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목표의식이 열정을 부른다

어떻게 팔 것인가

‘꿈, 끼, 끈, 꼴, 꿀, 꾼, 꼭.’이성동 고객경영연구소 소장은 영업인이 갖춰야 할 마인드로 ‘7가지 쌍기역’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꿈’이란 영업인들이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말한다. ‘끼’란 고객에게 다가갈 때 가지고 있어야 하는 열정을 의미한다.‘끈’은 ‘인맥’이다. 이 소장은 “영업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은 딱 두 부류로 나뉜다”고 구분했다. 즉, 대부분의 영업인이 일을 시작할 때 자기 주변 사람들을 위주로 판매하지만 못하는 사람은 여기서 끝난다는 이야기다. 반면 영업을 잘하는 사람은 이를 시작으로 계속 ‘끈’을 이어 나간다.‘꼴’은 상대방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용모나 화법을 갖추자는 뜻이다. ‘꾼’은 이야기꾼, 낚시꾼처럼 자신의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꿀’은 꿀 같은 향기를 뿜어내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소장은 마지막 ‘꼭’은 “여섯 가지를 ‘꼭’지키자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대부분의 영업인은 다른 여섯 가지를 선천적 후천적으로 잘알고 있다”면서 “이를 잘 지키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모든 이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사실 영업에는 왕도가 없다. 어떻게 팔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그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한다. 작은 실수 하나가 실패를 부를 수 있는 게 영업이고 놓치기 쉬운 작은 배려가 대성공을 불러올 수 있는 게 영업이다. 이 때문인지 세상엔 ‘자신만의 성공 비결 혹은 실천 매뉴얼’을 귀띔하는 콘텐츠들이 널려 있다. 문제는 이를 그대로 따라 해선 누구도 성공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이다.세상에는 성공한 영업인들이 많다. 반면 하루하루를 가슴 졸이며 일터에 나서는 영업인들은 더 많다. 그렇다면 이들의 차이는 뭘까.전문가들은 성공한 영업인들을 잘 살펴보면 ‘명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범 성공변화연구소 소장은 목표 의식의 중요성을 세계적 성공학자인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말을 빌려 설명했다. “보이지 않는 과녁은 맞힐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소장은 “장기적으로 ‘10년 내에 이 분야의 최고 영업인이 되겠다’, 중기적으로 ‘3년 이내에 이 회사에서 최고가 되겠다’, 단기적으로 ‘이번 달에는 10건의 계약을 성사시켜 부서의 톱이 되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영업인이 이번 달 안에 1000만 원을 벌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지 않으면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이상의 돈을 만질 수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명확한 목표는 ‘열정’을 불러온다. 성공한 영업인들이 수많은 냉대와 거절 속에서도 꿋꿋이 새 고객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이유는 ‘명확한 목표’와 그 목표가 불러온 열정에서 나오는 추진력 때문이다.또 영업의 대원칙 중 하나는 ‘고객의 말을 많이 들어라’는 것이다. 사실 영업인들은 자신의 물건, 혹은 서비스를 파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객 앞에서 여러 가지 설명을 하느라 말이 많아지게 마련이다.하지만 세일즈의 달인들은 몇 번이고 ‘말을 줄여야 한다’고 되새긴다. 그냥 말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말을 많이 시켜 고객의 니즈에 대해 최대한의 정보를 얻어내자는 것이다. 사실 영업의 고수들 중에서는 의외로 과묵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말을 아끼며 고객이 던지는 작은 정보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파악한 고객의 문제점과 욕구를 파악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과정에서 고객과의 신뢰가 싹튼다.물론 고객보다 말이 많은 달인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특징은 무슨 초능력이 있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다. 또 이들은 계속 어떤 질문을 던지며 고객을 탐색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영업을 인간의 본성을 파고드는 ‘심리학’이라고도 한다.지난 2006년 일본에서 가장 많은 벽걸이TV를 판매한 영업인은 불과 스무 살의 스즈키 미치코 씨다. 소녀 같은 앳된 모습의 그녀가 일본 가전제품 시장 중 경쟁이 가장 치열한 벽걸이TV 분야에서 1등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리모컨 200% 활용’이다.보통 고객들은 대부분 리모컨을 사용해 가전제품을 조작한다. 그만큼 리모컨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기능이 있어도 사용하지 않게 된다. 대부분의 고객이 처음엔 열심히 본체를 조작하지만 나중에는 귀찮다는 이유로 리모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만을 쓰게 된다.고객들이 이런 패턴을 이해한 스즈키 씨는 리모컨을 통해 모든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을 연구했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접근했다. 제품의 기능 설명과 함께 리모컨을 통해서도 이 기능을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줘 구매 욕구를 자극한 것이다.사실 많은 이들이 영업인들도 제품에 대한 ‘전문성’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또 그 전문성을 가지고 그 분야의 권위자가 돼 방송이나 신문 등에 출연해 이름을 알려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몰리게 된다는 이야기다.하지만 영업인이 자신의 제품에 대해 제품을 개발한 연구원처럼 자세히 알 수도 없으려니와 그럴 필요도 없다. 또 소위 ‘권위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의 선택받은 사람들뿐이다.그렇다면 해답은 스즈키 씨의 예처럼 제품 혹은 서비스에서 ‘플러스알파’를 찾는 것이다. 즉, 어차피 영업인이 직접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아닌 만큼 소비자들이 또 다른 관점에서 제품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이다.실제로 최근 불황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일본 닌텐도사의 비결은 자사 게임기에 ‘교육’ ‘가족’ 등의 가치를 불어넣은 것에서 비롯된다. 영업인도 마찬가지다. 이성동 소장은 “꿀을 가진 꽃에 벌들이 모여드는 것처럼 영업인이 가져야 할 가장 좋은 꿀은 다른 영업인들이 찾아내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얼마 전 생선 가게에 갔습니다. 주인 아무머니가 고등어 한 마리에 3000원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2000원으로 깎아 달라며 ‘협상’을 제의했죠. 그러자 아주머니가 큰 칼로 생선의 머리를 ‘쾅’ 내리치며 말하더군요. ‘500원 양보할 테니 사가라’고 말입니다. 머리가 떨어져 나갔으니 어쩌겠어요. 사야죠.”많은 영업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게 고객에게 ‘예스’를 받아내는 단계다. 이상범 소장은 자신이 경험한 생선 가게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마무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최후의 단계에 와서는 빙빙 돌리지 말고 과감하게 ‘사가라’고 바로 말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소장은 “이 단계에서는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면서 “그렇지 못하면 힘만 들고 실적도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자동차 판매왕 출신인 이 소장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이게 힘들면 소비자에게 어떤 ‘선택’을 강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자동차 상담을 마치고 나면 대부분의 고객은 잠시 주저합니다. 그럴 때 과감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은색으로 할까요, 아니면 검정으로 할까요.’ 그러면 많은 고객들이 한 가지 색을 선택합니다. 계약이 이뤄지는 거죠. 그래도 주저하는 고객은 그간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차의 색을 제가 ‘쾅’ 정합니다. ‘고객은 이런저런 이유로 흰색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말이죠. 여기서 거의 대부분이 사인합니다. 어차피 차를 사기 위해 저를 만난 사람들이니까요.”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