은 첫해부터 어그러져 올해는 급기야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할 정도가 됐다. 규제 완화 작업도 의욕에 비해 이행 속도는 더디다.공기업 개혁의 경우 지난해 기본 틀은 갖췄다. 총 305개 공공기관 가운데 25개 기관을 11개로 통·폐합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그러나 핵심인 산업은행 민영화는 이 대통령 스스로 “지금 당장 민영화한다면 값이 가장 쌀 때 헐값으로 파는 것과 같아 국부 유출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늦춰지게 됐다.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통합은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원활하게 하는 게 시급하다는 이유로 불투명해졌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은 공기업 개혁의 시금석이다. 국회에 제출된 관련법이 처리되면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이전 예정지인 진주와 전주 지역 민심이 큰 변수로 남아 있다.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다시 국정에 대한 고삐를 죄고 있다. 새해부터 시작되는 부처 업무를 연말로 당겨서 받는가 하면 연초엔 비상정부를 선언하고 경제 살리기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하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올해밖에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반영돼 있다.이 같은 상황에 따라 이 대통령의 리더십도 변화를 거듭했다. 인수위 시절 및 정권 초창기 “좌고우면하지 말라, 너무 늦다, 빨리 하라”고 공직자들을 다그치는 게 다반사였다. 최고경영자(CEO) 시절에 붙여진 이른바 ‘불도저형’의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인선 파문, 촛불 시위 등은 잠시나마 깊은 고민을 거듭하는 ‘햄릿형’에 빠지는 계기가 됐다.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두 번의 반성문을 내면서 “마음이 급했다.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다. 아침이슬 노래도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후 소통의 리더십이 부각됐다. 지난해 9월 국민과의 대화와 이어진 라디오 연설을 통해 ‘루스벨트형 리더십’을 선보였다. 국민 여론을 살피고, ‘탈(脫) 여의도’에서 ‘귀(歸) 여의도’로의 변화를 꾀하면서 정치권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올 들어 국정을 다시 다잡으면서 특유의 불도저형으로 돌아오는 분위기다. 다만 집권 초창기와 달리 소통과 화합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현장 민생 행보도 부쩍 늘리면서 국민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청와대 참모들을 비롯한 여권은 ‘잃어버린 1년’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올해 위기를 극복하고 반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홍영식·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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