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의 코드는 소통·체감·팀워크

경제부처 24시

지난주 정식 취임 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행보를 되짚어 보면 그가 장관직 수행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윤 장관은 지난 2월 10일 취임식을 하자마자 기자회견부터 열었다. 신임 장관들은 보통 취임한 날 기자실을 방문해 악수만 나눈 뒤 하루 이틀 더 ‘공부(?)’하고 나서 기자들과 정식으로 대면하곤 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그날로 바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기자회견도 상견례 비슷하게 대충 치르고 넘어간 것이 아니었다.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3%에서 마이너스 2%로 조정하고 일자리 창출 목표도 10만 명에서 마이너스 20만 명으로 낮춰야만 한다는 사실을 숨김없이 공개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장관이 취임 첫날 기자회견에서 경제 전망 부분을 가감 없이 발표하는 것에 반대하는 간부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언론이나 국민과의 신뢰 회복에 있어서 ‘정직함’보다 좋은 해법은 없다면서 발표를 강행했다”고 전했다.이 같은 사실로 미뤄볼 때 윤 장관이 직무 수행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소통’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윤 장관 스스로도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알리면서 정책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임 강만수 장관이 특유의 뚝심으로 해야 할 정책은 시장과의 불화를 감수하고서라도 반드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다면 윤 장관은 언론이나 국민들에게 이해와 협조를 충분히 구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일해 나가길 원하는 듯하다.어찌 보면 출범 초 경제 개혁 과제들을 남김없이 완수해야 한다는 책임을 지고 있는 강 전 장관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상반기 최악의 경제 한파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임무를 부여받은 윤 장관으로서는 강 전 장관의 전철을 밟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보듬고 가야 한다는 인식을 가질 법도 하다.그 이튿날 윤 장관은 민생 현장 탐방에 나섰다. 경기도 성남의 새벽 인력 시장을 방문해 일용직 근로자를 위로했으며 재정 조기 집행을 독려하기 위해 광주 오포읍 성남~장호원 국도 건설 공사 현장을 찾기도 했다. 여기서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는 윤 장관의 두 번째 정책 강조점은 바로 ‘국민 체감도’다. 그는 “올해 조기 집행된 예산이 건설 현장의 중소 협력 업체로부터 일용 근로자에게까지 신속히 지급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과감하고 세심하게 노력해 달라”고 관계자들에게 주문했다.2월 12일 윤 장관은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당정협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일자리 창출과 내수 경기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당정회의에는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서병수 국회 기획재정위 위원장,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 김기현 제4정조위원장, 진수희 김광림 김성식 나성린 의원 등이 참석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여기서 건져낼 수 있는 윤 장관의 키워드는 ‘팀워크’다. 과천에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제아무리 쏟아내 봐야 결국 국회에서 법안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윤 장관은 취임 첫 주부터 한나라당 정책위 라인 핵심 인사들을 만나 머리를 숙이고 협조를 구한 것이다.2월 13일에는 오전 한국은행을 방문해 이성태 한은 총재와 현안에 대해 협의했다. 당정 간의 협력에서 더 나아가 한은과의 원활한 ‘공조’를 위해 대화의 물꼬를 트러 간 것이다. 한은은 그동안 외따로 움직이거나 아니면 정부에 소극적으로 끌려 다니기 일쑤였는데 이번 만남을 계기로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다.이 자리에서 윤 장관과 이 총재는 경제·금융 위기 상황을 돌파할 대책 등에 대해 논의하고 정부와 한은 간 공조를 강화할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또 정치권에서 논의가 시작된 한은법 개정 방향 등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의 목적 조항에 ‘물가 안정’ 이외에 ‘금융시장 안정’을 추가해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내용이다.소통 체감 팀워크 공조 등의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는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이 국민들의 기대만큼 지금의 경제 난국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차기현·한국경제 기자 kh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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