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 지출 급감…‘안 쓰고 버티자’

소비 위축 실태

경기 침체 여파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의식주 관련 소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계가 일제히 허리띠를 졸라매고 긴축 재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대 성수기인 연말연시에도 옷 신발 가방이 예년만큼 팔리지 않았고, 외식을 줄이는 통에 음식점의 매출이 뚜렷한 하락세다.이는 정부 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의식주 품목의 소비 지출은 1년 전에 비해 7% 감소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이다.특히 가정용 직물 및 의복 판매액은 2조8000억 원에 그쳤다. 1년 전에 비해 18.4%나 줄었고 최근 3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보통 의류는 10월부터 판매량이 늘어나 선물과 계절적 수요가 많은 12월에 정점을 찍지만 이번엔 달랐다. 신발과 가방 판매액 역시 1년 전에 비해 마이너스 11.5%를 기록해 ‘헌 옷에 헌 신발로 버티자’는 심리를 대변했다.음식점업 경기도 심상치 않다. 밀가루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소비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반음식점업 생산지수(매출)는 1년 전에 비해 13.7% 줄었다. 통계를 처음 낸 1999년 이후 최대 감소치다. 반면 비가공식품 판매액은 1년 전에 비해 12.7% 늘어났다. 외식이나 가공식품 대신 직접 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의미다.주택 부문은 거래 시장이 거의 멈췄다고 할 정도로 매매가 줄었다. 지난해 12월 전국의 아파트 거래량은 5만7000여 건으로 2년 전 11만6000건에 비해 절반 수준에 못 미쳤다. 이에 따라 향후 건축 경기를 어둡게 보는 시각도 늘어나 건축 수주까지 반 토막 났다. 지난해 11월 건축 수주는 1년 전에 비해 47.7% 감소했다.자동차 가구 컴퓨터 등 생활필수품들도 예외가 아니다. 산업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는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12월 생산이 1년 전에 비해 26% 감소했다. 출하량 역시 25.7% 줄었다. 또 가구와 컴퓨터는 각각 22%, 15.6% 감소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최근의 소비 위축 현상은 일자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1월 한 달 사이 1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줄어들어 고용 대란이 현실로 닥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월 취업자 수는 2286만1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0만3000명이 감소했다. 카드 사태가 일어난 2003년 9월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설상가상으로 2월 졸업 후엔 취업에 실패하는 고교, 대학 졸업자가 더 늘어나 실업률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한편에서는 ‘국민 10명 중 1명이 실업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에 편입돼 있지 않은 취업 준비자나 구직 단념자, 사실상 제대로 된 직장을 갖지 못한 불완전취업자 등을 모두 포함하면 실제 실업자 수가 400만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상황이 이러니 경고등이 신용카드 업계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지갑을 꼭 닫고 쓰지 않는 것은 물론 사용액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은 지난해 9월 21%를 웃돌았지만 10월부터 급감하기 시작해 1월에는 3.89%로 떨어졌다. 카드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4분기 5개 전업 카드사의 연체율은 3분기보다 1.5%포인트 상승해 3.43%를 기록했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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